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비, 신곡 '레드벨벳'으로 걸그룹 레드벨벳 성희롱 논란
"레드벨벳과 친분 없어…재밌어 보일 것 같아 작사“
멤버 실명 거론, 노골적인 단어 사용 지적
"레드벨벳·SM에 직접 사과, 음원 삭제 조치"
라비 / 사진=텐아시아DB
라비 / 사진=텐아시아DB
≪우빈의 조짐≫
월요일 아침마다 우빈 텐아시아 기자가 연예계에서 일어나거나 일어날 조짐이 보이는 이슈를 여과없이 짚어드립니다. 논란에 민심을 읽고 기자의 시선을 더해 입체적인 분석과 과감한 비판을 쏟아냅니다.

힙합씬에서 디스란 관계와 맥락속에 있을때 의미가 있다. 알지도 못하는 사람에게 예술이란 명분을 빌어 '말의 총'을 쏘는 건 저격이 아니라 난사다. 디스가 아니라 성적 희롱일때는 방종의 책임은 무거워 진다. 치기 어린 일이라며 사과로 때우기엔 성인인 연예인이 져야할 책임은 무대가 아니라 법정이 가까워 질 때가 많다.

아티스트라 말하기엔 방송인 라비의 재능은 비루하다. 음악이 아니라 '1박2일'이라는 예능프로그램으로 이름을 알린 그는 또 한번의 무리수를 뒀다. 영어 단어와 은유법인 척 가려 놓으면 모를 거라고 생각했을까.

라비는 지난 3일 발매한 새 앨범 '로지스(ROSES)'에 수록된 자작곡 '레드벨벳'으로 성희롱 논란에 휩싸였다. "걸그룹 레드벨벳이 연상되니 재밌게 만들어보자"며 쓴 바로 그 노래였다. 섹슈얼한 노래를 만드는 건 자기 마음일 수 있다. 하지만, 가사 내용이 특정인을 지칭하고 있다면 맥락은 달라진다.

신곡 '레드벨벳'의 가사는 논란의 여지없이 희롱이다. 실명 거론부터 성적 의미가 분명한 영어 단어까지 그룹 레드벨벳을 성희롱한 이 곡의 가사의 의도는 이해되지 않는다.

'초콜릿 사이를 수영하는 것 같아', '실수에 예리하기엔 너무 시간은 빠르고’, '난 더는 못 참아 날 그만 TEST 해/ I TAKE A BITE OUT OF A RED VELVET/ 더 크게 베어 물어줄래', 'DRIP! 위험해 모잘 깊게 눌러줘/ FLIP BABE 뒤돌아 날 등져 BABE/너와 나를 밀폐된 공간에 두면 안 돼', 'R.E.D.V.E.L.V.E.T SO SWEAT BABE/ R.E.D.V.E.L.V.E.T DELICIOUS', 'RUSSIAN ROULETTE/ 누가 대신할 수 없어 너란 자극은/ DUMB DUMB DUMB DUMB DUMB DUMB' (논란이 된 '레드벨벳'의 가사 일부)
라비 / 사진제공=그루블린
라비 / 사진제공=그루블린
라비는 수영(조이 본명), 예리 등 멤버의 이름과 레드벨벳의 노래 '러시안룰렛(RUSSIAN ROULETTE)'과 '덤덤(Dumb Dumb)'의 사용으로 가구 레드벨벳을 연상시켰다. drip(액체 등이 흐르다) flip(휙 젖히다), sweat(땀, 땀에 젖은 상태) 등 POP에서는 성적 의미로 사용되는 단어다. 이 노래는 연인과의 사랑에 대한 노래로 전체 가사를 보면 섹슈얼의 의도가 분명하게 느껴지는데 단어까지 적나라하다. 라비의 '레드벨벳'을 오해의 소지도 없는 성희롱이라 확신할 수 있는 이유다.

문제는 레드벨벳과 라비가 일면식도 없는 사이라는 것. 레드벨벳을 팔아 못다 이룬 가수의 꿈을 이루겠다는 라비의 어이없는 행동은 레드벨벳을 '묻지마 폭행'의 피해자로 만들어 버렸다.

논란이 커지자 라비는 4일 오후 입장문을 내고 빠르게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했다. 문제가 된 음원도 삭제하겠다고 했다. "부끄럽게도 작업을 하면서 가사 속 내용들로 이해 많은 분들이 불쾌함을 느끼실 수 있음에 대하여 스스로 인지하지 못했다"고 했다.

엎지러진 물을 다시 담을 수 없듯이 라비의 노래는 두고두고 회자될 것이다. '쇼미더머니' 출연과 빅스 활동에서도 변변한 음악적 성과가 없었던 그에겐 가장 큰 음악적 훈장일 순 있겠다.
라비 / 사진=텐아시아DB
라비 / 사진=텐아시아DB
라비는 자신의 무지를 인정했다. 하지만 무식이 행동을 정당화하지 않는다. 법치주의 사회에서 방종의 댓가는 사과와 철회가 아니라 배상과 책임으로 귀결된다. 가만히 있던 레드벨벳은 알지도 못하는 라비에게 사과를 받아야 했다.

인생은 실전이다. 무대 위에 있을 때는 모든게 용서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이는 착각일 뿐이다. 성희롱 뒤 사과문 몇 줄과 음원 삭제로 대응에 나선 라비를 보며 떠오르는 이름이 있다. 래퍼 블랙넛. 블랙넛은 여성래퍼 키디비를 음원을 통해 성적으로 모욕한 혐의가 인정돼 2019년 징역 6월, 집행유예 2년 및 사회봉사 160시간을 선고받았다.
라비 / 사진제공=그루블린
라비 / 사진제공=그루블린
라비에게 묻고 싶다. 노림수가 분명한 이 노래를 발매하면서 논란이 될 거란 생각을 못했는지. 변변한 히트곡 하나 없는 가수를 넘어서기 위해 성희롱으로 변죽을 울려서 힙합씬에서 이목을 끌어 보려 한 것은 아닌지 말이다.

이번 논란이 라비의 노이즈마케팅의 일환이었다면 성공한 듯 보인다. 로지스 앨범에 수록된 다른 6곡의 노래들은 주목을 받았으니 말이다. 라비가 하겠다는 새로운 음악이 그를 평생 쫓아다닐 '성희롱 래퍼'라는 멍에에 묻히지 않길 바라본다.

우빈 텐아시아 기자 bin0604@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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