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정승환 /사진 = 안테나
가수 정승환 /사진 = 안테나
아프다고 외치며 애써 노래하는 거 같지는 않은데, 그냥 목소리가 너무 아프다. 가수 정승환의 노래를 들으면 '진짜 아프면 악 소리도 못낸다'는 말이 피부에 와닿는다. '너였다면', '이 바보야'의 주인공 정승환이 돌아왔다. 2년 만이다.

정승환은 26일 오후 6시 새 미니앨범 '다섯 마디'를 발매하고 팬들을 찾는다. 타이틀곡 '친구, 그 오랜 시간'을 비롯해 총 5곡이 담긴 이번 앨범에는 정승환의 정체성인 '발라드'를 기반으로 그만의 다채로운 감성이 담겼다.
10. 2년 만에 컴백인데, 그 동안 어떻게 지냈나요?
정승환 :
앨범 작업에 전념했어요. 앨범을 구상한 건 지난해부터였고, 본격적으로는 지난 1월 초부터죠. 피지컬 앨범을 발매하는 게 2년 만이어서 팬 분들도, 저도 많이 기다렸죠. 오래 기다려 주셔서 죄송하면서도 감사합니다.

10. 이번 앨범을 간단하게 소개해 주세요.
정승환 : 앨범 타이틀이 '다섯 마디'에요. 앨범에 다섯 곡이 실려서 그런 것도 있지만, 음악이라는 게 말하지 못한 한 마디에서 시작해서 확장된 것이란 생각이 들었죠. 한 마디가 한 곡이 되고, 다섯 마디가 모여서 다섯 곡이 되었다는 뜻을 담았어요. 이 앨범을 준비하면서 데뷔 때 앨범을 떠올렸어요. '백 투 더 베이직'. 저의 데뷔 앨범 타이틀은 '목소리'인데, 그 당시엔 제가 목소리로 설명이 됐으면 좋겠다는 포부가 담긴 앨범이었죠. 이번 앨범은 그 '목소리'의 두 번째 버전을 만들고 싶었어요. 정승환을 가장 잘 설명할 수 있는 음악이 있다면 그건 발라드라고 생각했어요.
가수 정승환 /사진 = 안테나
가수 정승환 /사진 = 안테나
10. 이번 타이틀곡 '친구, 그 오랜 시간'은 어떤 곡인가요?
정승환 : 타이틀곡은 다섯 곡 중 가장 마지막에 완성된 트랙입니다. 그 만큼 애를 많이 먹고 고생이 많았어요. 멜로디랑 가사가 여러 번 수정이 됐어요. 처음에는 가사 테마가 이별이었는데, 만들어 놓고 불러놓고 듣다보니까 멜로디가 안 사는 거 같아서 테마를 바꿔보자고 했죠. 세레나데 같은 느낌이 있는 곡이라, 짝사랑이란 단어를 담아서 고백송을 만들었어요. 친구 사이인데 짝사랑하게 된 이야기죠.

10. 오랜 시간 친구를 좋아했던 건 경험담일까요?
정승환 : 많이들 경험담이냐고 물어보시는데, 만약에 경험담이었다면 가사에 제 지분이 가장 컸을 거 같아요. 사실 몰입을 깰까봐 망설여지는데, 저는 그런 타입은 아니에요. 가사 속에 화자는 말 못해서 끙끙 앓고 있는 사람인데, 저는 이 가사에 아주 공감하기는 어려워서 영화나 드라마를 많이 봤어요. 녹음하기 직전까지 '응답하라 1988' 속 류준열 씨가 연기했던 캐릭터를 정말 많이 돌려봤어요. 감정에 몰입하려고 애썼죠.

10. 좋아하는 이성에게 고백을 잘 하는 타입인가 봐요.
정승환 : 하하, 글쎄요. 보자마자 고백하는 건 어렵겠지만, 마음에 확신이 생긴다면 오래도록 마음에 품고 있는 타입은 아닌 거 같아요.

