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선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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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가수예요. 노래하는 것이 좋고요. 마이크 잡은 것이 좋고, 말하는 것보다 노래로 내 감정표현을 더 잘 할 수 있고, 그것을 사랑합니다.”

5년 만에 새 앨범 ‘세렌디피티’로 돌아온 이선희가 25일 올림픽공원 우리금융아트홀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선희가 1984년 ‘제5회 강변가요제’에서 ‘J에게’로 대상을 받으며 가요계에 혜성과 같이 등장한 지도 벌써 30년이 흘렀다. 이선희는 “새 앨범을 본격적으로 준비한 지난 2년간은 혼자만의 시간이었다. 30주년을 앞두고 내가 어떤 가수로 자리매김해야 할지 고민이 컸다. 앨범이 세상에 나올 때쯤이 돼서 한 사람 한 사람의 힘이 합쳐져 드디어 여러분 앞에 선보이게 됐다”라고 말했다.

이선희는 새 앨범의 11곡 중 9곡에 작곡, 7곡에 작사로 직접 참여하며 싱어송라이터로 면모를 보였다. 이선희는 “평소 살면서 느낀 것 이야기들이 가사로 앨범에 들어가게 됐다”며 “항상 내 옆에 있어서 소중함을 몰랐던 것들의 가치를 알게 되는 깨달음이 있었다. 그런 것들로 인해 삶이 다르게 보이더라. 그렇게 좋을 수 없었다. 그런 것들을 음악으로 표현해보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이선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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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앨범을 준비하면서 이선희는 약 100여 개의 곡을 만들었다. 각각의 곡에는 이선희의 인생철학도 담겼다. 이선희는 “나이가 들면 현명해질 거라 생각했는데 흔들리고 요동치는 것은 똑같다. ‘나에게 주는 편지’는 여전히 해답을 못 찾는 나 자신을 노래한 곡이다. ‘이제야’는 평소 많은 것을 표현하는데도 정작 나는 위로 받지 못하고 산다는 생각이 들어 그런 분들을 위로하기 위해 만들었다. 노래로 따뜻함을 전하고 싶었다. ‘나는 간다’는 삶에 대한 이야기를 무겁지 않게 표현해보려 했다. 요새는 메시지를 던지거나 심각한 가사를 싫어한다고 하더라. 하지만 저는 삶에 대해 가볍지 않게 이야기를 해보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이선희는 새 앨범에서 작곡과 함께 편곡 작업에까지 참여하며 앨범의 완성도에 심혈을 기울였다. 하지만 대중에게는 작곡가보다는 보컬리스트의 이미지가 크게 각인돼 있다. 이선희는 “굳이 싱어송라이터로 기억되고 싶은 생각은 없다”며 “제가 곡을 쓰는 이유는 제가 가진 목소리를 더 잘 표현하기 위해서다. 작곡가들이 기억하는 이선희의 이미지가 있다. 항상 제가 낼 수 있는 소리의 미니멈 맥시멈에 맞는 곡을 만들어서 주곤 한다. 그러면 변화하기 힘들다. 평상시 진짜 제 모습이나 취향은 제가 더 잘 아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선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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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희는 노래 외에 음악을 만드는 것에 대한 강한 욕심도 내비쳤다. 이선희는 “작곡을 하다 보니 다양한 음악을 들어보고 좋아하게 된다. 록, 국악 등을 하면서 이런 장르를 하면 내 자신이 어떻게 변하는지를 감지하게 된다. 그러다보면 음악을 통해 저를 표현하고자 하는 욕구가 점점 커지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가사에 대해서는 “가사가 주는 힘이 무한히 큰 것을 좋아한다. 듣고 흘리는 감성적인 곡도 좋지만, 곱씹고 생각할 수 있는 그런 가사가 더 좋다. 앞으로 그런 가사를 쓸 것”이라고 말했다.

신보에서는 이선희 나름의 실험적인 음악도 들어볼 수 있다. 이선희는 “14집까지는 편곡에 참여하지 않았다. 이번에는 직접 편곡에 참여해서 새로운 것들을 담아보고자 했다. ‘썸데이’는 제 주변의 모든 소리들, 소음들이 음악에 자연스럽게 묻어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만들었다. ‘너를 만나다’는 제가 좋아했던 이브 몽땅 시절의 음악적 취향을 나타내보려 했다. 그런 사운드를 내기 위해서 이펙팅을 가미했다. LP를 듣는 것처럼. 그 외에 기타로 베이스 영역을 연주하는 등 여러 가지 실험을 해봤다. 하지만 어렵게 하지는 말자고 했다. 우리는 대중음악을 하는 것이니까. 굳이 우리의 노력을 알지 않아도 음악의 감성에 자연스럽게 젖을 수 있었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이선희 신보에는 이단옆차기, 박근태, 김이나 등 인기 작곡가, 작사가를 비롯해 고찬용과 같은 실력파 아티스트, 에피톤 프로젝트, 선우정아와 같은 후배들도 참여했다. “젊은 친구들과 함께 작업해보려 했다. 그런데 이 친구들이 저랑 생활패턴이 달라 애를 먹었다. 전 아침에 일어나는데 이 친구들은 낮에 자고 밤에 일하는 올빼미 생활을 하더라. 그들과 시간을 절충해 오후 4시에 녹음을 햇는데 후배들이 잠에서 덜 깨서 나오곤 했다. 이들을 후배들을 일찍 일어나게 하려 어르고 달래고 했는데 결국은 제가 맞췄다”라고 말했다.

이선희
이선희
이선희는 평소 후배들의 열심히 듣는 편이다. 이선희는 “평소 가요 프로그램을 모니터한다. 그리고 홍대에서 자기 음악을 하는 인디뮤지션들의 공연도 찾아다닌다. 아이돌그룹은 잘 모르는데, 요새 남자 아이돌그룹은 음악이 다양해진 것 같아요. 댄스 외에 메탈 사운드의 음악도 있고 힙합 안에서도 장르를 나눠서 나오는 움직임이 있더라”라고 말했다.

30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한결 같은 모습을 보인 비결은 뭘까? “돌아보면 매년 의미 있는 시간들이었어요. 늘 좋지는 않았어요. 외롭게 시간을 보낼 때도 있고, 지금 이 시간보다 훨씬 더 좋은 관심, 박수 속에서 해를 맞은 적도 있죠. 제가 이렇게 기쁨으로 노래를 누릴 수 있는 것은 한 곳에 머무르지 않아서인 것 같아요. 제가 히트곡을 내려고만 했다면 지금의 저는 없었을 거예요.”

글. 권석정 moribe@tenasia.co.kr
사진. 팽현준 pangpang@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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