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김하진 기자]
페스트/사진=서예진 기자 yejin0214@
페스트/사진=서예진 기자 yejin0214@
프랑스 대문호 알베르 카뮈와 대한민국의 ‘문화 대통령’ 서태지가 만났다. 두 사람의 천재적인 재능이 만나 뮤지컬 ‘페스트(PESTE)’가 탄생했다.

‘페스트’는 알베르 카뮈의 ‘페스트’를 원작으로 하며, 서태지의 음악을 편곡해 엮은 창작 뮤지컬이다. 이른바 ‘서태지 뮤지컬’로 통하며 개막 전부터 주목받고 있다.

30일 오후 2시 서울 성동구 행당동 디노체컨벤션에서 제작발표회를 열고, 작품 소개와 탄생 배경을 밝혔다. 아울러 출연 배우들은 ‘버뮤다’ ‘슬픈아픔’ ‘코마’ 등의 넘버를 시연했다.

손호영/사진=서예진 기자 yejin0214@
손호영/사진=서예진 기자 yejin0214@

◆ 카뮈와 만난 서태지


‘페스트’는 노우성 연출, 김성수 음악감독, 정승호 무대디자이너를 비롯해 실력파 크리에이티브팀이 의기투합해 완성했다.

제작사 스포트라이트 김민석 대표는 이날 “사실 서태지를 설득하는 일이 가장 어려웠다. 서태지가 ‘뮤지컬 분야는 잘 모른다’면서, 자신의 곡이 편곡이 될 수 있는지 의아해했다”고 회상했다.

김 대표는 “서태지가 가장 궁금해했던 것이 편곡과 대본이었다. 편곡은 김성수 감독이 공을 들였고, 스토리는 6년에 걸쳐 수정을 하며 완성됐다”면서 “‘페스트’라는 원작을 만나면서 이야기가 급진전됐고, 서태지 역시 마음에 들어 했다”고 탄생 배경을 밝혔다.

서태지는 음악적인 부분에 자문을 했고,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다. 김민석 대표는 “뮤지컬 역시 보러 올 것”이라고 귀띔했다.

죽음의 병 페스트에 대항해 살아남기 위해 천태만상의 인간 군상을 원작보다 극적인 설정, 입체적인 캐릭터, 박진감 넘치는 스토리, 속도감 있는 전개로 풀어낼 계획이다.

노우성 연출가는 알베르 카뮈와 서태지의 만남에 초점을 맞췄다.

그는 “연출로서, 예술적인 방향은 뒤로하고 카뮈와 서태지가 뮤지컬 안에서 자연스럽게, 또 운명적으로 만나게 하는 것이 가장 중요했다”며 “그 작업을 오래하면서 배경과 시대를 원작가 달라 가까운 미래로 설정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카뮈의 부조리 철학이 완벽해진 시스템의 이성적 미래 사회에서 더욱 결여될 것이라고 보고, 그 시스템이 무너졌을 때 그로 인한 부조리함과 그에 대한 저항의식이 극명하게 나타날 수 있을 것”이라며 “스태지의 음악적 특성과도 미래가 잘 맞아떨어진다”고 덧붙였다.

송경옥 책임프로듀서는 “서태지의 음악을 굉장히 열심히 들었다. 가사를 분석하는 것이 중요했는데, 시적이고 추상적이긴 하지만 어렵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음악 역시 다양했다. 작업을 하면서는, 놀랄 정도로 뮤지컬 음악 같은 느낌을 받았다”고 전했다.

보이프렌드 정민/사진=서예진 기자 yejin0214@
보이프렌드 정민/사진=서예진 기자 yejin0214@

◆ “부담 크지만 그만큼…”


‘페스트’에는 김다현, 손호영, 김도현, 윤형렬, 오소연, 피에스타 린지, 김수용, 조휘, 조형균, 보이프렌드 정민, 박준희, 황석정, 김은정, 이정한 등이 출연한다.

뮤지컬계에서 10년 이상 활동한 베테랑 배우부터 대학로의 황태자로 불리는 조형균에 이르기까지 탄탄한 연기력과 노래 실력을 갖춘 알짜들이 모였다.

주인공 리유 역은 김다현, 손호영, 박은석이 캐스팅됐다.

손호영은 “사실 부담이 크다”면서도 “서태지를 어렸을 때 좋아했고, 존경하는 뮤지션이다. 그래서 부담이 크지만, 그만큼 부르면서 즐겁다”고 말했다.

또 “무대를 준비하면서도 서태지의 음악들이 많은 가능성을 품고 있다는 걸 느낀다”고 애정을 표했다.

김다현 역시 ‘페스트’를 선택한 이유로 ‘서태지 음악’을 꼽았다.

그는 “많은 분들이 서태지의 음악이 어떻게 뮤지컬화되는지 궁금해하실 것이다. 저 역시 서태지의 노래를 뮤지컬화 시키는 것에 대해 계속 고민하고 있다. 고민이 저에게는 새로운 도전 같은 느낌”이라며 “많은 창작 뮤지컬을 해왔지만, 서태지 음악을 뮤지컬로 어떻게 표현될까 무척 궁금했다. 그런 것들을 표현해보고 싶은 마음에 결정했다”고 전했다.

생애 첫 뮤지컬에 도전하는 보이프렌드 정민과 이번 작품이 두 번째인 피에스타 린지 역시 작품에 활력소 역할을 할 예정이다.

정민은 “사실 출연이 결정되고 난 뒤에도 실감이 나지 않았다”며 “선배님들에게 민폐가 되지 않도록 열심히 노력할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린지는 뮤지컬의 매력에 푹 빠졌다. 그는 “화려한 조명, 짧은 시간에 집중력을 요구하는 가요 프로그램과는 달리 두 시간 이상의 공연을 이끌어가는 라이브에 매력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왼쪽부터) 음악감독 김성수, 연출 노우성, 기획 제작 총괄 김민석, 책임 프로튜서 송경욱/사진=서예진 기자 yejin0214@
(왼쪽부터) 음악감독 김성수, 연출 노우성, 기획 제작 총괄 김민석, 책임 프로튜서 송경욱/사진=서예진 기자 yejin0214@
‘페스트’는 뮤지컬, 가요, 드라마, 영화, 연극까지 장르와 세대를 뛰어넘는 다이내믹한 조합으로 구성된 작품이다. 여기에 서태지의 음악을 조화롭게 표현할 보컬리스트로 선별했고, 알베르 카뮈가 던지는 메시지 역시 극에 오롯이 녹였다.

알베르 카뮈와 서태지의 만남, 출중한 실력을 갖춘 배우들과 제작진. 혁신적인 작품 ‘페스트’가 관객들에게 어떤 울림을 선사할지 기대가 쏠린다.

오는 7월 22일부터 9월 30일까지 LG아트센터에서 공연된다.

김하진 기자 hahahajin@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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