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2월 개봉 영화./
2021년 12월 개봉 영화./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부터 '킹스맨: 퍼스트 에이전트' '호빗: 다섯 군대 전투' '매트릭스: 리저렉션'까지 장르를 불문, 영화팬들을 들썩이게 할 할리우드 대작들이 12월 줄줄이 개봉한다. 이런 가운데서도 한국영화는 눈치싸움만 하고 있다. CJ ENM, 롯데엔터테인먼트, 쇼박스 등 대형 배급사들이 몸을 사리고 있는 탓에 연말 극장가엔 할리우드 영화들만 신나게 뛰어 놀 멍석이 깔렸다.

오는 12월, 무려 70편이 넘는 영화가 개봉한다. 액션, 코미디, 판타지, 애니메이션 등 장르도 다양하다. 29일 현재 네이버 영화 정보에 따르면 이 중 한국영화는 '이상존재', '타이거 마스크', '킹 메이커', '여타짜', '나는 조선사람입니다', '총을 들지 않는 사람들: 금기에 도전', '팬텀: 더 뮤지컬 라이브', '사막을 건너 호수를 지나', '소설가 구보의 하루', '기우제', '태일이', '꽃손', '타짜' 등 12편 정도다.

설경구·이선균 주연 영화 '킹메이커'(배급 메가박스중앙(주) 플러스엠)를 제외한 대부분이 저예산 독립영화이거나, 다큐영화다. 또 '태일이'는 애니메이션, '타짜'는 개봉 15주년을 맞아 리마스터링 버전으로 재개봉한다.

사실상 '흥행'을 기대할 수 있는 상업영화는 '킹메이커' 뿐이다. '위드코로나' 이후 극장 영업 시간이 길어졌다지만, 확진자 수가 줄고 있지 않아 극장가는 여전히 예년만큼 활발하지 못한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 톱배우들이 출연하거나 많은 제작비를 들인 이른바 기대작 개봉과 관련해 눈치 싸움 중이던 CJ ENM, 롯데엔터테인먼트, 쇼박스, NEW 등 대형 배급사들은 12월 성수기를 거의 포기한 분위기다. 코로나19가 발발하면서 개봉을 미루고 미뤘던 기대작을 여전히 내놓지 못하고 있다. CJ ENM의 경우 2020년 개봉 예정이던 '영웅'(윤제균 감독) 대신 '타짜' 리마스터링 재개봉을 선택했다.

이런 대형 배급사들이 연말에 이어 연초까지, 기대작을 내놓을 지 미지수다. '비상선언'부터 '해적2', '해피 뉴 이어', '범죄도시2', '경관의 피'까지 기대작으로 언급 됐던 작품들이 1월 개봉을 예고 했지만, CJ ENM, 롯데엔터테인먼트, 쇼박스 등은 개봉일을 확정 짓지 못했다.

쇼박스가 배급하는 '비상선언'은 사상 초유의 재난상황에 직면해 무조건적인 착륙을 선포한 비행기를 두고 벌어지는 항공 재난 영화로, 송강호, 이병헌, 전도연, 김남길, 임시완, 김소진, 박해준 등 초특급 라인업을 자랑하며 '더킹' '관상'을 연출한 한재림 감독이 메가폰을 잡아 기대를 더한다. 영화계에서는 '모가디슈'를 잇는 초특급 흥행을 예상하고 있다.

CJ ENM은 '해피 뉴 이어' 롯데엔터테인먼트는 '해적2', 메가박스중앙(주) 플러스엠이 '범죄도시2' 개봉을 예고 했지만, 개봉일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이들 대형 배급사들은 여전히 개봉일자를 조율중인것으로 알려졌다.

'경관의 피' 또한 제작보고회를 열었지만 아직 개봉일은 나오지 않았다. 이 영화는 출처불명의 막대한 후원금을 받으며 독보적인 검서실적을 자랑하는 광수대 에이스 강윤과 그를 비밀리에 감시하는 임무를 맡게 된 원칙주의자 경찰 민재가 그리는 범죄 액션 영화로 조진웅, 최우식, 박희순 등이 열연했다. 경관의 피는 '악인전' '소리도 없이' 등을 내놓은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가 배급한다.

문제는 12월이다. 역대 한국영화 관객수 순위를 살펴 보면 3위인 '신과함께-죄와 벌'이 12월 20일 개봉해 누적 관객수 1441만 4658명을 동원 했고, 4위인 '국제시장'이 12월 17일 개봉해 1426만 3980명을 기록했다. 이 외에도 '변호인' '실미도' '왕의 남자' 등 역대 1000만 영화들이 12월에 개봉한 바 있다. 그야말로 성수기다.

올해 연말에는 앞서 언급했 듯 마블 영화 '스파이더맨: 노웨이 홈'(12월 15일 개봉)부터 앞서전작으로 전세계적인 흥행을 기록한 '킹스맨' '매트릭스' 등의 새로운 시리즈가 국내에서 개봉한다.

성수기인데도 대형 배급사는 손익분기점을 넘기지 못할 것을 우려해 정면 도전 보다 피해 가는 길을 모색하고 있는 모양세다. 할리우드 대작들이 마음 놓고 뛰어 놀 멍석을 깔아주는 셈이다. 2022년 한국영화의 완벽한 부활을 위해 2021년 후반전부터 조금 더 과감해 지면 어떨까 싶다. 연말에 볼만한 한국영화가 없다는 것은, 국내팬들에겐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는 상황이다.

노규민 텐아시아 기자 pressgm@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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