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진 폭로로 불거진 NRG 불화
실체는 노유민-천명훈의 NRG 상표권 출원

경제적 문제로 싸우는 90년대 그룹들
'장수돌' 신화, 치열하게 싸우고 순수하게 지킨다
[최지예의 찐담화] 24년차 NRG의 '쩐의 전쟁', 돈보다 명예 택한 신화를 보라
≪최지예의 찐담화♪≫
최지예 텐아시아 기자가 가요계의 '찐'담화를 주도합니다. 무분별한 정보 속에서 표류하는 이슈를 날카롭게 보고 핵심을 꼬집겠습니다.

1990년대를 주름잡았던 오빠들이 얼굴 붉히며 싸우고 있다. 불혹을 훌쩍 넘어 중년을 바라보는 나이의 NRG(이성진 천명훈 노유민)의 불화가 그룹 내 문지방을 넘었다. 처음엔 '이슈 몰이겠거니' 했던 이성진의 폭로로 시작된 NRG의 불화는 점입가경의 형국이다.

이성진은 최근 공개된 유튜브 채널 '애동신당'에서 NRG 노유민, 천명훈과의 불화를 고백했다. 이성진은 NRG 재결합에 대한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다가 "팀원들에게 따돌림을 당했다"며 불화를 폭로했다.

원정 도박, 음주운전, 사기 등 여러 구설수로 오랜 시간 자숙해 왔던 이성진은 "나의 잘못도 있으니까 누구를 탓하지 않고 노력했지만, 멤버들의 도가 지나쳤다"고 속상함을 토로했다. 이성진은 "술을 먹고 자해했던 적이 있다"며 충격적 발언을 이어가기도 했다.

이성진의 말은 파장을 일으켰고, 노유민과 천명훈은 "사실무근이며, 대응할 가치도 없다"고 펄쩍 뛰었다. 이후 이성진은 2018년 재결합 활동을 했을 때부터 왕따를 당했다"며 "변명과 거짓은 결국 밝혀질 것이고 손으로 하늘을 가릴 수 없다"고 즉각 반박했다. 이에 노유민은 이성진과 2019년 나눈 대화를 캡처해 올리고 '과연 이것이 따돌림을 받는 사람과의 대화냐'며 일갈했다.
[최지예의 찐담화] 24년차 NRG의 '쩐의 전쟁', 돈보다 명예 택한 신화를 보라
이때까지만 해도 단순 감정싸움에 지나지 않는 듯 보였던 NRG의 불화는 상표권 출원 문제로 이어지며 그 실체가 드러났다.

노유민은 두 차례에 걸쳐 주도적으로 엔알지(N.R.G, New Radiancy Group)의 상표권 출원을 신청하며 돈에 욕심을 냈다. 그러나 멤버 전원의 동의가 없고, 이들이 NRG의 정당한 권리자라는 입증이 부족한 탓에 특허청은 상표권 출원을 반려했다.

현재 NRG의 상표권은 그룹 소방차 멤버이자 NRG 제작자인 김태형 대표에게 출원공고가 났는데, 노유민과 천명훈은 이에 대해 이의신청을 제기했다. 특허청은 신청을 받고 심사과정을 거치고 있다.

게다가 노유민과 천명훈은 이성진을 제외하고 그룹 쿨의 김성수와 트리오를 이뤄 '노훈수'로 활동했다. 김태형 대표에 따르면 노유민과 천명훈은 콘서트를 비롯해 여러 행사 등에서 노훈수의 이름으로 NRG의 '히트쏭', '대한건아' 등을 불렀다. 이성진의 파트는 AR로 처리하고 립싱크했다. 노훈수가 NRG 무대를 꾸미는 걸 상상하니 생경하기 짝이 없다.

수면 위로 떠오른 NRG 불화의 배경에는 '돈'이 있었다. 이 정황 속에서 돈을 좇는 노유민과 천명훈이 짬짜미를 한 정황이 포착된 것. 노유민과 천명훈은 NRG라는 브랜드의 상표권을 어떻게 자신들만의 소유로 생각할 수 있었는지 궁금할 뿐이다.

