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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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9주기 다가와… 팬들 가슴에 그리움과 안타까움은 더해가 “정말 보고싶습니다”

하늘나라로 보내기에는 너무 젊은 나이였다. 오는 22일로 고(故) 배우 이은주가 우리 곁을 떠난 지 9주년이 된다. 세월이 아무리 지났어도 이은주를 향한 사람들의 그리움과 안타까움은 줄어들지 않고 있다. 대중에 이름이 서서히 잊혀져 가지만 그가 남긴 발자욱은 지워지지 않고 있다.

이제 포털 사이트에서도 이은주의 이름은 기일 언저리가 아니면 메인에 뜨지 않는다. 최근까지 밑에 있다가 이은주 추모 기사가 나오기 시작하면서 다시 메인에 올라왔다. 살아 있는 사람에게 밀리는 건 당연한 이치다. 하지만 왠지 씁쓸한 감정을 지울 수 없다. 이렇게 잊혀져 가기에는 너무나도 아까운 존재이기 때문이다.

이은주는 짧은 시간 활동했지만 배우로서 확실한 존재감을 지닌 ‘여배우’였다. 그래서 이은주에 대한 대중의 기대치가 높았고 보낸 후 허탈함 또한 컸다. 그러면서도 본인은 얼마나 힘들고 외로웠을까 하는 안타까움이 들어 더욱 마음 아파했다.
이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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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주의 부재가 이리 안타까운 건 그의 배우로서 가능성 때문이다. 나이가 들수록 더욱 진가를 보여줄 게 확실했기 때문이다. 내가 이은주를 처음 본 건 1999년 SBS 청춘 드라마 ‘카이스트’에서였다. 새침하면서도 묘한 매력을 지닌 천재 공학도 구지원 역할을 맡은 이은주는 극 비중에 상관없이 그 누구보다 빛났다. 솔직히 전형적인 미녀상은 아니었다. 그러나 눈에 확 띄는 개성 있는 외모와 스펙트럼이 넓은 감정선은 말 그대로 ‘여배우’감이었다. 사연을 품은 듯한 눈빛과 허스키한 목소리는 수많은 남성 팬들을 양산했다.

20대 초반의 나이에 담기에 그의 감성은 매우 깊었고 배우로서 아우라는 넓었다. 아무리 밝게 웃어도 쓸쓸함이 느껴지는 미소는 대중의 가슴에 묘한 울림을 전했다. 영화 ‘오! 수정’에서 흑백 화면 속에서 더욱 빛나던 우수 넘치는 눈빛은 정말 신선했다. ‘연애소설’에서 밝음과 슬픔을 오가며 흘린 눈물은 여전히 마음 속을 흐른다. ‘번지 점프를 하다’의 클라이맥스 장면에서 17년을 기다려온 이병헌에게 “내가 너무 늦었지”라 묻던 담담하면서도 울음 섞인 목소리는 귓가에 여전히 선하다.

20대 초반이란 나이 탓에 이은주의 연기자적 감성을 제대로 표출할 만한 역할을 찾기는 쉽지 않았다. 그러나 남자 배우를 받쳐 주는 역할을 해도 남달랐다. ‘태극기 휘날리며’에서 짧은 출연 시간에도 존재감은 탄성을 자아냈다. 아무리 허름한 옷을 입어도 누구보다 아름다웠다. 인민군의 부역자로 몰려 총탄의 이슬로 사라질 때 모든 관객들은 외마디 비명을 질렀다. 또한 MBC 드라마 ‘불새’에서 에릭과 이서진이 빛날 수 있던 건 이은주의 완벽한 리액션 연기 덕분이었다.

이렇게 뛰어난 배우였기에 여배우로서 최고 전성기라고 할 수 있는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 때 이은주가 펼쳐낼 연기세계가 더욱 기대가 됐었다. 그걸 볼 수 있는 기회가 없어졌다는 게 아직도 불공평하게 느껴질 정도다. 최근 유행하는 ‘만약(If)’ 놀이로 ‘이은주가 만약 아직 살아있다면’을 가정하면 저절로 입가에 미소가 지어진다. 전도연에 이은 대한민국 최고의 연기파 배우로 자리매김했을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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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에서 여배우로 산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여배우와 여성을 혼동하는 이중적인 시선 때문이다. 여배우로서 철저한 직업 의식을 강요하면서도 여성으로 소비하는 경향이 짙다. 야릇한 루머와 댓글은 폭력으로 다가온다. 그런 가운데 충무로나 방송가 모두 남배우 중심으로 돌아가 여배우가 자신의 재능을 마음껏 과시할 만한 작품은 갈수록 찾기 힘들다. 안으로 움츠릴 수밖에 없다. 여배우들이 제 정신을 갖고 버티기 힘든 상황이다. 대중의 애정 어린 시선이 좀 더 필요하다.

또한 여배우들을 자극적으로 다뤄 온 많은 매체들의 각성도 필요하다. 10여년 넘게 연예기자를 해오면서 ‘매체의 요구’, ‘연예기사의 특성’이라는 비겁한 변명으로 자극적인 기사를 썼던 나 자신도 뼈저리게 반성한다. 여배우들의 화려함보다 깊은 내면과 열정을 조명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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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주의 마지막 결정을 미화하자는 이야기는 결코 아니다. 다시 슬퍼하면서도 눈물 흘리자는 것도 아니다. 기일을 맞아 이은주의 배우로서 존재감과 빛나던 아름다움을 다시 한번 추억해 보는 시간을 가져보자.

좋은 영화는 다시 봐도 좋다. ‘번지 점프를 하다’를 다시 한번 찾아보거나 마지막 작품 ‘주홍글씨’에서 이은주가 직접 불렀던 ‘Only when I sleep’을 들어보자. 잠시 시간을 내 추모해준다면 이은주는 영원히 우리 곁에 살아있을 것이다.

글. 최재욱 대중문화평론가 fatdeer69@gmail.com
사진. 영화 ‘번지점프를 하다’, ‘주홍글씨’ 스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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