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김하진 기자]
연극 ‘3일간의 비’ 티저 포스터 / 사진제공=악어컴퍼니
연극 ‘3일간의 비’ 티저 포스터 / 사진제공=악어컴퍼니
“‘3일간의 비’의 작가가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은 부정적입니다. 염세적이죠. 그렇지만 대화 속에 숨은 뜻이 있고 생각할 거리가 있어요. 공연이 끝나면 술 한잔 기울이면서 살아가는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 겁니다.”

연극 ‘3일간의 비’의 연출을 맡은 배우 오만석은 13일 서울 종로구 동숭동 아트원씨어터 2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극작가 리차드 그린버그의 원작을 직접 각색해 지난 11일부터 무대에 올리고 있다. 국내 초연이다.

오만석은 배우로서 다양한 장르를 오가며 쌓은 경험을 ‘3일간의 비’에 쏟아부었다. 길고 어려운 이야기를 대폭 줄였고, 불친절한 대목에는 설명을 덧붙여 관객들의 이해를 도왔다. 주인공의 직업이 건축가인 만큼 1막과 2막을 거치며 집이 완성돼 가는 과정을 시각적으로 표현했다. 연출자로서 적극적으로 진두지휘했지만 모든 공을 배우와 제작진에 돌렸다.

‘3일간의 비’는 1995년과 1960년, 서로 다른 두 시대를 배경으로 한다. 우연히 발견한 일기장을 통해 과거의 진실을 들여다보는 과정을 풀어낸다. 원작자의 시선은 지나치게 염세적인 데다 철학가들의 이름이 줄줄이 나올 만큼 대사도 어렵다. 그런데도 관객들에게 진한 여운을 남기며 호평을 끌어낸다. 이 작품은 1997년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초연됐다. 1998년엔 뉴욕 오프 브로드웨이로 진출해 오비어워드 작품상과 연출상의 영예도 안았다. 콜린 퍼스와 줄리아 로버츠·제임스 맥어보이 등 할리우드의 쟁쟁한 배우들이 출연해 주목받았다.

연극 ‘3일간의 비’ 포스터/ 사진제공=(주)악어컴퍼니
연극 ‘3일간의 비’ 포스터/ 사진제공=(주)악어컴퍼니
국내 초연작에는 드라마를 통해 대중과 친숙한 이윤지와 윤박이 참여해 기대를 높이고 있다. 이윤지는 “연극 ‘클로저’ 이후 4년 만에 다시 무대에 오르게 됐다. 그간 결혼을 하고 아이도 낳았다”며 “한 작품에서 엄마와 딸을 모두 연기할 수 있어 매력을 느꼈다”고 출연 배경을 밝혔다. 윤박은 “드라마를 하면서 지칠 때 연극을 하면서 용기를 얻는다. 새로운 접근 방식의 연기를 할 수 있어서 힘을 받는다”고 설명했다.

이밖에도 최재웅·최유송·이명행·서현우 등이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1인 2역을 소화한다.

배우 오만석 / 사진=텐아시아DB
배우 오만석 / 사진=텐아시아DB
오만석은 “현재와 과거를 살아가는 주인공의 삶을 통해 서로가 같은 듯 다른 모습을 발견하는 재미를 주려고 했다. 대사 안에 숨겨진 의미를 생각하게 하는 장면도 많다. 공연이 끝나면 술 한잔 기울이며 살아가는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는 9월 10일까지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2관.

김하진 기자 hahahajin@tenasia.co.kr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