이에 노유민 측은 지난 9일 텐아시아에 "NRG 상표권 문제 관련 본인이 직접 밝힐 것"이라며 기자회견을 시사했으나, 아직까지 이렇다 할 움직임은 없는 상태다. 노유민은 NRG의 불화설과 상표권 출원 관련 문제가 불거진 와중에도 SNS를 통해 자신이 운영 중인 카페 사진들을 잇따라 업데이트하며 홍보에 여념이 없다.

90년대 활동했던 NRG의 불화는 종종 불거지는 가요계 아이돌 그룹의 불화와는 양상을 달리한다. 한창 예민한 감수성의 아이돌은 빽빽한 스케줄을 단체로 소화하는 과정에서 부딪히는 시간이 많은 데다 숙소까지 함께 사용하니, 별거 아닌 감정싸움이 커져 다툴 때가 많다. 그러나 NRG의 경우 경제적이고 현실적인 이유가 크게 작용했다. 최근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DJ DOC 이하늘과 김창열의 심각했던 불화도 결국엔 돈 때문이었다.
[최지예의 찐담화] 24년차 NRG의 '쩐의 전쟁', 돈보다 명예 택한 신화를 보라
그렇다고 90년대 활동 그룹들의 불화가 모두 돈과 얽혀 있는 것은 아니다. 최근 그룹 신화 에릭과 김동완의 불화는 '신화'를 대하는 책임감의 온도 차에서 비롯됐다. 책임감이 막중한 리더 에릭과 자유분방한 성격의 김동완은 SNS를 통해 서로를 저격하기도 했지만, 지체하지 않고 빠르게 만나 소주잔을 부딪치며 마음을 풀었다.

신화는 과거 활발하게 활동할 당시에도 주먹다짐도 하며 자주 싸웠던 것으로 유명하지만, 언제 그랬냐는 듯 화해하고 다시 똘똘 뭉치는 걸 보면 신화야말로 형제의 우정을 나눈 그룹이 아닌가 싶다.

많은 아이돌 후배의 롤모델로 꼽히는 '장수돌' 신화의 비결은 신화라는 그룹의 가치를 돈이나 경제적 가치로 보지 않는 데 있다. 여섯 멤버들은 신화를 아름다운 추억과 소속감, 또 앞으로 영원히 지켜나가야 할 이름으로 보고 있다. 이들의 순수한 마음이 새삼 멋지고 대단하게 다가온다.

물론 NRG가 동고동락했던 멤버와 틀어진 데에는 경제적인 이유만 작용하진 않았을 것이다. NRG는 이성진이 수차례 구설수에 올라 자숙하는 바람에 활동이 어려워져 그 어려움을 멤버들이 공동으로 분담해야 했다. 노유민과 천명훈은 그 과정을 묵묵히 견디고 2018년 이성진과 함께 3인조 NRG로 함께 컴백해 활동을 펼치기도 했다.
[최지예의 찐담화] 24년차 NRG의 '쩐의 전쟁', 돈보다 명예 택한 신화를 보라
다만, 두 팀은 '한 끗 차이'는 NRG와 신화를 바라보는 멤버들의 태도에서 달라졌다. 각 멤버들에게 NRG는 현실적으로 이용해 경제적 이익을 취할 수 있는 대상이었고, 신화는 신화창조 팬들과 함께 소중히 지켜나가야 할 이름이었다.

끝으로, 노유민은 상표권 출원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시사한 만큼, 하루빨리 입장을 밝혔으면 한다. 신화는 불화설이 불거진 지 3일여 만에 만나 화해했다. SNS에 밝힌 대로 NRG가 잘되길 바란다면 빠른 시일 내에 정확한 사실관계와 입장을 전해 오해를 푸는 노력이 필요하다. 사람 사이의 관계에는 골든 타임이 존재하는 법이다.

최지예 텐아시아 기자 wisdomart@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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