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승성 회장의 '걸그룹의 탈 걸그룹' 전략 진화

핫이슈 "걸그룹 뿐 아니라 보이그룹도 경쟁상대"
/사진 = 큐브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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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예의 에필로그≫
최지예 텐아시아 기자가 매주 금요일 먼지 쌓인 외장하드에서 과거 인터뷰를 샅샅히 텁니다. 지금 당신이 입덕한 그 가수, 그 아이돌과의 옛 대화를 재미있게 풀어드립니다.

그룹 포미닛과 핫이슈. '홍승성 걸그룹' 포미닛과 핫이슈를 보게 된다면 문득 어떤 기시감이 느껴질지도 모른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들 그룹의 DNA는 확연히 다르다. 같은 아버지 밑에서 태어났다고 해도 전혀 다른 정체성의 포미닛과 핫이슈다.

'핫이슈'란 단어를 들었을 때 포미닛이 떠오르는 건 우연이 아니다. '핫이슈'는 포미닛의 데뷔곡이자 대표곡이기 때문이다. 2009년 6월 허가윤, 전지윤, 김현아, 남지현, 권소현 등 총 5인 그룹으로 데뷔한 포미닛은 '핫이슈'를 통해 데뷔부터 주목을 받으며 승승장구했다.

'핫이슈'를 시작으로 'Muzik'(뮤직), '거울아 거울아', '이름이 뭐예요', '미쳐', '싫어' 등 여러 히트곡을 배출한 포미닛은 2016년 6월 해체하기까지 뚜렷한 정체성을 인정 받으며 인기를 누렸다. 이른바 '아이돌 7년 징크스'를 넘지 못하며 결국 역사 속으로 사라졌지만, 자신들만의 색깔은 확실히 보여줬던 그룹이었다.

데뷔 6년차, 2015년 2월 타이틀곡 '미쳐'로 컴백을 앞둔 포미닛은 블랙 버킷햇에 다크한 립스틱, 두껍고 남성적인 액세서리 등으로 흡사 보이그룹 같은 스타일링 변신을 했다. 무대 콘셉트 역시 파워풀한 카리스마를 내세웠다.
/사진 = 텐아시아 사진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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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만의 색깔을 더 찾아야 될 것 같은데 '다른 걸그룹이 할 수 없는 우리만의 것이 무엇일까'라고 생각했어요. 이번 콘셉트는 걸그룹이 처음 시도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재미있는 활동이 될 것 같아요. 조금 걱정되는 부분이 '모 아니면 도'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번 활동은 남성팬 분들을 조금 포기했고, 예쁜 것도 포기했습니다. 포미닛 역대 제일 세요. 화장도 제일 세고, 예쁜 게 없어요. 모든 게 다 세요!" (2015.02. 포미닛 여섯 번째 미니앨범 'CRAZY' 발매 인터뷰)

'예쁜 걸 포기했다'는 포미닛의 말은 걸그룹 전형의 탈피를 뜻했다. 걸그룹이라면 예쁘거나 귀엽거나, 섹시 콘셉트를 표방하던 당시 가요계에선 파격적인 시도였다. 실제로 포미닛의 '미쳐' 무대 속 멤버들은 예쁘다기보다는 '강렬한' 분위기가 강조됐다. 멤버들은 그 노래 가사처럼 무언가에 미친듯이 춤울 추며 카메라를 씹어 삼켰다. 당시 그 포미닛 활동에서 홍승성 회장의 '탈 걸그룹' 전략이 시작됐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사진제공=S2엔터테인먼트
사진제공=S2엔터테인먼트
포미닛 해체 후 6년이 흘렀다. 홍승성 회장은 또 한번 걸그룹을 론칭했다. 큐브엔터테인먼트를 떠나 새롭게 설립한 S2엔터테인먼트의 첫 걸그룹, 이름은 핫이슈다.

