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수
김혜수


대한민국에서 40대 여배우로 살아간다는 것, 연기자적 능력은 최고에 올랐지만 할 역할은 갈수록 줄어드는 슬픈 현실

인생의 전환점에 해당하는 40대는 사람이 가장 열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나이다. 자기 일에 어느 정도 단계에 올라서 자신의 능력을 가장 발휘할 수 있는 시기다. 하지만 최근 우리 나라에서는 직장인들이 40대 중반에 다가서면 슬슬 눈치를 봐야만 하는 상황으로 변했다. 자신의 책상이 언제 빠져나갈지 걱정하며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을 쳐야 한다.

연예계에서 주연급 40대 여배우들의 형편도 마찬가지다. 또래의 40대 주연급 남자 배우들이 자신의 능력의 한계를 시험하며 전성기를 달리는 반면 여배우들은 마흔 언저리에 다가가면서 ‘고용’의 압박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드라마나 영화가 남성중심으로 돌아가면서 여배우들이 할 만한 역할이 갈수록 줄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성공의 척도인 개런티 면에서도 남자배우들과 비교하면 더욱 비참해질 수밖에 없다. 아무리 경력 많은 해외 수상 경력 있는 여배우라도 시장가치가 더 높은 20대 남자보다 개런티가 낮은 게 현실이다.

연예기자를 오랫동안 해온 나는 함께 나이를 먹어가는 40대 여배우들을 만날 때 이런 고민을 자주 들을 수 있었다. 항상 슬럼프 없이 화려한 연기행보를 이어온 거 같은 김혜수도 영화 ‘도둑들’의 개봉을 앞두고 가진 인터뷰에서 “항상 마지막 작품을 한다는 마음으로 촬영에 임한다”고 말했다. 당당함 뒤에 쓸쓸함이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이미연 눈물
이미연 눈물
지난 주 종방된 케이블 채널 예능프로그램 ‘꽃보다 누나’에서 최근 연기활동이 뜸한 이미연이 선배 윤여정 김자옥에게 40대 여배우로서 작품 선정할 때의 고민을 털어놓는 장면에서도 애잔한 감정이 전해졌다. 바로 옆에서 그들의 고민을 목격할 수 있었기에 더욱 마음이 쓸쓸했다. 많은 사람들이 이미연이 눈물을 흘릴 때 개인사적인 아픔으로 유추했지만 나는 40대 여배우로서의 비애가 더 느껴졌다. 그 누구보다 연기에 대한 애정이 깊고 ‘여배우’라는 타이틀에 자긍심을 갖고 있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배우에게 40대는 인생의 연륜이 더해지면서 감성의 공간도 더 넓어지고 연기력도 물이 올라 최고의 연기를 보여줄 수 있는 시기. 하지만 40대 여배우들은 중심에서 벗어나기를 강요하는 분위기에 마음고생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단계별로 다음 작품은 영화를 할 수 있을지, 미니시리즈를 할 수 있을지, 주연을 할 수 있을지 고민을 거듭해야 한다. 욕심을 버리면 된다고 사람들은 말한다. 그러나 사람은 누구보다 자기가 가졌던 걸 내려놓기는 쉽지 않은 법. 자기 일과 경력에 대한 자부심이 누구보다 강하기에 활동이 뜸해질 수밖에 없다 .

이렇게 40대 여배우가 자신의 노력이나 열정만 갖고 일을 할 수 없는 게 2014년 대한민국 연예계의 냉엄한 현실이다. 자존심을 유지하면서 ‘여배우’라는 타이틀을 유지하려면 가정에 숨어 있다 몇 년에 한번씩 작품을 하며 CF에 몰두하거나 칩거 상태에 들어가 좋은 작품이 나오기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따말 김지수
따말 김지수
이런 힘든 상황에서도 화려하지는 않지만 꿋꿋이 자신의 길을 걷는 여배우들이 있어 잔잔한 감동을 전해준다. 최근 요즘 SBS 월화드라마 ‘따뜻한 말한마디’(극본 하명희, 연출 최영훈)에 출연 중인 배우 김지수의 명연기를 보다 보면 ‘역시’라는 탄사가 절로 나온다. 드라마의 시청률은 10% 남짓이고 뜨거운 반향을 불러일으키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오랜만에 도전해볼 만한 역할을 맡은 김지수는 물 만난 물고기처럼 펄펄 날고 있다. 남편의 불륜에 방황하는 가정주부 역을 소름끼치도록 완벽히 소화해내 시청자들로부터 호평을 받고 있다.

지난해 연말 종방된 종합편성채널 JTBC ‘네 이웃의 아내’(극본 유원, 연출 이태곤)의 염정아 신은경의 열연도 ‘명불허전’이라는 말을 실감케 했다. ‘크로스 로맨스’란 자극적인 소재 속에서도 품위를 잃지 않는 두 여배우의 양보 없는 연기대결에 시청자들은 열광했다.

세 사람 모두 과거처럼 스크린에서 볼 수 없고 안방극장에서도 중심에서 벗어났지만 물이 오를 대로 오른 연기력으로 20대 때 못지않게 반짝반짝 빛나고 있다.

시장의 흐름을 되돌릴 순 없다. 여배우들이 진가를 드러낼 수 있는 로맨틱 코미디나 멜로물은 더 이상 사랑받는 장르가 아니다. 남자배우들의 액티브한 파워에 대중의 눈길이 더 쏠릴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런 상황에서 언제나 최선을 다하는 여배우들에게 응원의 박수는 보내줘야 한다.

혹자는 여배우들뿐만 아니라 일반 여성 직장인들도 40대가 되면 중심에서 밀려나는 게 우리 사회의 어쩔 수 없는 흐름이라고 말한다. 가슴 아픈 현실이다. 피해자라고 주장하자는 이야기도 아니다. 그들의 열정과 노력을 존중해주는 말이다. 대중은 여배우들이 중심을 이루는 작품에 좀더 관심을 기울여 주고 제작자들은 여배우들이 신명나게 연기할 만한 작품을 더 많이 만들었으면 하는 게 나의 바람이다. 이런 의미에서 여성 중심 영화를 끊임없이 제작해온 명필름의 새 작품 엄정화 조민수 문소리 주연의 영화 ‘관능의 법칙’(감독 권칠인)이 기다려진다. 촌스럽지만 목높여 외치고 싶다. 대한민국 40대 여배우 파이팅!

글. 최재욱 대중문화평론가 fatdeer69@gmail.com
사진제공. KBS tvN 나무엑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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