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이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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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에 등장한 로이킴이 갑자기 무릎을 꿇었다. 불편해 보이기도, 심지어 우스꽝스러워 보이기도 한 그 자세로 로이킴은 노래를 시작했다. “파도가 잠시 남기고 간 새하얀 모래사장 위에 너의 이름과 나의 마음을 쓰고 두 눈을 감았다.” (‘파도’ 中) 로이킴이 음악을 어떻게 대하고 있는지, ‘파도’와 그의 꿇린 무릎이 말해주는 듯 했다.

지난 18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로 연세대학교 백양콘서트홀에서는 ‘2015 로이킴 연말 콘서트 북두칠성’이 열렸다. 이날 로이킴은 최근 발매된 정규 3집 ‘북두칠성’의 수록곡 전곡을 비롯해 ‘러브 러브 러브(Love Love Love)’ ‘봄봄봄’ ‘이 노래 들어요’ 등의 히트곡을 들려줬다.
로이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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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들의 음악감상회 취재 현장에서 가끔 이런 생각을 한다. 지금 이 이야기, 앨범에 대한 설명을 가장 귀하게 들어줄 사람은 어쩌면 취재진이 아니라 팬들이지 않을까. 로이킴은 이 같은 아쉬움을 알아차리기라도 한 듯, ‘북두칠성’ 수록곡 전곡의 탄생 비화를 조근조근 설명했다.

“이번 노래는 ‘남기고 떠나죠’라는 곡인데요. 외로움이나 우울함, 너무 인간적이고 자연스러운 감정들이죠. 그 감정들을 우리는 아픔이라고 생각하고 참 많이 힘들어합니다. 그 아픔들을 저는 일부로 3집에 담았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트랙인 ‘남기고 떠나죠’에서 ‘내 몸에 끼어있었던 더러운 것들을 이번 앨범에 모두 배출해냈으니, 나는 이제 빈속으로 가뿐하게 걸어 나가겠다’는 다짐을 담았어요. 여러분들도 이 곡을 듣고 난 뒤에 ‘이 아픔이 우리에게 뭔가를 더 알려주고 있구나’ 생각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 같이, 빈속으로 걸어가죠.”
로이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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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곡 무대에서는 로이킴의 새로운 매력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는 마이클 잭슨의 ‘러브 네버 펠트 소 굿(Love never felt so good)’을 부르며 객석 곳곳을 누볐다. 팬들은 뜨겁게 환호했고, 로이킴은 깜짝 문워킹을 선보이며 분위기를 달궜다. 이어 그는 자이언티의 ‘꺼내먹어요’를 자신만의 어법으로 재해석해 팬들에게 유쾌한 힐링을 전하기도 했다.

크리스마스를 몇 주 앞둔 만큼 팬들을 위한 선물도 준비됐다. 로이킴은 ‘잇츠 크리스마스 데이(It`s Christmas Day)’ 무대에 앞서 산타클로스 의상을 착장, 객석을 향해 인형 선물을 던지며 미리 크리스마스를 즐겼다. 팬들도 로이킴을 위해 선물을 준비했다. 플래쉬 이벤트가 바로 그것. 마지막곡 ‘북두칠성’에서였다. 어딘가로 후두둑 불빛이 떨어지는가 싶더니, 이내 객석 전체가 밝아졌다. 로이킴은 객석을 천천히 뜯어보며 팬들의 모습을 두 눈 가득 담았다.

“1월에는 다시 공부하러 미국에 들어가요. 공부하고 와야 좋은 음악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래서 그동안 또 기다려주셔야 할 것 같은데… 기다림이 있기에 다시 만났을 때 떨리고 행복한 것 같습니다. 저는 이 떨림이 너무 좋아요. 무대에 올라오기 전에 떨리지 않는 날이 올까봐 걱정될 정도로요. 계속 이렇게 떨리고 싶습니다.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로이킴
로이킴
로이킴의 3집 앨범명이자 타이틀곡의 제목이기도 한 ‘북두칠성’은, 과거 항해사들에게 가야할 방향을 알려주는 별자리였다. 로이킴에게도 이번 앨범 ‘북두칠성’은 뮤지션으로서의 방향성에 확신을 준 작품이 됐다. 그는 “김치도 오래 삭힌 오모리가 더 맛있듯, 이 앨범도 시간을 두고 나서 들으면 더 맛있고 멋지게 삭혀질 것 같다. 감사하고 행복하다”며 만족감을 표했다. 그리고 이러한 행복은 새로운 소망으로 이어졌다. 팬들에게 힘을 주고 싶다는 소망.

“언젠가 어느 방향으로 가야할지, 어떤 길을 택해야 할지 모르겠을 때가 오겠죠. 그 때 제 앨범을 들으시고, 비록 정답을 찾진 못할지라도 어떤 방향을 향해 나아갈 수 있는 힘을 얻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이날 공연이 끝난 뒤, 로이킴은 공연장 외부 로비에서 팬들과 다시 한 번 만났다. 아무런 장애물이 없는 곳에서, 로이킴은 보다 가까이에서 팬들과 호흡하고 소통했다. 그의 진심이 전해진 걸까. 또 한 번의 이별을 눈앞에 두고도, 팬들의 얼굴에는 행복한 미소가 피어올랐다.

이은호 기자 wild37@
사진. CJ 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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