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김하진 기자]
신예의 발견부터 베테랑의 활약까지. 각 분야에서 유독 많은 스타들이 빛난 2017년이다. 한 해를 마무리하며 주목받은, 주목해야 할 스타들을 텐아시아가 꼽았다. [편집자주]
연극 ‘거미여인의 키스’에서 발렌틴 역을 맡은 배우 문태유 / 사진=이승현 기자 lsh87@
연극 ‘거미여인의 키스’에서 발렌틴 역을 맡은 배우 문태유 / 사진=이승현 기자 lsh87@
2017년 공연계는 실로 풍성했다. 안중근 의사의 삶을 다룬 ‘영웅'(연출 윤호진)이 있었고, 프랑스 이중 스파이의 실화를 녹인 ‘마타하리'(연출 스티븐 레인)도 관객을 만났다. 동명의 대하소설을 무대 위로 올린 ‘아리랑'(연출 고선웅)과 1995년 SBS 드라마를 뮤지컬로 만든 ‘모래시계'(연출 조광화)도 무대에 올랐다.

다양한 작품을 통해 여러 배우들이 활약했지만, 그중에서도 특히 주목받은 배우는 문태유다. 올해만 7편의 공연에 출연했다. 주목할 만할 점은 2007년 뮤지컬 ‘신사숙녀 여러분’으로 데뷔해 줄곧 뮤지컬로 관객을 만나왔던 그가 올해는 연극 무대에 더 많이 올랐다는 것이다. 노래보다 깊이 있는 감정 연기로 새로운 모습을 보여줬다.

올해의 시작은 연극 ‘벙커 트릴로지'(연출 김태형)였다. 제1차 세계대전 참호를 배경으로 하는 이 작품에서 솔저(Souldier)3 역을 맡은 문태유는 세 가지 에피소드를 넘나들며 엉뚱하면서도 애처로운, 여러 색깔을 드러냈다. ‘벙커 트릴로지’ 출연 당시 그는 “올해는 새로운 도전, 기회가 된다면 연극에 도전하고 싶다”고 했다. 계획대로다. 2017년, 뮤지컬은 ‘광염소나타’와 ‘팬레터’ 두 편을 선택했고 연극은 ‘벙커 트릴로지’를 비롯해 ‘나쁜자석’ ‘모범생들’ ‘프론티어 트릴로지’ ‘거미여인의 키스’까지 총 5편을 소화했다.

연극 ‘벙커 트릴로지’에 출연한 배우 문태유 / 사진제공=㈜아이엠컬처
연극 ‘벙커 트릴로지’에 출연한 배우 문태유 / 사진제공=㈜아이엠컬처
연극 ‘거미여인의 키스’의 주요 장면을 연기 중인 배우 문태유(왼쪽), 이이림 / 사진=이승현 기자 lsh87@
연극 ‘거미여인의 키스’의 주요 장면을 연기 중인 배우 문태유(왼쪽), 이이림 / 사진=이승현 기자 lsh87@
이어 ‘나쁜자석'(연출 추민주)에서는 전학생 고든 역으로 무대를 날아다녔다.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는 비운의 천재로 365석 규모의 소극장을 숨죽이게 만들었다. 연극 ‘모범생들'(연출 김태형)에서는 김명준 역으로 거침없이 뛰어다녔다. ‘프론티어 트릴로지'(연출 김은영)에서는 브라더(BROTHER)2로 분해 관객들의 호평을 한몸에 받았다.

현재는 뮤지컬 ‘팬레터'(연출 팬레터)와 연극 ‘거미여인의 키스'(연출 문삼화)를 병행하고 있다. ‘팬레터’에서 정세훈의 옷을 입은 그는 차분하면서도 힘 있는 자신의 장점을 살려 극을 이끌어간다. 오랜만에 힘 넘치는 그의 노래를 들을 수 있다. 2인극 ‘거미여인의 키스’에서는 발렌틴 역을 맡아 반정부주의자이며 뭐든 분석하는 인물을 연기한다. 광기 어린 눈빛으로 손동작 하나까지 세심하게 표현하며 관객을 몰입하게 만든다.

그야말로 다작(多作)이다. 연습 과정과 실제 공연을 포함하면 한 작품에 두 달 이상 걸리는 공연계의 특성상 한 해 동안 7편에 출연했다는 건 놀랍다. 게다가 문태유는 극과 인물에 제대로 녹아들어 작품마다 다른 면을 보여줬다.

2007년 데뷔한 문태유는 사실 영화에 빠져서 연기를 시작했다. 우연한 기회를 통해 뮤지컬을 접하고 이후 그의 삶은 ‘뮤지컬 배우’로 이어졌다. 2008년 뮤지컬 ‘지킬앤하이드’로 차츰 실력을 인정받기 시작했다. 매년 한 편 이상의 작품에 출연하며 조금씩 이름과 얼굴을 알렸다.

특히 2014년 ‘드라큘라'(연출 데이비드 스완)와 2016년 ‘스위니 토드'(연출 에릭 셰퍼)로 뮤지컬 팬들 사이에서 입지를 탄탄하게 굳혔다. ‘스위니 토드’는 그해 제1회 한국뮤지컬어워즈의 대상을 받았을 정도로 흥행성과 작품성 모두 인정받았다.

문태유의 올해가 더 특별한 것은 지난해까지 써온 본명 ‘이승원’이 아니라 개명한 ‘문태유’로 눈부신 활약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해 말께 ‘스위니 토드’의 성공과 데뷔 10년을 앞두고 큰 결심을 했다. ‘이승원’이란 이름을 바꾸기로 한 것. 출연한 작품마다 이승원으로 올라있어서 결심이 쉽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름을 바꾸고 활동을 시작한 지난 1월 텐아시아와 만난 그는 “동명이인이 많기도 하고 많은 이들이 확실히 기억할 수 있도록 개명했다. 더 좋은 방향을 찾으려는 마음에서 바꾼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름을 바꾸면서 배우 조승우·양준모·최재웅·정문성·문종원 등이 소속된 굿맨스토리의 식구가 된 그는 “항상 도전할 것이며 유연한 배우로 무대에 오르고 싶다”며 목소리에 힘을 줬다.

이름을 바꾸고 각오를 다지며 시작한 문태유의 2017년. 어느 것 하나 허투루 하지 않는 10년 내공이 빛을 내뿜은 한 해다.

김하진 기자 hahahajin@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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