핫이슈는 나현, 메이나, 형신, 다나, 예원, 예빈, 다인으로 구성된 7인조 그룹. 이들은 데뷔 전부터 '홍승성표 걸그룹'으로 입소문을 타며 가요계 주목을 받았다. 베일을 벗은 핫이슈는 업템포 댄스곡 '그라타타'(GRATATA)로 데뷔해 수준급의 무대를 선보였다. 다만, 첫걸음을 떼고 5주 정도의 활동을 마친 상태라, 현재로선 대중에게 모든 매력을 보여줬다기엔 시간 자체가 짧았다.
걸그룹 핫이슈 /사진 =  조준원 기자
걸그룹 핫이슈 /사진 = 조준원 기자
최근 한경텐아시아 사옥에서 만난 핫이슈는 무대 위 카리스마 있던 모습과는 달리 풋풋한 솜털이 채 가시지 않은 모습이었다. 7명의 멤버들이 모이게 된 배경에 대해 묻자 핫이슈는 "홍승성 회장님께 픽(PICK) 당했다"고 입을 모았다.

"저희 7명 모두 홍승성 회장님께서 픽하셨죠. 안무나 노래, 녹음 등 모든 부분에 있어서 홍승성 회장님이 관여하세요. 최종적인 결정은 모두 회장님 컨펌이 떨어져야 가능해요. 홍 회장님을 직접 만나 뵙지는 못했지만, 화상 채팅 등을 통해서 중요한 당부나, 좋은 말씀을 해주시면서 소통하고 있어요."

오랜 시간 투병 중인 홍 회장은 육체적인 한계에도 불구하고, 필드에서 활발하게 뛸 때와 같은 에너지로 핫이슈에 애정을 쏟았다는 가요계 전언이다. 그래서인지 인터뷰하는 핫이슈의 면면에서는 포미닛에서 좀 더 진화된 홍승성 회장의 '탈 걸그룹' 철학이 물씬 느껴졌다.
걸그룹 핫이슈 /사진 =  조준원 기자
걸그룹 핫이슈 /사진 = 조준원 기자
"저희가 다른 걸그룹과 다른 점이요? 저희 경쟁 상대는 걸그룹이 아니에요. 걸그룹은 물론이고, 보이그룹도 포함입니다. 보이그룹과 견주어도 손색없는 퍼포먼스와 카리스마를 선보이겠다는 게 저희의 차별점이에요. 퍼포먼스뿐 아니라 음악적으로도 걸그룹, 보이그룹을 막론하고 K팝의 최고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게다가 많고 많은 이름 중 '핫이슈'다. '핫이슈'란 이름에서 포미닛이 떠오르리란 걸 모르지 않았을 홍승성 회장이다. 그러나 홍 회장은 혼과 영을 갈아 넣은 새 걸그룹에 고집스럽게도 '핫이슈'란 이름을 지어줬다. 흡사 자신이 만든 곡이라면 어느 구석이라도 시그니처 사운드 'JYP'를 욱여넣고야 마는 박진영의 마음이 이와 같을까.

"핫이슈란 이름으로 정해졌다는 말을 처음 들었을 때, 포미닛 선배님의 워낙 유명한 노래니 부담감이 없었다면 거짓말이죠. 다만, 홍승성 회장님께서 그 노래와 같은 이름을 저희에게 붙여주신 데에는 그 이유와 큰 그림이 있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그래서 저희들이 할 일은 하나인 거 같아요. '핫이슈'를 떠올렸을 때 저희를 떠올리게 하는 것이요. 더 열심히 해야 할 거 같아요."
걸그룹 핫이슈 /사진 =  조준원 기자
걸그룹 핫이슈 /사진 = 조준원 기자
포미닛의 '핫이슈' 이후 벌써 12년이 지났다. 그 사이 강산은 변했고, 핫이슈란 이름의 새로운 새싹이 다시 피어났다. "가요계의 핫이슈를 몰고 오겠다"는 핫이슈의 포부처럼 '핫이슈'란 이름이 이제는 온전히 핫이슈의 것이 되길 기대한다. 소녀시대가 처음 나올 때 대다수의 사람들이 가수 이승철의 '소녀시대'를 떠올렸던 걸 생각하면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최지예 텐아시아 기자 wisdomart@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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