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뭐 봤어?]〈구가의 서〉, 각성한 강치에겐 길동무가 필요하다
방송화면 캡처사진" /><구가의 서> 방송화면 캡처사진

MBC 월화특별기획 <구가의 서> 9·10회 2013년 5월 6·7일 월·화요일 방송분



다섯 줄 요약
태서(유연석)가 받은 암시로 인해 칼에 맞은 강치(이승기)는 사경을 헤맨다. 여울(배수지)은 강치를 살리고자 소정법사(김희원)가 채워놓은 팔찌를 뺀다. 신수로 돌아간 강치는 여울을 위험하게 하지만 다행히 상처는 회복한다. 박무솔(엄효섭)이 남긴 은자 5,000냥을 빼돌리기 위한 작전에 개입한 강치는 무솔의 비밀 금고에 여울과 갇히고, 여울이 여자라는 사실을 눈치 챈다. 비밀 금고를 눈치 챈 조관웅(이성재)의 눈을 피해 기지를 발휘한 강치는 은자들을 무사히 전라좌수영으로 옮겨 이순신(유동근)에게 전하는데 성공한다.



리뷰
판타지 사극을 표방한 <구가의 서>는 신화의 단계에서 서사로, 그리고 그 서사는 한국적 설화가 아닌 할리우드를 모방한 ‘히어로 물’로 한 단계씩 변신해 왔다. 자신의 정체성을 깨닫게 된 강치(이승기)는 신화의 세계에서 한 단계 내려와 자신이 갖고 있는 특별한 능력을 각성하며 영웅으로 변신해가는 마블코믹스의 ‘히어로’들과 같은 길을 걷는다. 태초부터 주어진 자신의 능력을 부정하고, 결국 이를 타인의 힘으로 봉인한 뒤 스스로 컨트롤 할 수 있는 과정에 들어간다. 이런 상황은 한국적 이야기와 역사를 따 왔음에도 흡사 외국의 서사를 보는 듯 낯선 느낌을 준다. 인간의 영웅담을 핵심으로 한 동양적 서사이기 보다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으면서도 인간 이상의 특별한 능력을 갖고 있는 인간과 신의 중간 단계 속의 영웅을 내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그 동안 수많은 퓨전 사극이 있어왔고, 퓨전 사극이라 하더라도 단순히 현재와 과거의 결합에 그쳤던 것을 생각하면 <구가의 서>는 실제로 현재와 과거가 갖고 있는 정서적 결합을 시도하면서 상당한 밀도와 수준을 보장하는 수작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이러한 영웅에 지나치게 기대며 사실상 스스로가 가진 캐릭터의 매력을 발산하지 못하는 여울이나 태서 그리고 청조는 앞으로 이들이 풀어나가야 할 숙제이기도 하다.

박무솔(엄효섭)의 죽음 이후 모두 자신의 인생을 선택했던 태서와 청조, 강치가 자신의 선택에 대한 충분한 책임을 지지 못한 채 강치와 여울의 관계 조성에 공을 들이면서 9~10회는 긴장감이 떨어졌다. 자신들의 선택으로 새로운 시대와 갈등을 만들어 나가는 듯 했지만 청조는 결국 천수련(정혜영)에게 의지하고, 태서 역시 강치에게 청조를 구출해 줄 것을 요청한다. 여울은 아버지에게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태서가 강치를 해치거나, 강치가 여울이 여자라는 것을 알게 되는 등 중요한 사건이나 시점들은 있었다. 그러나 <구가의 서>는 이를 새로운 갈등과 새로운 세대의 이야기로 끌어올리지 못하고 사건의 나열로만 그치게 만들었다. 오히려 이순신(유동근)과 담평준(조성하) 그리고 천수련 간의 공통된 유대관계가 아직까지 깊게 작용하고 있으며 박무솔이 떠난 자리를 천수련이 대신함으로서 이야기의 균형이 유지되고 있는 실정이다.

결국 <구가의 서>가 강치의 성장과 영웅담을 중심으로 진화해 나가는 이야기라면, 이들에게 시급한 것은 여울과 태서, 청조가 한시바삐 제 자리를 찾아가는 것이다. 여울을 비롯한 모두가 강치에게 의존하게 되면, 강치의 성장이라는 지점에서 <구가의 서>는 더 나아갈 곳도 의미도 찾지 못하게 될 것이다.



수다 포인트
- 속 썩이는 사위(<더킹투하츠>)에서 제자로 보셔서 이제 실컷 한 푸시는 공달 선생. 딸 속 썩이는 사위 그냥 두고 보신다 싶더니, 여기에서 단단히 복수하시네요~

- 이제 이승기는 ‘국민 남동생’이 아니라 ‘국민 역적’이 되는 겁니다. 취업난과 스펙난에 시달리는 대학생들을 분노케 한 검색어는 보셨는지요

- 조선 시대나 현재나, 역시 ‘닭’느님은 진리이십니다.



글. 민경진(TV리뷰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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