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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구가의 서〉 15, 16회 5월 27,28일 오후 10시

다섯 줄 요약
여울(배수지)은 숲속에서 마주친 구월령(최진혁)으로부터 아버지 담평준(조성하)이 강치(이승기)의 아버지를 베었다는 사실을 듣게 된다. 구월령은 아들인 강치 앞에 모습을 드러내고, 구월령의 공격을 받은 공달 선생(이도경)이 의식을 잃자 도관의 사제들은 강치의 짓이라고 의심한다. 한편 곤(성준)은 강치에게 허리에 찬 방울 10개를 지키라는 미션을 준다. 조관웅(이성재)의 음모로 저잣거리에서는 강치가 구미호의 자식이라는 내용과 함께 최근 있었던 모든 살인사건들이 강치의 짓이라는 소문이 돌고 이로 인해 이순신(유동근)은 위기에 빠진다.

리뷰
현란한 드리블과 개인기에도 불구하고 골대 앞에서 머뭇거리다 헛발질을 하는 축구 선수처럼, <구가의 서>는 여전히 주변부만 맴돌고 있다. 화려한 인물들과 이 인물들의 대사를 통해 만들어지는 임팩트 있는 장면들에도 불구하고 <구가의 서>는 여전히 중심을 잡지 못하고 흔들린다. 이는 주인공 강치(이승기)와 그 주변 인물들이 던지는 메시지를 통해 여실히 드러난다. 아이러니하게도 곤(성준)과 성이, 그리고 공달 선생(이도경)이 그토록 대사를 통해 강조하는 메시지의 ‘본질’이 <구가의 서>에서는 사라져있다.

우선 강치(이승기)는 그 자체로 모순이 가득한 상황이다. 자신이 반인반수의 존재임을 깨달은 이후, 신수의 피가 흐르고 있다는 사실을 극도로 부정하고 싶어하면서도, 다급할 때는 신수의 힘을 끌어다 쓴다. 뿐만 아니라 자신을 죽이려 드는 아버지 구월령(최진혁)의 존재에 대해 부정하면서도, 동시에 아버지의 존재에 대해 담평준(조성하)을 비롯한 주변 사람들에게 알리기를 꺼려한다. 본인이 갖고 있는 능력에 대해 부정하면서도 이를 사용하는 것, 그리고 사람의 ‘본질’에 대해 그럴 듯 하게 구월령에게 설명하면서도 정작 자신이 사람이 되고 싶은 이유가 ‘인간다운 삶’ 때문인지 ‘여울’ 때문인지 스스로도 구분하지 못하는 것은 이미 주인공인 강치 캐릭터가 흔들리고 있음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심지어 강치는 자신이 부정하는 능력을 사용하고, 아버지를 부정하면서도 감추는 이러한 딜레마에 대한 최소한의 고민도 없다. 사람이 되고 싶은 이유가 분명해야만 자신의 욕망과 삶의 방향에 대해 솔직해 질 수 있는 강치 캐릭터가 방황하면서 <구가의 서>는 방향성이 크게 흔들리는 모습이다.

여기에 ‘본질’을 강조하며 강치를 시험에 들게 하면서도 결국 ‘사람들 속에 섞여 사는 것’이 ‘사람이 되는 것’임을 은연 중에 드러내고 있는 강치 주변 인물들의 모순이 더해지고 있다. 강치의 스승, 혹은 멘토라 할 수 있는 이순신과 공달 선생, 곤 등은 강치에게 끊임 없이 사물의 ‘본질’, 사람 행동의 ‘본질과 의도’를 강조한다. 하지만 이와 동시에 이미 태어나면서부터 선택할 수 없는 존재로 태어난 강치에게 ‘사람들의 마음을 얻을 것’을 강조한다. 반인반수라는 여건은 강치가 선택할 수 없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이들 스승은 일방적으로 강치에게 ‘사람들을 이해하고 받아들일 시간을 줄 것’을 강압적으로 요구한다. 굳이 말하자면 ‘비주류’인 강치가 사람들 사이에 섞여 들어가 살아야 하는 것에는 강치 본인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이를 받아들이려는 주변 사람들의 노력이 중요함에도 주변 사람들이 노력은 온데간데 없고 오로지 강치에게만 과제가 주어지고 사람의 마음을 얻는 것도 강치의 몫이다. 강치의 스승들이 말하는 ‘본질’과 ‘진실’이 자신의 상황을 바로 보고, 이를 극복하는 것인지 아니면 그저 강치가 사람처럼 살기 위해 ‘사람들에게 섞여 들어 가는 것’인지 드라마가 던지는 메시지는 상당히 불분명해졌다. 분명 강치는 자신의 상황을 받아들이고, ‘구가의 서’를 찾고, 그를 통해 사람들과 어울려 살아가는 법을 배워야한다. 하지만 강치는 자신의 처지(반인반수)와 아버지는 부정하고, ‘구가의 서’는 찾을 생각이 없어 보이고, 스승들의 강요에 의해 일방적으로 사람들과 어울려 살아야 한다고 가르침을 받는다.

강치의 부모 세대를 대표하는 구월령과 자홍명, 담평준과 조관웅에게 결핍된 것을 가진 강치와 여울, 태서와 청조를 대비시켜 이들 사이에 팽팽한 긴장감을 만들려 했던 시도는 사실 나쁘지 않았다. 서화(이연희)에게 배신당했던 구월령과 달리 강치의 실체를 알면서도 지지하는 여울과 두려움을 극복하고 아버지의 뜻을 이으려는 태서, 그리고 자신의 의지대로 선택하고 책임지려는 청조의 모습은 이들이 부모 세대를 극복하고 새로운 시대를 열어가야 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하지만 이 모든 실마리에도 불구하고, 이 모든 인물들이 가진 모순과 일관되지 않은 메시지는 이 긴장감의 실체마저 알 수 없게 흩어버렸다. 그럴듯한 메시지를 모아놨지만, 결국 어느 하나 제대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구가의 서>는 상당히 큰 이야기다. 개인의 서사이기도 하지만, 영웅의 서사이기도 하고, 동시에 실제 있었던 역사 속 사실을 아우르는 이야기다. 때문에 메시지도 많을 수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럴 듯한 대사와 메시지를 모아만 둔다고 해서 자연스럽게 하나의 그림이나 의미가 생겨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오이디푸스 신화와 한국의 설화, 그리고 실제하는 역사들을 하나로 엮어 의미 있는 메시지를 담고 싶었던 것이 이 드라마의 의도라면, 이제는 수습할 시간이 그리 많지 않음을 염두해야 할 것이다.

수다 포인트
- 우리 청조는 실연의 상처를 오고무로 극복 중인가요? 급격한 존재감 하락이 돋보이네요;
- 3~4회에 이르기까지 얼굴을 드러내지 않은 자홍명. 밀당도 너무 하면 나가 떨어지는 법입니다.
- 속셈만 있고 실체는 없는 인물들. 임진왜란은 언제 일어나는 거랍니까?

글. 민경진(TV리뷰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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