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김하진 기자]
‘산울림 고전극장’ 포스터/ 사진제공=산울림
‘산울림 고전극장’ 포스터/ 사진제공=산울림
‘산울림 고전극장’이 2017년 새로운 막을 열었다. 지난 2013년 시작한 소극장 산울림의 기획 프로그램인 ‘산울림 고전극장’. 올해로 5회째다.

2013년 1월부터 총 19편의 작품이 공연됐다. 산울림은 ‘소설, 연극으로 읽다’라는 타이틀로 다양한 고전 작품을 열정 있는 예술가들의 참신함으로 재해석해 내놨다.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올해도 ‘그리스 고전’을 큰 줄기로 한다.

지난 1일 막을 올린 ‘산울림 고전극장’은 오는 3월 26일까지 산울림 소극장에서 진행된다. 총 네 작품이 관객들을 만난다. 극단 공상집단뚱단지, 작은신화, 맨씨어터, 창작집단 LAS 등이 참여했고 ‘이솝우화'(연출 황이선), ‘카논-안티고네'(연출 김정민), ‘아이 아이 아이'(연출 한상웅), ‘헤카베'(연출 이기쁨) 등이 순차적으로 무대에 오른다.

연극 ‘이솝우화’ 한장면 / 사진제공=산울림
연극 ‘이솝우화’ 한장면 / 사진제공=산울림
지난 1일 서울 서교동 산울림 소극장에서는 ‘고전극장’의 개최 기념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산울림의 임수진 극장장은 “많은 이들이 읽어보고 싶긴 하지만, 선입견으로 인해 어려웠던 고전을 연극이란 매체를 통해 좀 더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시작한 프로젝트”라며 “2013년부터 젊은 단체들이 참여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주제를 갖고 고전을 처음부터 되짚어 보자는 생각으로 그리스 신화를 선택했다”고 소개했다.

고전극장의 포문을 여는 ‘이솝우화’는 그리스 고전과 한국 전통 악기가 어우러진다. 의인화된 동물들이 등장하는 단편 우화 모음집 중 일부를 발췌해 극화했다.

황이선 연출은 “‘이솝우화’는 300여 개의 이야기로 이뤄져 있는데 그중 11개의 이야기를 발췌했다. 계절의 변화와 더불어 가장 자연스러운 것에 대한 의문을 찾는 여정을 보여주고 싶었다”며 “그리스 문화의 기본이 ‘고통을 통해 배우는 삶’이라고 들었다. 삶이 고통이란 걸 밑바탕으로 삼고, 어떤 순간이 희열일까 고민했다”고 설명했다.

각색 과정이 쉽지 않았음을 토로한 황 연출은 “이야기가 던지는 메시지가 분명히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게 바로 고전을 하는 이유”라며 “누군가는 ‘이솝우화’를 보며, 우리에게 트라우마로 남은 사건을 기억할 수도 있다. 가장 진리에 가까운 이야기를 해보자는 마음에 ‘아이는 어른이 구해야 한다’는 자연스러운 이치를 우화의 힘을 빌려 풀어냈다. 어떻게 비칠지 우려되는 부분도 있었지만, 고집하고 싶었다”고 털어놨다.

현재가 묘하게 겹치는 건 비단 ‘이솝우화’뿐만이 아니다. ‘카논-안티고네’는 세대간의 갈등, 다양한 대립적 구도가 드러난다.

김정민 연출은 “극장전에 참여하기 위해 그리스 희곡집을 읽었는데, ‘카논-안티고네’라는 작품에 나오는 갈등이 굉장히 현대적이었다. 그 옛날 그리스 사회가 현재와 다를 바 없이, 사회 질서를 유지할 수 있는 규율과 잣대들이 사람을 옭아매고 있더라. 그것에 초점을 맞췄다”고 말했다.

‘헤카베’의 이기쁨 연출도 “이 작품은 어머니상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헤카베가 겪은 사건을 파헤치는 과정과 각기 다른 입장을 지닌 이들을 조명한다. ‘정의란 무엇일까’에 대한 질문을 던지기 위해 애썼다”고 설명했다.

또 “그리스 고전을 접하며 느낀 건, 현재 우리가 살아있는 시대와 닿아있다는 점”이라며 “옛날 얘기인데도 불구하고 현재의 모양과 이렇게 비슷할 수 있을까란 생각을 했다. 이번에도 작품을 선정할 때 그 부분을 고민했다”고 전했다.

각기 다른 작품을 올린 연출들이 입을 모아 말하는 것은 바로 ‘산울림 고전극장’의 기획 의도이기도 하다.

임수진 극장장은 “고전 작품이 2000년이 넘도록 이어져 오는 건 결국 어느 시대에나 맞는 이야기이고, 현재와 마주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점이 고전 극장을 기획한 이유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그리스 문학이든, 르네상스 시대의 문학이든 현재의 이야기와 일치한다고 생각한다. 만들면서 느끼는 이 같은 감정들이 관객들에게도 전해지길 바란다. 고전 극장을 5년간 이어오며 관객들이 돌아가면서 책을 다시, 혹은 찾아서 읽어봤다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바라는 것 중 하나다. 고전 극장을 계속하는 힘이자, 매력이다”고 덧붙였다.

김하진 기자 hahahajin@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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