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건의 까까오톡≫

'지리산' CG·OST 불합격점
유명 감독도 연출 혹평
시청률은 tvN 역대 2위
'지리산' 1회/ 사진=tvN 캡처
'지리산' 1회/ 사진=tvN 캡처


≪정태건의 까까오톡≫
'까놓고, 까칠하게 하는 오늘의 이야기'. 정태건 텐아시아 기자가 연예·방송계 이슈를 까다로운 시선으로 신랄하게 비판합니다.

tvN 새 주말드라마 '지리산'을 향한 엇갈린 평가가 쏟아지고 있다.

'지리산'은 지난 23일 많은 기대감 속에 첫 방송을 내보냈다. '시그널', '킹덤'을 집필한 김은희 작가, '태양의 후예', '도깨비', '스위트홈'을 연출한 이응복 감독이 의기투합해 방영 전부터 화제작으로 떠올랐으며 전지현, 주지훈, 성동일, 오정세, 조한철 등 이른바 '믿고 본다'는 배우들의 합류로 많은 기대를 받았다.

이날 방송된 '지리산' 첫 회는 국립공원 최고의 레인저 서이강(전지현 분)과 말 못 할 비밀을 가진 신입 레인저 강현조(주지훈 분)의 첫 만남부터 의문의 사고까지 과거 이야기를 위주로 펼쳐졌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CG(컴퓨터 그래픽)가 어색하다는 지적과 배경음악이 극의 흐름과 어울리지 않는다는 비판을 받았다. 극의 중심 배경인 지리산을 CG 처리했는데 몰입을 깰 정도로 부자연스럽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그렇다고 '지리산'이 충분한 제작비를 갖추지 못한 것도 아니다. CG나 OST에 관한 문제는 일반적으로 경제적인 여건을 갖추지 못한 제작팀에서 발생한다. 하지만 '지리산'의 제작비는 3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음에도 수준 이하의 기술력을 선보여 더욱 실망감을 안겼다.

유명 영화 감독이 공개적으로 '지리산' 연출을 향한 혹평도 내놨다. 영화 '뷰티 인사이드'를 연출한 백종열 감독은 23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지리산' 시청을 인증하며 "이 정도면 연출의 문제"라며 "사연이 있겠지"라고 적었다.

그러면서 "저 많은 배우들이 싸그리 연기를 못하는 것처럼 보이게 하는 것도 마술이다"며 "의도라면 죄송하다"고 비꼬았다. 최고의 배우들을 모아놓고도 극 전체가 어색해보인 것은 연출의 문제라고 꼬집은 셈이다. 백 감독은 '뷰티 인사이드' 외에도 각종 CF를 연출해 남다른 연출력을 인정받은 바 있다.

동종 업계 관계자의 공개적인 혹평이라 해당 게시물은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급속도로 퍼지며 화제를 모았다. 이에 백 감독은 게시물을 삭제했다. 그가 평소에도 영화, 드라마, 예능프로그램 할 것 없이 SNS를 통해 자유롭게 다양한 콘텐츠 감상평을 올린 인물이지만 갑작스러운 관심에 부담감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지리산' 포스터/ 사진=tvN 제공
'지리산' 포스터/ 사진=tvN 제공
하지만 이와 별개로 '지리산'은 첫 회부터 수도권, 전국 기준 지상파를 포함한 전 채널 동시간대 1위에 오르며 기분 좋은 출발을 맞았다.

특히 1회 시청률은 수도권 가구 기준 평균 9.7%, 최고 11.5%, 전국 가구 기준 평균 9.1%, 최고 10.7%를 기록했다. 이는 역대 tvN 드라마 첫 방송 시청률 3위이자 tvN 주말드라마 2위에 달하는 순위다.

남녀 2049 시청률도 수도권 평균 5.8%, 최고 7.2%, 전국 평균 5.4%, 최고 6.6%를 기록해 지상파를 포함한 전 채널에서 동시간대 1위에 올랐다. 많은 관심 속에서 출발한 작품이라는 게 수치로 증명된 셈이다.

'지리산'이 이제 막 첫 발을 내딛은 만큼 이해심을 갖고 지켜보겠다는 시청자들의 목소리도 나온다. 작가의 대본이나 배우들의 연기는 합격점을 넘겼다는 의미다. 일각에서는 "연출이나 CG 효과는 방영 중에도 시청자들의 피드백을 받으며 개선 가능하다는 여지가 있기에 '지리산'을 향한 기대를 접지 않겠다"고 설명했다.

'지리산'이 워낙 기대를 많이 받은 작품이라 유난히 엄격한 평가 기준이 적용됐다는 의견도 나온다. 최근 넷플릭스 'D.P', '오징어 게임', '마이네임' 등 수준 높은 흥행작이 쏟아진 바 있어 시청자들의 잣대가 높아진 탓도 있다.

하지만 '지리산'은 그러한 기대감을 키우면서 각종 홍보 효과를 누린 작품이다. 방송사는 시청자들의 기대 심리를 이용해 홍보에 박차를 가해 높은 시청률을 얻었다. 무엇보다부담감이 많다는 핑계가 실망스러운 연출의 변명이 될 순 없다.

'지리산'은 두 갈래길 앞에 섰다. 부담감이라는 험준한 고지를 뛰어넘어 정상으로 향하게 될지, 아니면 내리막을 걷게될 지 남은 15회를 향한 기대감은 여전히 큰 상황이다.

정태건 텐아시아 기자 biggun@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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