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승환, 발라드 세손에서 세자로 업그레이드
[최지예의 에필로그] 발라드 세손 정승환, 세자 책봉을 명하노라


≪최지예의 에필로그≫
최지예 텐아시아 기자가 매주 금요일 먼지 쌓인 외장하드에서 과거 인터뷰를 샅샅히 텁니다. 지금 당신이 입덕한 그 가수, 그 아이돌과의 옛 대화를 재미있게 풀어드립니다.

가수 정승환을 주목하게 된 건 2014년 SBS 오디션 프로그램 'K팝스타4'에서 가수 김조한의 '사랑에 빠지고 싶다'를 부르는 그를 봤을 때였다.

여드름이 송골송골 맺힌 앳된 얼굴의 정승환은 긴장한 기색도 없이 눈을 지그시 감고 노래를 불렀다. 오디션 참가자라고 보기엔 완급 조절과 감정 표현이 탁월해 이후에도 그 무대가 내내 인상에 남았던 기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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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사위원이었던 YG 양현석, JYP 박진영, 안테나 유희열 역시 일제히 정승환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양현석은 "정승환에게 빠졌다"고 했고, 박진영은 "아무도 떠오르지 않았다, 나는 이런 가수를 찾았다"고 극찬했다. 유희열은 "'스케치북'에서 발라더 특집을 한다면 마지막 특별 게스트로 정승환을 올리고 싶다"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이제는 정승환의 소속사 대표이자 음악을 함께하는 형이 된 유희열은 'K팝스타4' 당시 정승환에게 '발라드 세손'이란 별칭을 선사했다. 발라더로서 정승환의 푸르른 떡잎을 미리 알아본 유희열의 혜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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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희열은 '안테나에서 행복하게 음악 할 수 있을 거 같다'며 자신의 품에 안긴 정승환을 2년 정도 트레이닝하고 데뷔시켰다.

"발라드는 누가 부르냐의 싸움입니다. 정승환은 타고 태어났어요. 정승환보다 노래를 잘하는 사람은 있지만 대체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고 봐요. 이야기가 먼저 다가오는 가수입니다. 절대 먼저 울지 않고, 슬픔을 강요하지 않아요. 정승환은 목소리가 정말 잘 생겼어요." (2016.11.30. 정승환 '목소리' 데뷔 쇼케이스에서 유희열)

정승환의 데뷔곡 '이 바보야'는 나오자마자 음원차트 1위를 싹쓸이했다. 이미 데뷔 전부터 tvN 드라마 '또 오해영' OST '너였다면'으로 돌풍을 일으켰던 정승환은 온전히 자신의 이름 석 자를 내세운 '목소리'로 '발라드 세손'의 이름값을 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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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앨범 타이틀 '목소리'는 저를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단어라고 생각했어요. 부모님께서 주신 제 정체성이죠." (2016.11.30. 정승환 '목소리' 데뷔 쇼케이스에서 정승환)

이후에도 '비가 온다', '눈사람', '십이월 이십오일의 고백' 등을 통해 발라드란 장르 속에서 스펙트럼을 넓혀왔다.

정승환이 여타 발라더와 비교해 구별되는 특징은 출중한 가창력을 겸비한 가운데 의도된 듯한 감정의 여백과 절제다. 100 만큼의 가창력을 끌어올려 감정을 호소할 수 있다면, 일부러 4~5 정도 힘을 빼고 불러 청자의 감정이 들어올 빈자리를 남겨둔다. 이런 능력은 노력이나 스킬로 얻을 수 있는 게 아니라 태생적 성품에서 오는 느낌이라 정승환 고유의 매력이라 평가된다.
가수 정승환 /사진 = 안테나
가수 정승환 /사진 = 안테나
지난 24일 진행된 새 미니앨범 '다섯 마디' 발매 기념 인터뷰에서 정승환을 다시 만났다. 'K팝스타4' 후 7년이 훌쩍 흐른 만큼 정승환의 얼굴에도 켜켜이 쌓아온 발라더의 감성이 무르익어 있었다. 한 인생에 헛된 시간이 없듯 정승환은 지난 시간 동안 어엿한 뮤지션으로서 성장해 있었다.

"데뷔 때와 비교해 보니 목소리도 바뀌었더라고요. 노래를 부르는 걸 좋아하기만 했었는데, 제가 몰랐던 것들 알게 됐고 들리지 않았던 것들이 들렸어요. 제 목소리의 단점을 보완하고, 지킬 건 지키면서 감정 면에서 있어서 조금 더 디테일하게 부를 수 있게 되지 않았나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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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중 '발라드 세손'이란 별칭이 언급됐는데 "그럼 아버지 '발라드 세자'는 누구고, 할아버지 '발라드 왕'은 누구냐"며 농담 섞인 가벼운 질문을 던졌다.

"아버지는 신승훈, 이문세 선배님이 아닐까 싶어요. 음, 성시경 선배님은 아빠라기보다는 형인 느낌인데, 아 뭐죠. 그럼 족보가 약간 꼬이는 거 같은데요. 하하!"

'성발라', '버터왕자' 성시경에 대해 정승환은 음악적으로 교류하며 조언을 구하는 '존경하는 선배'라고 전했다. "앨범 준비하며 좋은 게 있어서 해보려고 했는데 이미 하셨더라"며 성시경을 원망하기도 했다는 정승환이다. 두 사람 사이 10년 이상의 경력 차이가 나긴 해도 성시경은 "정승환 많이 컸다"며 "앨범 잘 됐으면 좋겠다"고 공개 응원하기도 했다. 정승환은 이미 국내 발라드계 굵직한 존재감을 나타내며 훌쩍 성장했다.

오디션 프로그램에서의 처음, 그리고 데뷔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참 잘 자라준 정승환에게 다음과 같은 교지를 전한다.

"발라드 세손 정승환, 세자 책봉을 명하노라."

최지예 텐아시아 기자 wisdomart@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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