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김하진 기자]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 포스터/ 사진제공=대명문화공장 네오프러덕션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 포스터/ 사진제공=대명문화공장 네오프러덕션
“진짜 좋은 SF(공상과학소설)는 바뀐 미래 그 자체가 아니라, 그로 인해 생기는 변화들을 담는 것이다.”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연출 김동연)의 극본을 맡은 박천휴 작가의 말이다.

‘어쩌면 해피엔딩’은 지난 2014년 우란문화재단 프로그램(시야스튜디오)을 통해 개발, 지난해 9월 트라이아웃 공연 단계부터 평단과 관객의 호평을 받은 작품이다. 가까운 미래의 어느 날, 구형이 돼 버려져 홀로 살아가는 두 로봇의 이야기를 그린다.

김재범, 정문성, 정욱진, 전미도, 이지숙, 성종완, 고훈정 등이 출연한다.

전미도는 여성 로봇 클레어를 두고 “버전6의 헬퍼봇(사람을 돕는 로봇)이다. 올리버보다 한 단계 업그레이드됐기 때문에 좀 더 사람에 가깝고, 사회적으로도 발달돼 있다”며 “낡아서 버려진 상태지만 그 상황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긍정적인 성격을 지녔다”고 소개했다.

또 올리버 역의 김재범은 “버전5의 헬퍼봇이다. 옛 주인의 취향을 닮아 아날로그적 감성을 지니고 있다. 주인을 오매불망 기다리는 로봇”이라고 설명했다.

‘어쩌면 해피엔딩’은 미래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지만, 음악과 무대 등은 고전을 택했다. 6인조 라이브 밴드로 이뤄진 오케스트라의 음악을 들을 수 있는 것도 공연의 백미로 꼽힌다.

김동연 연출은 “배경은 미래지만 따뜻한 감성을 담을 수 있는 무대로 꾸미고 싶었다. 아날로그적이고 낡아가는 헬퍼봇을 통해 잊혀져 가는 것에 대한 것도 표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음악을 만든 윌 애런슨은 “미래를 표현하고 있지만 일렉트로닉 사운드 등의 기계음을 사용하지는 않았다. 대신 어쿠스틱을 택해 따뜻함을 살렸다”면서 “이 작품은 공상과학과 인공지능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이간에 대한 이야기라고 생각해서 최대한 감정적으로 담아내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로봇을 연기해야 하는 배우들의 남다른 고충도 있었다.

클레어 역에 이지숙은 “사실 처음에는 로봇을 표현하는 것에 대해 고민이 컸다. 로봇을 소재로 한 영화 영상을 찾아보며 참고를 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이어 “가장 어려웠던 건 고장 나는 로봇을 표현하는 것이었는데, 팔과 다리를 변형하며 거울을 보고 연습하기도 했다”고 토로했다.

그는 “말투와 감정을 학습해가는 것들을 포인트로 삼고, 나머지는 자연스럽게 흘러가도록 했다”고 덧붙였다.

연출과 작가는 ‘어쩌면 해피엔딩’에 대해 미래가 아닌 ‘인간’과 ‘감성’을 다루는 작품이라고 표현했다.

박천휴 작가는 “좋은 SF 이야기는 미래에 생길 자동차를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그로 인해 생기는 사고를 다루는 것이란 말을 들었다”며 “‘어쩌면 해피엔딩’은 ‘미래가 이렇게 바뀌었기 때문에 우리의 감정이 이럴 것이다’라는 전제를 바탕으로 만들었다. 디스토피아 혹은 헬퍼봇의 고통에 초점을 맞춘 것이 아니라 그 미래에서 인간은 어떤 감정을 지닐 것인가를 로봇을 통해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오는 3월 5일까지 DCF대명문화공장 2관에서 공연된다.

김하진 기자 hahahajin@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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