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어른들은 몰라요' 스틸컷./ 사진제공=리틀빅픽처스
영화 '어른들은 몰라요' 스틸컷./ 사진제공=리틀빅픽처스
폭력, 흡연, 음주, 욕설, 그리고 임신까지. 정작 10대들은 볼 수 없는 10대를 그린 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무엇일까. 미성숙한 자아로 방황하는 청소년들, 그리고 이를 이용하고 방관하는 어른들을 위한 경고인가? 영화를 본 어른 관객들이 과연 불쾌감 외에 무엇을 가질 수 있을런지, 과연 각성할 수 있을 지 의구심이 든다.

영화 '어른들은 몰라요'는 '유산 프로젝트'라는 불건전한 소재로 관심을 유발한다. 다소 충격적인 전개로 10대 비행 청소년들의 민낯을 낱낱이 까발린다.

18살 여고생 세진(이유미 분)은 학교 선생과 부도덕적인 관계를 맺은 이후 임신하게 된다. 표정부터 말투까지, 일반 학생들과는 달리 멘탈이 약해 보이는 세진은 태연하게 "나 임신 했어요. 애 뗄거예요"라고 말하고 다닌다. 이후 교장 선생님 앞에 선 세진에게 '각서' 한 장이 놓여진다. 각서에는 '선생님의 앞길을 막지 않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세진과 하룻밤을 보낸 선생은 교장 선생님의 아들이었다.
영화 '어른들은 몰라요' 스틸컷./ 사진제공=리틀빅픽처스
영화 '어른들은 몰라요' 스틸컷./ 사진제공=리틀빅픽처스
낙태 수술할 돈을 마련하기 위해 무작정 집을 나온 세진은 가출 4년차 동갑내기 주영(안희연 분)을 만나게 되고, 위기의 순간에 만난 재필, 신지까지 합세해 이른바 '유산 프로젝트'가 시작된다. 이들은 아기를 어떻게든 낳아야 한다는 개념 대신, 고귀한 생명임에도 불구하고 어떻게든 없애야 한다는 생각에만 사로 잡혀있다.

이 영화에서 방황하는 10대 청소년들은 흡연, 음주, 욕설을 일삼는다. 127분 런닝타임 내내 스크린 속엔 담배 연기가 자욱하다. 여기에 학교 폭력, 자해, 유흥업소 불법 고용, 성매매 등 안 좋은 건 다 갖다 붙였다. 그리고 학교 폭력 가해자와 피해자가 동성 연애까지 한다.

주요 인물들의 서사도 불친절하다. 이들이 왜 서로 돕고 있는지도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는다. 그저 방황하는 서로를 공감해서 일까? 아니면 생각없는 10대 여서? 영화는 그저 방황하는 이들이 벌이는 모든 비행을 적나라하게 담아내며 공감 대신 불편함을 더 안긴다.

'어른들은 몰라요'는 앞서 10대들의 이야기를 리얼하게 그려 화제가 된 영화 '박화영'(2018)을 연출한 이환 감독의 두 번째 문제작이다. 이환 감독은 '어른들은 몰라요'에서 재필 역을 맡아 10대 비행 청소년 연기까지 실감나게 해낸다.
영화 '어른들은 몰라요' 이유미-안희연./ 사진제공=리틀빅픽처스
영화 '어른들은 몰라요' 이유미-안희연./ 사진제공=리틀빅픽처스
배우 이유미는 '박화영'에 이어 '어른들은 몰라요'에서도 세진 역을 맡았다. 특히나 이번 영화는 '박화영' 속 세진 이야기를 확장한 스핀오프 격으로, 관심을 유발한다. 이유미는 '학창 시절에 좀 놀았나?' 하는 착각이 들 만큼 캐릭터에 완전하게 동화 된 모습의 연기를 선보인다. 약에 취한 듯 초점없는 눈동자부터 개념 없어 보이는 말투까지 세진 그 자체가 됐다.

여기에 걸그룹 EXID 출신 하니(안희연 분)는 첫 주연 영화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발군의 연기력을 자랑한다. 특히 그동안 대중들이 알고 있던 하니의 이미지와는 180도 다른 파격적인 모습으로 등장, 몰입도 높은 연기까지 보여주면서 '배우 안희연'으로서의 가능성을 충분히 확인 시켰다.

배우들은 그저 감독의 각본에 충실하고, 연출에 완벽하게 응하면서 제 몫을 다 했다. 그러나 어둡고 씁쓸한 현실에서 방황하는 10대들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자니, 불쾌감만 쌓인다. 과연 그들이 피해자일까 하는 의심마저 든다. 어디에선가 존재할법한 비행 청소년들의 실상을 필터 없이 생중계하듯 보여준 '어른들은 몰라요'는 그런 측면에서 정말 문제작이다.

오는 15일 개봉.

노규민 텐아시아 기자 pressgm@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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