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이은호 기자]
브라운아이드소울
브라운아이드소울
지난 14일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그룹 브라운아이드소울(이하 브아솔) 콘서트 현장. 약 2시간 여 동안 선글라스를 끼고 있던 나얼이 선글라스를 벗고 맨 눈을 드러냈다. 순간, 객석에서 엄청난 환호가 일었다. 영준은 장난스럽게 투정했다. “공연이 시작된 이후로 이렇게 큰 환호는 처음이네요. 여러분. 정말 해도 해도 너무 하세요.” 그리고 이어진 성훈의 한마디. “기승전나얼이라고 하잖아요.”

한 때 브아솔은 ‘나얼과 아이들’이라는, 그다지 유쾌하지 않은 별명으로 불리기도 했다. 주축이 되어 팀을 꾸린 것도 나얼이었고, 보컬적인 측면에 있어서 나얼의 존재감이 큰 까닭이기도 했다. 정엽을 시작으로 멤버 전원이 솔로 활동을 시작하면서 인지도 격차가 제법 줄어들었지만, 여전히 나얼 외 3인의 멤버들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많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준비했다. 네 남자의 매력 탐구서.

브라운아이드소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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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엽, 수준급 여심 저격수

이날 정엽은 자신의 솔로 무대에서 기타를 둘러맨 채 등장했다. 그리고는 성큼성큼 무대 아래로 내려가 계단 위에 주저 않았다. 신기한 일이 벌어졌다. 계단이 천천히 움직이며 정엽을 객석 한 가운데로 데려간 것이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정엽은 뚜벅뚜벅 계단을 마저 내려오더니 객석 이곳저곳을 자유롭게 누비며 노래를 불렀다.

선곡 또한 파격적이었다. 자신의 솔로곡 ‘마이 밸런타인(My Valentine)’을 짧게 부르더니 에드 시런의 ‘씽킹 아웃 라우드(Thinking out loud)’를 부르기 시작했다. 밴드나 관현악단의 도움 없이 자신의 기타 연주에만 의존해서 말이다. 감미로운 정엽의 목소리는 로맨틱한 가사와 멋들어지게 어우러졌다. 정엽이 가까이 다가오자 어떤 여인은 양 손으로 크게 하트를 그렸고, 또 다른 여인은 공연장이 떠나가라 소리를 질렀다. 정엽은 여유롭게 웃으며 관객들과 눈을 맞추고 악수도 건넸다. 콩닥대는 심장을 가라앉히고자 크게 숨을 들이켰을 때, 다음과 같은 노래가 이어졌다. “우리가 함께 있는 곳에서 사랑을 찾을 거예요.(we found love right where we are)” 정엽의 여심 저격이 성공으로 끝나는 순간이었다.

# 영준, 숨겨진 예능 보석

브아솔의 노래는 애절한 발라드나 로맨틱한 러브송이 대부분이다. 그래서 상상도 못했다. 영준에게 이런 입담이 숨겨져 있었던 줄.

공연 초반부터 영준은 입에 시동을 걸기 시작했다. “이런 기념일에는 연인 손에 끌려서 오거나, 데이트 차 오신 분들이 많아요. 그런 분들의 얼음장 같은 리액션. 저희는 굉장히 멘탈이 약하기 때문에 호응을 보내주셔야 해요.”

영준은 멘트 시간 마다 즐거운 농담으로 관객들을 웃게 했다. 성훈이 조심스러운 말로 사진 촬영을 부탁드리자, 그는 “성훈이가 말을 참 예쁘게 한다. 나는 ‘핸드폰 찢어버린다’ ‘선처 없다’고 말했을 텐데”라고 덧붙여 폭소를 유발했다. 이야기가 마가 뜰 때쯤에는 “우리가 정신이 많이 해이해져 있는 것 같다. 발라드로 정신을 다잡아보겠다”라며 센스 있게 분위기를 전환시키기도 했다.

그렇지만 영준의 가장 큰 매력은 입담이 아닌 목소리. 그는 특유의 부드러운 저음으로 노래의 중심을 잡고 분위기를 더했다. 솔로곡 ‘어떻게 너를 사랑하지 않을 수가 있겠어’ 무대에서는 잔잔하고 소박한 발라드를 들려주며 브아솔과는 또 다른 감동을 안겨줬다.

브라운아이드소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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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훈, 넓은 하늘로 훨훨 날아가리

성훈의 활약은 단연코 빛났다. 시작은 브릿지 연주에서부터였다. 멤버들이 의상을 갈아입는 사이, 밴드는 신나는 곡을 연주하며 미리부터 공기를 예열했다. ‘써 듀크(Sir Duke)’의 흥겨운 리듬에 맞춰 발을 구르고 있을 때, 갑자기 성훈이 등장해 노래를 시작했다. 미리 받은 큐시트에는 분명 없었던 레퍼토리였다. 솔로 무대가 아직 덜 끝난 건가, 길게 생각할 틈도 없이 노래에 몸을 맡겼다. 성훈도 그랬다. 브라스 연주자들 앞에서 차진 댄스를 선보이더니, 급기야는 허리를 튕기는 퍼포먼스로 객석을 초토화시켰다. 정엽은 “지금까지 투어에서는 연주만 있었다. 성훈의 노래가 들어간 건 서울 공연이 처음”이라고 설명해 더욱 큰 환호를 이끌어 냈다.

‘텐더 아이즈(Tender eyes)’ 무대에서도 성훈의 활약은 빛났다. ‘텐더 아이즈’는 힙합그룹 에픽하이의 타블로가 피처링한 곡. 성훈은 타블로 몫의 랩을 훌륭히 소화해내며 분위기를 달궜다. 영준은 “성훈이가 끼가 많다. 더 넓은 하늘로 훨훨 날아갈 수 있을 것이다”라며 “혹시 대형 기획사의 관계자들이 와 있다면 연락 달라”고 농담을 덧붙여 폭소를 안겼다.

# 나얼, 명불허전 원톱 스트라이커

그래도, 역시 나얼은 나얼이었다. 그야말로 원톱 스트라이커. 섬세한 가창은 유려한 드리블 같았고 폭발적인 고음은 시원한 중거리 슈팅 같았다. 첫곡 ‘러브 발라드(Love Ballad)’부터 마지막곡 ‘얼웨이즈 데어(Always There)’까지 나얼의 목소리가 입혀지자 브아솔의 색깔도 분명해졌다.

나얼은 대중에게도 충실했다. 대표적인 예가 솔로무대다. 멤버들에 따르면 나얼이 부르고 싶어 했던 곡은 새 앨범 수록곡 ‘랩처(Rapture)’였다. 그러나 대부분의 관객들은 나얼이 ‘같은 시간 속의 너’를 불러주기를 바랐을 터. 라이브 무대를 자주 갖는 팀이 아니기에 레퍼토리를 양보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얼은 대중에게 응답했다. 영준은 “‘같은 시간 속의 너’를 부르지 않으면 환불사태가 일어날지도 모른다”고 농담 삼아 말했지만, 결국 나얼은 대중가수로서의 책임을 저버리지 않은 셈이다.

이은호 기자 wild37@
사진. 산타뮤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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