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꽃보다 누나’
tvN ‘꽃보다 누나’
tvN ‘꽃보다 누나’

tvN ‘꽃보다 누나’ 7회 2014년 1월 10일 금 오후 9시 50분

다섯 줄 요약
김희애는 홀로 산책을 하던 중 김수현 작가의 걱정이 담긴 문자를 받고 눈물을 흘린다. 마지막을 향해 가는 여행에 일행은 전망이 좋은 곳에서 풍경을 즐긴다. 혼자 버스를 타고 시장에 간 희애는 장을 봐 돌아 온다. 미연은 우연히 마주친 한국인 관광객의 ‘기쁘고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말에 눈물을 쏟는다. 수영복을 구입한 승기는 아드리아해의 바다에 뛰어든다. 여행의 마지막날 밤 여정과 미연은 지난 삶에 대한 이야기를 꺼낸다.

리뷰
여배우들의 여행에는 ‘꽃보다 누나’의 제작진들이 기대한 차별점도 있지만, 동시에 극명한 한계도 있다. 물론 좀처럼 드러나지 않는 여배우들의 여행 속 일상을 들여다 볼 수 있다는 점과, 이미지에 갇혀 있던 이들의 새로운 캐릭터들을 다시 조명할 수 있다는 점은 신선했지만 결국 이들의 여행이 외연을 충분히 확장시키지 못했다는 점에서 아쉬움도 함께 남겼다.

여배우들의 여행은 때로 뜬금없는 장면들을 만들어 낸다. 지인의 문자와 그 동안 쌓아왔던 사소한 감정들에도 울고 웃는다. ‘혼자만의 시간이 없다’는 이유로 우울감이 쌓이고, 누군가를 챙겨야 한다는 스트레스가 필요 이상의 긴장으로 나타난다. 배낭 여행의 중에서도 화장실의 개수 및 상태 여부는 가장 중요하다. 물론 이는 할배들에게서 볼 수 없었던 여배우들만의 특별한 감수성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그들만이 공유할 수 있는 좁은 세계의 한계이기도 하다. 말하자면 이들의 여행은 조금씩 세계관을 확장시켜 보는 이들과의 공감 포인트를 만들어 나가기 보다는 전혀 다른 세계를 살아가는 이들의 여행을 구경하는 것에 머무르게 하는 것이다. 이는 단순히 감수성이 풍부한 여자라서가 아니라 이들이 ‘여배우’이기 때문에 발생하는 한계다. 누군가의 주목 속에서 살아온 이들의 고독과 감성이 전혀 모를 만 한 것은 아니지만, 온전히 받아들여지기는 분명 쉽지 않다.

짐꾼에서 짐으로 그리고 다시 짐꾼으로 가파른 하락과 상승 곡선을 탔던 이승기로 이야기를 짜 맞췄던 전반부와 달리, 후반부는 철저히 여행을 하는 네 명의 여배우들에게 맞춰졌다. 이는 여행 자체의 아름다움을 전달하는 프로그램의 또 하나의 목적에 충분히 부합하는 일이었고, 이승기의 성장담 때문에 감춰졌던 네 명의 인물들을 재조명 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지만 오히려 여배우들이 가진 감수성에 감춰진 한계를 명확하게 드러내 보인 것이다.

여행을 보는 우리와는 또 다른 세계를 사는 이들의 일상을 아주 조금 공감하고, 아주 많은 부분에서는 그저 구경할 뿐이다. 그들의 민낯은 볼 수 있었지만 삶의 내밀한 이야기들을 듣기에 이들은 초반에 너무 오래 낯을 가렸고, 삶의 민낯은 여전히 감춰진 상태였다. 그리고 아쉽게도 ‘여자’나 ‘사람’이 아니라 결국 ‘배우’로 귀결될 수 밖에 없는 이들끼리의 공감 포인트는 카메라를 넘어서까지 전달되지 못한다.

‘꽃보다 할배’가 대중들이 그들에게 기대했던 역할과 상상력이 미치지 못했던 부분을 균형감있게 드러내며 여행이 지속될수록 이야기의 재미가 더해갔던 것과는 달리, 보는 사람들이 구경꾼이 될 수 밖에 없는 ‘꽃보다 누나’의 이야기는 결국 끝까지 책임감 있게 보는 이들을 끌어당기지는 못했다. 이는 첫 시청률 이후 비록 소폭이고 등락은 있었지만 지속적으로 하락세를 보이는 시청률(첫 방송 9.7% 이후 6회 시청률은 6.9%까지 하락했다)에서도 증명되는 부분이다. 여행이 버티는 것이 되고, 견디는 것이 되는 것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이상 ‘꽃보다 누나’의 여행은 보는 사람들조차 온전히 여행 자체를 즐길 수 없게 한다.

물론 실제 여행에도 고생스러운 부분들이 분명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여행의 판타지에 원하는 것은 그 모든 것을 뒤엎을 만큼의 멋진 한 순간이다. 그리고 고생마저도 여행의 일부로 받아 들이는 너그러움이다. 시청률도 보여주듯 때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그녀들의 예민함과 섬세함은 여배우들의 세계에 대한 호기심은 충족해줬지만, 그 이상의 무엇은 보여주지 못한 셈이다.

호기심을 깊은 애정과 더 나아가 공감으로까지 변화시키는 것은 온전히 프로그램의 몫이다. ‘꽃보다 누나’는 ‘꽃보다 할배’에 이은 좋은 실험이었다. 하지만 그 실험이 상용화가 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는 건 결국 이 시리즈가 가장 오래 품고 풀어내야 할 과제가 될 것이다.

수다포인트
- 67세가 되어서야 ‘인생은 재미있는 것’이라는 걸 알게 된다니… OTL
- 한식은 못 줘도 마켓오 브라우니와 감자칩은 무한히 공급되는 아름다운 ‘꽃보다 누나’
- 누나들! “행복하지 않을 이유가 하나~도 없습니다”

글. 민경진(TV리뷰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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