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건의 오예≫

오늘, 주목할 만한 예능
외면 받는 '아형'→'뭉찬'
'아는 형님' 멤버들/ 사진=JTBC 제공
'아는 형님' 멤버들/ 사진=JTBC 제공


≪정태건의 오예≫
'콘텐츠 범람의 시대'. 어떤 걸 볼지 고민인 독자들에게 정태건 텐아시아 기자가 '예능 가이드'가 돼 드립니다. 예능계 핫이슈는 물론, 관전 포인트, 주요 인물, 비하인드 스토리까지 낱낱히 파헤쳐 프로그램 시청에 재미를 더합니다.

시청률 1% 늪에 빠진 JTBC 예능, 이러다간 '뭉찬2'도 무너진다

JTBC 예능 프로그램이 전반적인 침체 분위기를 맞고 있다. '뭉쳐야 찬다', '아는 형님' 등 간판 프로그램부터 신생 예능까지 좀처럼 부진의 늪에서 빠져나오질 못하고 있다.

300회를 넘긴 최장수 프로그램 '아는 형님'은 최근 1%대 시청률로 주저앉았다. 지난달 시간대를 옮긴 뒤 벌써 두 번째다. 위기를 탈출하기 위해 편성 이동을 결정했으나 도리어 스스로의 호흡기를 떼어내버린 모양새다.

지난 23일 방송된 '아는 형님' 시청률은 1.9%(이하 닐슨코리아, 전국 기준)를 기록했다. 지난달 11일 방송분의 최저 시청률과 타이 기록이다. 최근 가장 핫한 걸그룹으로 꼽히는 에스파를 불러놓고도 불명예를 안게 됐다. 이에 분위기 반전을 위해 내놓은 편성 변경 카드가 철저히 실패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아는 형님'은 지난달 4일 방송된 296회부터 기존보다 이른 시간대인 오후 7시 40분으로 시간대를 변경했다. 이에 tvN '놀라운 토요일'과 정면승부를 하게 됐지만 새로운 시청자들을 유입시키지 못했다. '놀토'는 '아는 형님'과의 맞대결에서도 안정적인 시청률 곡선을 유지하고 있다. 여기에 비슷한 시간 방송되는 KBS2 주말드라마 '신사와 아가씨'는 두터운 중장년 시청층을 보유 중이다. 입소문을 타고 시청률이 점점 상승하더니 10회에서 30%를 돌파하는 기염을 토했다.

하지만 본질적인 원인는 프로그램 내부에 있다. 2015년 첫 방송된 '아는 형님'은 300회 넘게 방영 중인 장수 예능프로그램이다. 매회 새로운 게스트들을 불러 신선함을 꾀하고 있지만 반복되는 포맷과 패턴을 당해낼 재간이 없다. 이에 제작진도 새로운 도전을 예고했지만 아직까지 이렇다 할 변화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채 부진이 장기화되고 있다.
'뭉쳐야 찬다2' 안정환(왼쪽)과 이동국/ 사진=JTBC 제공
'뭉쳐야 찬다2' 안정환(왼쪽)과 이동국/ 사진=JTBC 제공
이 가운데 또 다른 JTBC 대표 예능프로그램 '뭉쳐야 찬다2'의 상황도 좋지 않다. 지난 8월 첫 방송은 8%대로 출발했지만 약 3달 만에 5%대까지 떨어졌다. 심지어 최근에는 5주 연속 시청률이 하락하고 있다.

'뭉쳐야 찬다2'는 JTBC가 굳게 믿고 있던 카드다. 앞선 시즌이이었던 '뭉쳐야 찬다'가 높은 시청률과 화제성을 기록한 바 있기 때문이다. 이에 시즌2도 초반 좋은 흐름을 이어받으며 시작했다. '축구 오디션'이라는 신선한 장치를 통해 비인기 종목 스포츠 스타들을 대거 발굴해 호평을 얻었다.

하지만 이들이 정식 멤버과 되고 본격적인 이야기가 그려지자 시청률은 떨어졌다. 지난 시즌 보여줬던 이야기와 크게 다르지 않은 데다가 아직 멤버들간 케미가 도드라지지 않는다. 이에 원조 에이스 이대훈을 투입하는 등 변화를 모색하고 있지만 녹록치 않은 상황이다.

두 프로그램 외에도 JTBC는 새로 내놓는 프로그램마다 흥행 실패의 쓴맛을 보고 있다. 이달 초 금요일로 새로 편성된 '내가 나로 돌아가는 곳-해방타운'은 4주째 1%대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 18일 8회를 끝으로 종영한 '개취존중 여행배틀-펫키지'는 방영 내내 0%대 시청률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용감한 솔로 육아-내가 키운다' 역시 최근 1%대까지 추락했다가 겨우 2%대 로 복귀했다. 골프감독 박세리를 앞세운 '세리머니 클럽'과 유명 셰프들을 내세운 '쿡킹: 요리왕의 탄생' 역시 1% 시청률 늪에 빠져있다.

JTBC는 한때 공중파 3사를 위협하는 '예능 맛집'으로 떠올랐다. 앞서 언급한 '아는 형님' '뭉쳐야 찬다' 등 대중적으로 큰 사랑을 받은 프로그램은 물론, '마녀사냥' '썰전' 등 마니아층을 형성한 독창적인 콘텐츠를 내놔 큰 호평을 받았다.

하지만 최근에는 방송가에서 유행하는 관찰 예능, 골프 예능 등을 내놓기에 급급하며 예전과 같은 색다른 매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JTBC 예능을 지탱하는 프로그램마저 흔들리기 시작하자 다함께 와르르 무너져 내리는 중이다. 이 추세라면 맨 끝에 남은 '뭉쳐야 찬다2' 도미노도 쓰러지지 말라는 법이 없다.

정태건 텐아시아 기자 biggun@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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