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김하진 기자]
연극 ‘사랑별곡’에 오른 배우 이순재, 손숙/사진제공=스토리피
연극 ‘사랑별곡’에 오른 배우 이순재, 손숙/사진제공=스토리피
진한 울림이 담긴 연극이 막을 올렸다. 바로 ‘사랑별곡’이 그것이다.

‘사랑별곡’은 7일 오후 2시 서울 장충동 동국대학교 이해랑예술극장에서 주요 장면 시연과 기자간담회를 진행했다. 구태환 연출과 출연자 이순재, 손숙, 고인배 등이 참석해 작품에 대한 소개에 나섰다.

‘사랑별곡’은 강화도의 한 시골 장터를 배경으로 우리네 부모님의 정과 한의 정서를 그린다. 이순재와 고인배가 박씨 역으로 더블 캐스팅됐고 손숙이 순자로 호흡을 맞춘다.

노부부 각자의 마음에 묻어둔 진심과 사랑을 순자, 박씨의 이야기로 풀어낸 ‘사랑별곡’은 노부부의 이야기를 한 편의 시 같은 무대로 꾸민다.

배우 손숙(위), 이순재/사진제공=스토리피
배우 손숙(위), 이순재/사진제공=스토리피
데뷔 후 처음으로 한 작품을 통해 만난 이순재, 손숙의 호흡부터 삶의 진정성이 묻어나는 대사와 베테랑 배우들의 연기, 세심한 연출이 조화를 이뤄 작품성과 대중성을 모두 겸비한 공연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구태환 연출은 “2년 전에도 이순재와 ‘사랑별곡’을 올렸는데, 그때도 이 공연이 계속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며 “고령화 문제, 노인의 고립 문제를 두고 아름다운 이야기를 풀어냈다”고 설명했다.

이어 “작품 속 언어들이 참 아름답다. 시와 같은 구절이 많다. 시적인 문학성이 연극으로 표현됐을 때 얼마나 아름다운지 느낄 수 있도록 노력했다”고 덧붙였다.

이순재/
이순재/
이순재는 젊은 시절 아내의 속을 썩인 남편 박씨로 2년 만에 ‘사랑별곡’의 무대에 올랐다. 한층 깊은 박시의 내면을 집중적으로 고민, 보다 극적인 감정 연기를 선사할 예정이다.

이순재는 “박씨는 표현 방식이 거친 인물이다. 하지만 아내에 대한 사랑은 깊다. 아내가 죽고 나서 진심으로 고백하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며 “아내의 무덤 앞에서 마음을 털어놓는 장면은 극에 굉장히 중요한 장면이라고 생각한다”고 귀띔했다.

손숙은 “이순재와 무대 위에서 처음으로 호흡을 맞춘다. 하지만 오래전부터 가족처럼 지냈기 때문에 편안하게 하고 있다”며 “개인적으로는 한 달 전 섹시한 왕비 역을 맡았는데, 이제는 흰머리의 시골 아낙으로 돌아왔다. 오히려 이 모습이 편하다”고 전했다.

연극 ‘사랑별곡’ 무대에 오른 배우 손숙/사진제공=스토리피
연극 ‘사랑별곡’ 무대에 오른 배우 손숙/사진제공=스토리피
그는 또 강화도 사투리에 대해 “굉장히 힘들었다”고 고충을 토로하기도 했다. 더불어 가장 와 닿는 장면으로는 “남편과 못 살겠다는 딸에게 ‘지나고 나면 아무것도 아니다’라고 말하는 장면이 있다. ‘좀 더 살면 깎이고 깎여 닳는다’며 ‘바위처럼 단단해진다’고 말해주는 장면에서 공감했다”며 “우리네 어머니, 혹은 할머니가 자식들에게 하는 이야기가 아닌가 생각한다. 세월이 지나면 뭉툭해진다”고 떠올렸다.

이번 공연은 프롤로그와 에필로그 장면이 추가됐다. 손숙이 연기하는 순자의 마음을 보여주는 듯한 프롤로그는 마치 극 전반을 이끄는 순자의 순애보를 압축해 놓은 듯 다양한 복선을 뒀다. 에필로그는 표현이 서툰 박씨가 미처 순자에게 전하지 못한 진심을 드러낸다. 이는 관객들에게 더 진한 감동과 뭉클함을 안길 것으로 기대된다.

이순재는 “극 중 박씨는 투박하고 표현에 서툰 인물이다. 아내가 살아있을 때는 표현을 잘 못하다가, 죽고 나서 무덤에 정성을 들인다”며 “무덤 앞에서 마지막으로 고백하는 장면이 있는데,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그는 또 “옹졸한 사랑을 용서하라고 털어놓지만, 사랑의 깊이는 대사보다 더 깊다. 스스로 회환하는 장면인데 울림이 크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구태환 연출은 ‘사랑별곡’을 통해 ‘돌아봐야 할 것’에 대한 화두를 던진다.

그는 “이 작품은 돌아봐야 할 것이 무엇인지, 또 한평생을 살면서 생각할 수 있는 것들에 대해 담담하게 담아냈다”고 말했다. 이어 “연극을 처음 보는 관객들에게 연극이 지닌 아름다움, 고급스러움을 알리는 동시에 우리의 삶을 전달하고 싶다”고 전했다.

‘사랑별곡’은 부모님이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박씨, 순자의 이야기를 통해 부모 세대의 삶과 사랑에 대한 가치관을 깨닫게 하는 계기를 마련한다. 소탈하고 정이 가득한 사람들의 이야기로, 남녀노소 모두의 공감대를 이끌어내 감동과 울림을 안길 것으로 예상된다.

오는 10월 1일까지 이해랑예술극장에서 공연된다.

김하진 기자 hahahajin@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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