10. 이 곡이 타이틀곡이 된 과정과 이유를 설명해 주세요.
정승환 : '친구, 그 오랜 시간'이 가장 마지막에 나온 곡이에요. 이 곡이 나오기 전까지 타이틀이 없었죠. (서)동환이와 공을 들여서 타이틀곡 작업을 하는데 어느 순간 '어, 이거다' 하는 순간이 왔어요. 완성과 동시에 '이건 타이틀이다' 했죠. 제 앨범 곡들을 수도 없이 모니터를 했는데 트랙 별로 들었을 때 가장 힘이 느껴졌어요. 느낌으로 판단을 했던 거 같아요. 제가 어떤 곡을 불렀을 때 호소하는 힘이라든가, 기승전결이 가장 뚜렷하게 나타났던 트랙이었던 거 같아요.
가수 정승환 /사진 = 안테나
가수 정승환 /사진 = 안테나
10. 앨범 수록곡 중에 아이유 작사-작곡-편곡한 '러브레터'란 곡이 눈에 띄네요.
정승환 : 아 이곡은 '유희열 스케치북' 코너에서 처음 시작된 노래예요. 미발매 곡을 들려드린 다음에 시청자한테 제목을 지어달라고 해서, 이 곡을 선물하려는 취지가 있었던 곡이죠. 사실상 정식 발매는 안됐지만 공개가 됐던 곡입니다. 제가 시청자 입장에서 듣고 노래가 좋아서 커버를 해서 올렸는데, 아이유 선배님이 유희열 대표님과 이야기를 나누는 과정에서 '이 곡 승환씨가 해주면 어떨까요?'란 이야기를 하셨대요. 저야 정말 감사할 따름이었죠. 저는 곡을 커버하면서도 이 곡이 제 앨범에 들어갈 거라고 생각 못했으니까요.

10. 스토리가 있는 곡이네요.
정승환 : 네, 방송 당시에는 1절만 나왔었고, 아이유 선배님은 좀 강렬하게 불렀었는데 이 버전은 다르게 편곡됐어요. 확실한 색깔 차이가 있어요. 곡이 어떻게 보면 목소리보다는 기타가 주가되는 곡인데, 옛날 선배님들이 포크 음악하는 사운드를 내고 싶었죠. 딱 떠올랐던 게 곽진언 형이었어요. 평소에 친한 형이기도 하고, 부탁드렸는데 정말 열심히 해주셨어요. 보통 세션 녹음은 30분 정도 뚝딱 하고 가는 일이 허다한데, 3번 다 다른 날에 걸쳐서 녹음해 주셨죠.

10. 최근 성시경 선배가 '후배 정승환 잘 됐으면 좋겠다' 하더라고요.
정승환 : 감사하죠. 이번에 앨범을 내주셔서 저의 10년 뒤, 20년 뒤가 어떻겠다는 생각을 할 수 있는 계기가 됐어요. 저도 앨범 준비를 하면서 성시경 선배님께 연락을 드렸어요. 고민이 많아서요. 발라드 앨범을 만든다는 게 너무 힘든 일이라는 걸 알게 됐거든요. 성시경 선배님이 존경스럽더라고요. 오랜 시간 발라드 가수로 활동하고, 수많은 히트곡도 있으시고. 존경의 표현과 동시에 원망의 표현도 했어요. '좋은 거 하려고 하면 다 형 앨범에 있더라'고요. 존경하는 선배님이죠. 그런 분일수록 더 다가가고 싶고 더 예쁨받고 싶고 그런데 조심스러운 것도 있어요. 다행히 데뷔 때부터 저를 꾸준히 아껴주세요.

10. 성시경 8집 앨범은 어땠나요.
정승환 : 성시경 선배님 이번 앨범에 조규찬, 강승원 선배님들이 참여하셨더라고요. 두 분 뮤지션으로서도 너무 좋아하는 분이어서 저의 앨범에 그 분들의 앨범을 실을 수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어요. 조규찬 선배님께서 윤종신 선배님처럼 월마다 곡을 내시는데 제가 정말 좋아해서 꾸준히 듣고 팔로우했어요. 라디오 진행할 때도 선배님 곡을 정말 많이 틀었고요. 조규찬, 성시경 선배님들을 팬으로서도 좋아하지만 언젠가 작업을 같이 한번 해보고 싶습니다.

10. 발라드 하면서 뭐가 제일 힘든가요?
정승환 : 발라드라는 장르 자체가 자칫 상투적이고 뻔해질 수 있는 장르인 거 같아요. 기본적이고 거의 공식화되어 있는 코드 진행 안에서 승부를 보는 건 정말 한 끗 차이거든요. 그 한끗을 넘어서느냐는 정말 어려운 문제에요. 발라드를 잘 해내시는 선배님들 보면 정말 대단해요.
가수 정승환 /사진 = 안테나
가수 정승환 /사진 = 안테나
10. 후배로서 선배 가수들이 어떤 도움이 되나요.
정승환 : 도움이 아니라 너무 큰 비중을 차지해요. 제가 몰랐던 세계를, 제가 살았던 때보다 더 오래 살아오신 분들이죠. 곁에서 배우면서 시야가 넓어지는 계기가 됐어요. 정말 많은 것들을 배웠죠. 특히, 안테나에 있으면서 그랬던 거 같아요. 단 한번도 안테나에 온 걸 후회한 적 없어요. 유희열 선배님의 몸매를 닮아갈 때 말고는요? 하하, 저희끼리 벌크업이 금지사항이거든요. 유희열 선배님께서 저한테 항상 걸그룹 몸매를 유지해야 한다고 농담하시곤 해요.

