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이은호 기자]
하춘화
하춘화
“노래란 것은 우리 생활에 있어서 슬플 때나 기꺼울 때나 꼭 있어야만 한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나이 어린 제가 여러분의 생활에 도움이 되는 노래를 부를 수 있을까 퍽 걱정이 됩니다. 아무튼 한 번 불러보겠어요.”

1961년, 아마 여러분의 절반 이상이 태어나기도 전이었을 그 시절, 만 6세의 꼬마 숙녀가 가요계에 데뷔했다. 그의 이름은 하춘화. 소녀는 알았을까. 반세기를 훌쩍 넘긴 후에도, 많은 이들의 축복 속에서 노래 부르게 되리란 것을.

지난 15~16일, 서울 종로구 세종로에 위치한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하춘화 노래 55 나눔·사랑 리사이틀’이 개최됐다. 이틀간 총 3회에 걸쳐 진행된 이번 공연에서 하춘화는 자신의 히트곡에서부터, 국민 애창곡과 팝송, 심지어 가곡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레퍼토리를 선보였다. 하춘화와 오랜 시간 호흡을 맞춰 온 방송인 이상벽이 진행을 맡았고, 가수 태진아, 김흥국, 박상철이 게스트로 출연해 훈훈함을 더했다.

이번 공연은 하춘화의 데뷔 55주년을 기념하는 공연이자, 수익금의 일부를 소외 계층에게 기부하는 자선공연이기도 했다. 지난해 12월, 공연을 앞두고 열린 기자회견에서 하춘화는 “여태까지 기부한 금액이 총 200억 원에 달한다. 처음엔 아버님의 뜻에 따라 시작한 일이지만 이제는 나의 사명감처럼 느껴진다”고 말했던 터. 실제로 하춘화는 수익금 기부는 물론, 본 공연이 시작되기 하루 전인 15일 소외 계층 관객들을 초대해 위로 공연을 진행하는 등 ‘원조 기부 천사’로서의 면모를 아낌없이 뽐냈다.
하춘화
하춘화
공연 구성 또한 알찼다. 세종문화회관은 대중 가수에게 쉽게 문을 열어주지 않던 곳. 하춘화는 지난 1992년 대중가수로서는 세 번째로 세종문화회관에 입성, 이후 굵직한 공연을 이곳에서 개최해왔다. 이는 유명세만으로 이뤄낸 일이 아니었다. 알짜배기 무대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먼저, MBC 교향악단과 6인조 코러스 세션이 무대에 상주하며 풍성한 사운드를 만들어냈다. 하춘화는 자신의 히트곡과 국민 애창곡은 물론, 10인조 오케라 앙상블과 함께 한 ‘울게하소서’ ‘렛 잇 비(Let it be)’ 무대, 무려 3년 동안 준비했다는 탭댄스 퍼포먼스 등을 선보이며 관객들의 눈과 귀를 즐겁게 했다. 피날레 무대에서는 전통 가요를 중심으로 오페라, 탭댄스, 심지어 남사당패까지 가세한 ‘특급’ 콜라보레이션이 펼쳐지기도 했다. 장관이었다.

이날 하춘화는 등장과 함께, “저는 오늘 나오면서 이런 생각을 했어요. 여러분들을 좀 더 행복하게, 젊어지게 만드는 공연을 하자, 올 한 해 에너지를 불어넣어주는 공연을 하자는 생각 말입니다”고 말했다. 55년 전 “여러분들의 생활에 도움이 되는 노래를 부를 수 있을까 걱정이 된다”던 소녀가, 어느새 관객들을 회춘을 책임지는 기적의 가수가 된 것이다. 실제로 백발이 검어진다거나 굽은 등이 곧게 펴지는 마법은 일어나지 않았지만, 공연장을 나서는 관객들의 얼굴에는 즐거운 미소가 가득 피었다. 우리네 생활에 도움이 되는 미소, 슬픔을 견디게 하고 기쁨을 배가 시키는 미소가.

이은호 기자 wild37@
사진. HA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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