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김하진 기자]
뮤지컬 ‘햄릿:얼라이브’에 출연한 배우 홍광호 / 사진제공=CJE&M, 로네뜨
뮤지컬 ‘햄릿:얼라이브’에 출연한 배우 홍광호 / 사진제공=CJE&M, 로네뜨
고전의 풍미와 현대의 감각이 만나 새로운 장르를 만들어냈다. 지난달 23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개막한 뮤지컬 ‘햄릿:얼라이브'(연출 아드리안 오스몬드·강봉훈)다.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원작 ‘햄릿’을 각색해 10년에 걸쳐 준비한 만큼 짜임새를 제대로 갖췄다. 인물과 하나 된 배우들의 열연도 빈틈이 없었다.

‘햄릿:얼라이브’는 엘시노어라는 가상의 도시를 설정해 선왕이 죽고 왕위에 오른 동생 클로디어스(양준모)와 그와 재혼한 여왕 거트루드(김선영), 이로 인해 혼란에 빠진 햄릿(홍광호)의 이야기 다룬다. 극은 시작부터 딱딱하고 무거울 것이라는 고전의 편견을 깨부순다. 보기 만해도 무거울 것 같은 옷 대신 색깔이 화려한 현대식 의상을 입고, 고뇌하며 담배를 피우는 햄릿의 모습에서 마음의 문이 열린다.

그렇다고 한쪽으로만 치우친 건 아니다. 무대 디자인은 고전의 분위기를 내면서도 현대의 감각을 살렸다. 무대 전환도 돋보인다. 위아래와 양옆으로 매끄럽게 바뀌는 배경을 보는 것만으로도 눈이 즐겁다. 분위기 변화에 따라 조명도 분주하게 달라지는데, 거슬리지 않는다.

뮤지컬 ‘햄릿:얼라이브’에서 각각 클로디어스와 햄릿을 연기하는 배우 양준모(왼쪽), 홍광호 / 사진제공=CJE&M, 로네뜨
뮤지컬 ‘햄릿:얼라이브’에서 각각 클로디어스와 햄릿을 연기하는 배우 양준모(왼쪽), 홍광호 / 사진제공=CJE&M, 로네뜨
클로디어스의 옷을 입고 처절한 연기를 보여주고 있는 양준모 / 사진제공=CJE&M, 로네뜨
클로디어스의 옷을 입고 처절한 연기를 보여주고 있는 양준모 / 사진제공=CJE&M, 로네뜨
무대 위만 환하게 비추는 여느 작품과 달리 ‘햄릿: 얼라이브’는 조명을 다채롭게 사용해 객석까지 그 빛이 옮겨져 마치 그들과 함께 숨 쉬고 있는 기분이다. 클로디어스를 처단하기 위해 햄릿은 아버지의 죽음을 암시한 장면을 담은 연극을 준비하고, 이 과정은 작품의 백미다. 진실을 밝히기 위한 햄릿의 몸부림과 불안해하는 클로디어스의 심리전은 극장 안을 숨죽이게 한다.

그러나 ‘햄릿:얼라이브’는 햄릿과 클로디어스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누군가의 죽음으로 아프고 괴로워하는 모두를 조명한다. 거트루드와 햄릿의 연인 오필리어(정재은)와 그의 아버지(최석준), 오빠 레어티스(김보강)까지 말이다.

거칠고 껄렁거리는 햄릿은 생소하지만 매력 있다. 사랑하는 여자 앞에서는 한없이 약하다가도 금세 태도를 바꿔 포악하게 변하는 홍광호의 연기는 압권이다. 빼어난 강약 조절로 작품의 중심을 잡는 양준모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가엾은 오필리어, 정재은의 연기는 소름 끼치게 실감 난다. 특히 오빠를 안고 숨죽이며 노래를 부르는 장면은 무척 애처로웠다.

끝에는 원작처럼 주요 등장인물이 모두 죽지만, ‘햄릿:얼라이브’는 의미심장한 제목의 의미를 끝까지 움켜쥔다. ‘햄릿은 살아있다.’

내년 1월 28일까지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

김하진 기자 hahahajin@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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