10. 유희열 대표는 앨범을 듣고 뭐라고 하던가요.
정승환 : 평소 과묵하고 시크하세요. 짧고 간결하게 '잘 만들었네, 잘 나왔다' 하셨어요. 인정받은 기분이어서 좋았어요.

10. '발라드 세손'이란 별명이 있어요.
정승환 : 하하, 제가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데뷔할 당시 좀 아기 같아서 그런 별명을 지어주신 거 같은데 가끔 민망하게 생각되기도 하지만 감사하게 다가와요. 발라드의 계보를 잇는다는 말이니까요.

10. 그럼 아빠 '발라드 세자'는 누구고, 할아버지 '발라드 왕'은 누굴까요?
정승환 : 음, 아빠는 신승훈, 이문세 선배님이 아닐까 싶어요. 성시경 선배님은 아빠라기 보다는 형의 느낌인데, 아 뭐죠. 그럼 족보가 약간 꼬이는 거 같은데요. 하하!
가수 정승환 /사진 = 안테나
가수 정승환 /사진 = 안테나
10. 가수 정승환의 보컬은 뭐가 다르다고 생각하나요.
정승환 : 많은 분들이 모니터하시고 피드백을 주실 때 그런 말을 많이 하세요. 기준치에서 조금 덜 하려고 하는 게 있다고요. 호소하려고 한다면 온 힘을 실어서 부를 수 있는데 거기서 몇 프로를 빼는? 저는 담백하게 슬플 때 더 슬프다고 생각하는 거 같아요.

10. 데뷔 때와 뭐가 달라졌나요. 어떤 부분에서 성장했을까요?
정승환 : 데뷔 때와 비교해 보니 목소리도 바뀌었더라고요. 노래를 부르는 걸 좋아하기만 했던 사람이었다면 이제 안테나라는 곳에 들어와서 음악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어떻게 세상에 공개되는지 그 과정을 알게 됐어요. 제가 몰랐던 것들 알고 들리지 않았던 것들이 들렸죠. 제 목소리 단점을 보완하고, 지킬 건 지키면서 감정 면에서 있어서 조금 더 디테일하게 부를 수 있게 되지 않았나 싶어요.

10. 'K팝스타' 후 7년이 흘렀어요. 현재의 자신을 평가해 본다면요.
정승환 : 그 전엔 음악을 혼자서 부르고 만드는 걸 좋아했지 그걸 함께 하는 것에 대한 개념이 없었어요. 지금은 매번 작업을 할 때마다 음악을 혼자서 할 수 없다는 걸 느껴요. 예전보다 저를 더 객관적으로 판단하게 되었죠. 제게 주어진 역할은 보컬리스트라고 생각해요. 일단 이 영역을 잘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그 다음에 창작의 영역에 있어서 좀 더 확장해 나가고 싶어요.
가수 정승환 /사진 = 안테나
가수 정승환 /사진 = 안테나
10. 자신의 곡을 주고 싶은 사람은 없나요?
정승환 :
최근에 '놀면 뭐하니?'에서 지석진 선배님의 목소리 듣고 너무 깜짝 놀랐어요. 나오신 분들 중 가장 제 귀를 사로잡았어요. 저는 '아 저 분은 무조건 가수고, 무조건 발라더다'라고 생각했는데, 지석진 선배님인 줄 정말 몰랐어요. 너무 잘부르시더라고요. 이 분께 제가 곡을 드리는 것도 좋지만 제가 도와드릴 수 있는 걸 도와드린다면 지석진이라는 가수를 재발견할 수도 있지 않을까 싶어요.

10. 이 앨범을 듣는 청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과 듣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정승환 : 어떤 다섯 가지의 이야기가 담겼어요. 각각 다른 이야기여서 들으시다가 내가 겪어 봤던, 또는 처해 있는 상황과 닿아있다면 들어주시면 좋겠어요. 앨범을 만들 때 개인적 서사를 담는 앨범이 있는가 하면 보편적인 감정을 담기도 하는데, 이번 앨범은 후자에요. 좀 더 다양한 사람들의 보편적인 이야기와 닿아있어요. 진입 장벽이 낮다고 생각해요요. 편하게 들어주시면 좋겠어요. '너무 좋다'가 아니더라도 이 앨범이 플레이리스트 어딘가 구석에 오래 있어서 잊고 있다가도 들으면 좋을 만한 곡이었으면 해요. 팬들이 '내가 좋아하는 정승환, 내가 기억하는 정승환이 이런 정승환이지'라고 떠올릴 수 있는 곡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최지예 텐아시아 기자 wisdomart@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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