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유나의 듣보드뽀》
'연모' 시청률 하락세, 수도권 4%대까지
늘어지는 전개+설득력 없는 캐릭터 설정
'홍천기' 종영 속 시청률 반등 성공할까
'연모' 포스터./사진제공=KBS
'연모' 포스터./사진제공=KBS


《태유나의 듣보드뽀》

태유나 텐아시아 기자가 현장에서 듣고 본 사실을 바탕으로 드라마의 면면을 제대로 뽀개드립니다. 수많은 채널에서 쏟아지는 드라마 홍수 시대에 독자들의 눈과 귀가 되겠습니다.
사극 강자 KBS, '연모'로 주춤…늘어지는 전개에 캐릭터 매력도 반감

'암행어사: 조선비밀수사단', '달이 뜨는 강' 등 최근 퓨전 사극 드라마에서 시청률 강세를 보인 KBS가 휘청이고 있다. 매회 시청률 하락세는 물론, 늘어지는 전개와 어설픈 캐릭터 설정, 미스 캐스팅으로 난항을 겪고 있는 새 월화드라마 '연모'의 현주소다.

'연모'는 쌍둥이로 태어나 여아라는 이유만으로 버려졌던 아이가 오라비 세손의 죽음으로 인해 남장한 세자가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로, '남장여자 왕세자'라는 파격적인 설정에 방송 전부터 기대와 우려가 쏟아졌다. 지금까지 남장여자를 소재로 한 드라마는 많았지만, 왕이라는 설정은 아주 생소했기 때문. 이것을 시청자들에게 얼마나 납득 시킬 수 있는지가 최대 관건이었다.

'연모'는 1회부터 2회 중반까지 아역 배우들이 극을 이끌었다. 배수빈, 한채아 등 안정적인 연기력을 갖춘 성인 배우들이 무게 중심을 잡았고, 세손 이휘와 어릴 때 궁 밖으로 내보내진 여아 담이 역을 맡은 최명빈은 어린 나이임에도 1인 2역 연기를 자연스럽게 해냈다. 골격이 다 자라지 않은 나이대 역할이기에 남장에도 큰 어색함이 없었다. 정지운의 어린 시절을 연기한 고우림은 순수한 소년미로 시선을 사로잡았다.
'연모' 박은빈, 로운./사진제공=KBS
'연모' 박은빈, 로운./사진제공=KBS
그러나 10년이 흐른 뒤, 박은빈과 로운이 본격적으로 등장하면서 극의 설득력은 현저히 떨어졌다. 서늘함과 단단함을 갖춘 왕세자의 위엄을 보여주기에는 박은빈의 체격과 키가 너무나 작았기 때문. 왜소한 체구에 그렇지 못한 굵고 힘 있는 발성은 작위적으로 보이기까지 했다. 여기에 박은빈과 로맨스 케미스트리를 보여야 할 로운의 키는 190cm로 배우 중에서도 눈에 띄는 장신이다.

이러한 키 차이가 현대극이나 학원물이었다면 설레는 키 차이로 '심쿵'을 불러일으켰을지도 모른다. 앞서 로운이 드라마 '어쩌다 발견된 하루', '선배, 그 립스틱 바르지 마요'에서 김혜윤, 원진아와 바람직한 키 차이로 화제를 모았듯이 말이다. 그러나 남장여자, 그것도 여자의 신분이 더 높은 상황에서 이러할 피지컬의 차이는 오히려 독이 됐다.

여기에 감초 조연들이 담당해야 할 '코믹'을 남자 주인공이 맡으면서 캐릭터의 무게감도 반감됐다. 정지운(로운 분)이 이휘(박은빈 분)의 스승(세자시강원 서연관)으로 들어오고부터는 이렇다 할 내용의 진전도 없는 상황. 이휘와 정지운은 티격태격하다 묘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다시금 정신을 차리는 행동의 반복만 있을 뿐이었다. 이러한 설정 탓에 두 사람의 연기도 이렇다 할 매력을 발산하지 못하고 있다.
'연모' 남윤수./사진제공=KBS
'연모' 남윤수./사진제공=KBS
오히려 서브 남자 주인공인 왕실 종친 이현(남윤수 분)의 존재감이 상당할 정도. 어릴 적부터 이휘과 여자임을 알고 그를 곁에서 지켜주고, 항상 웃고 있다가도 이휘에게 해를 끼치는 사람에게는 살벌한 경고도 잊지 않는 '일반적인' 남자 주인공의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두 사람의 로맨스는 근친이라 이뤄지지는 않겠지만.

이렇듯 매력 없는 남주와 남장여자 설정을 제대로 이해시키지 못한 여주로 인해 케미가 살아나지 않는 상황 속, 시청률은 2회 6.7%로 최고 시청률로 찍고 계속 하락세를 보이며 5%대까지 떨어졌다. 5회에서는 수도권 가구 시청률 4%대를 찍었다. 올해 KBS서 방송된 퓨전 사극 '암행어사', '달이 뜨는 강'이 매주 상승세를 보이며 최고 시청률 10%대를 돌파한 것과는 다른 양상이다.

물론 '연모'에게도 시청률 반등의 기회는 있다. 동시간대 경쟁작이자 시청률 1위였던 SBS '홍천기'가 종영했기 때문이다. 특히 SBS는 '홍천기' 후속 드라마를 편성하지 않아, '연모'는 지상파 단독 월화드라마라는 큰 메리트까지 거머쥐었다. 그러나 20부작 '연모'가 가야 할 길은 아직 멀다. 캐릭터의 한계가 걸림돌로 작용하는 상황 속 알맹이 없는 전개들이 반복된다면 고정 시청자들에게도 외면받을 수 있다는 걸 잊지 말아야 한다.

태유나 텐아시아 기자 youyou@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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