[텐아시아=김하진 기자]
연극 ‘거미여인의 키스’에 출연하는 배우 김주헌(왼쪽부터), 이이림, 박정복, 문태유 / 사진=이승현 기자 lsh87@
연극 ‘거미여인의 키스’에 출연하는 배우 김주헌(왼쪽부터), 이이림, 박정복, 문태유 / 사진=이승현 기자 lsh87@
“극중 발렌틴처럼 분석하지 말고, 그냥 바라보면 사람 사는 이야기입니다. 어려울 거라 겁내지 말고 극장에 와서 두 명의 이야기를 지켜봐 주세요.”

배우 문태유가 15일 오후 서울 동숭동 대학로 아트원씨어터에서 열린 연극 ‘거미여인의 키스'(연출 문삼화)에서 한 말이다. 지난달 10일 막을 올린 뮤지컬 ‘펜레터'(연출 김태형)까지 동시에 두 작품을 소화하고 있는 그는 “대본이 지닌 힘 때문에 ‘거미여인의 키스’를 선택했다”고 밝혔다.

‘거미여인의 키스’는 아르헨티나 출신 작가 마누엘 푸익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부에노스아이레스의 빌라 데보토 감옥 안에 갇힌 몰리나와 발렌틴의 이야기다. 자신이 여자라고 믿는 몰리나와 반정부주의자 발렌틴이 서로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과정을 조명한다. 1885년 영화로 만들어졌으며 1992년 영국 웨스트 엔드에서 뮤지컬로도 올려졌다. 국내에서는 문삼화 연출가의 손을 거쳐 새롭게 탄생했다. 몰리나 역은 이명행 이이림 김주헌 김호영이 나서며, 발렌틴은 송용진 박정복 문태유 김선호가 연기한다.

연극 ‘거미여인의 키스’의 주요 장면을 연기 중인 배우 문태유(왼쪽), 이이림 / 사진=이승현 기자 lsh87@
연극 ‘거미여인의 키스’의 주요 장면을 연기 중인 배우 문태유(왼쪽), 이이림 / 사진=이승현 기자 lsh87@
프레스콜에는 이이림 김주헌 박정복 문태유 등이 참석해 주요 장면을 시연했다. 김주헌과 박정복이 1막 2장과 3장을, 이이림과 문태유가 1막 5장과 6장을 보여줬다.

김주헌과 이이림은 같은 역이지만 다른 느낌의 몰리나를 완성했다. 박정복과 문태유 역시 자신만의 개성을 녹여 강약 조절을 했다. 문태유는 “같은 역이라도 연기를 하는 사람이 다르기 때문에 분위기가 다를 수밖에 없다. 다른 점을 보는 것 역시 또 하나의 재미”라고 말했다.

연극 ‘거미여인의 키스’에서 발렌틴 역을 맡은 배우 문태유 / 사진=이승현 기자 lsh87@
연극 ‘거미여인의 키스’에서 발렌틴 역을 맡은 배우 문태유 / 사진=이승현 기자 lsh87@
그는 “‘거미여인의 키스’는 참 재미있는 작품”이라며 “읽을 때마다 느낌이 다르다. 혼자 읽을 때와 출연 배우들이 모여 같이 볼 때 다르고, 공연을 올리고 연기를 하면서 또 다른 감정이 든다. 탄탄한 대본이 가진 힘”이라고 강조했다. 김주헌은 “대본을 보면서 등장인물에 감정 이입이 됐다. 발렌틴 역일 줄 알았는데 감사하게 몰리나 역을 맡겨줘서 잘 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사실 ‘거미여인의 키스’가 가볍게 볼 수 있는 작품은 아니다. 감방 안에서 서로 다른 두 남자가 끊임없이 이야기를 나누는 데다 정치와 동성애 등을 소재로 다루는 만큼 생각할 거리가 다채롭다. 그러나 배우들은 “어렵지 않고, 들여다보면 그저 사람이 지지고 볶는 이야기”라고 입을 모았다. 문태유는 “발렌틴처럼 분석하려 하지 말고 그냥 바라보면 사람과 사람의 이야기다. 어려울 거라 겁내지 말고 극장에 와서 두 명의 이야기를 지켜보고, 가슴 따뜻하게 돌아가면 좋겠다”고 바랐다.

내년 2월 25일까지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2관.

김하진 기자 hahahajin@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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