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5월 성시경 '축가' 현장 사진 /사진 = 젤리피쉬엔터테인먼트 제공
2016년 5월 성시경 '축가' 현장 사진 /사진 = 젤리피쉬엔터테인먼트 제공



≪최지예의 에필로그≫
최지예 텐아시아 기자가 매주 금요일 먼지 쌓인 외장하드에서 과거 인터뷰를 샅샅히 텁니다. 지금 당신이 입덕한 그 가수, 그 아이돌과의 옛 대화를 재미있게 풀어드립니다.

2016년의 5월 15일. 연일 화창했던 날씨에 잔뜩 설렜는데 자고 일어나니 하늘이 우중충했다. 그날은 가수 성시경의 브랜드 콘서트 '축가'가 열리는 날이었다. 날씨는 변덕을 부렸고, 야속하게도 하늘에서 장대비가 쏟아졌다.

취재하러 가는 발걸음이 축축했다. 순식간에 열악해진 근무환경을 맞닥뜨리니, 취재 의욕이 사그라지는 소리가 들렸다. '그래, 어차피 노트북도 못 여는데 가서 즐기다 오자.' 애써 긍정 회로를 돌리며 연세대 노천극장으로 향했다.
2016년 5월 성시경 '축가' 현장 사진 /사진 = 젤리피쉬엔터테인먼트 제공
2016년 5월 성시경 '축가' 현장 사진 /사진 = 젤리피쉬엔터테인먼트 제공
"여기는 날씨 좋으면 '천국'인데, 비만 오면 '지옥'이네요."

여전히 빗줄기는 굵었지만, 노천극장에는 우비를 쓴 관객들이 입추의 여지 없이 자리를 메웠다. 관객들에 대한 예의라며 우비도 입지 않고 무대에 오른 성시경은 특유의 부드러운 유머로 인사를 건넸다.

오프닝 무대 2-3곡을 소화한 성시경은 비를 쫄딱 맞고도 싫은 기색 없이 노래를 이어갔다. 되려 쏟아지는 비에 몸을 맡긴 듯 무대 곳곳을 누비며 관객과 눈을 맞췄다. 곳곳에서 피어나는 물안개와 어우러진 성시경의 목소리는 분위기를 더했고, 비 내리는 노천극장은 황홀경에 촉촉이 젖어갔다.

성시경의 표현을 빌려 그 상황이 '지옥'이었다면, 내 기억 속 공연은 '환희에 찬 지옥'으로 남았다.

"제가 이렇게 방송을 많이 하게 될 줄 몰랐어요. 분명히 이게 제 꿈은 아닙니다. 그래서 요즘 힘든 것 같아요. 배부른 소리일 수 있겠죠. 앨범도 안 내는 가수인데 공연에 이렇게 많이 와주시고. 덕분에 정신 차려서 앨범 내겠습니다."

2011년 정규 7집 '처음'을 끝으로 정규앨범이 없던 성시경이었다. 그는 앨범 발매보다 TV에서 활동이 잦은 것이 꽤 겸연쩍은 눈치였다. 우비를 뒤집어쓴 채 이 고난스러운 하모니에 참여한 동지들이 오랜 시간 그의 새 음악을 바라고 있다는 걸 잘 이해하고 있는 듯 보였다.

다만, 에둘러 표현한 '요즘 힘들다'는 말에서 아티스트로서의 고충과 갈증이 함의된 듯 다가왔다. 어떤 영감이나 의지는 때로 불현듯 찾아오기도 하고, 감감히 기약이 없기도 하다. 이를 모르지 않는 관객들은 박수와 함성으로 응원을 보냈다.

동시에 성시경의 이 고백은 무대에서 노래하는 일이 자신의 정체성이자 진정한 꿈이라는 걸 명확하게 천명하고 있었다.
가수 성시경 /사진 = 에스케이재원
가수 성시경 /사진 = 에스케이재원
"오늘 여러분과 함께하며 큰 에너지를 받았으니, 정신 잘 차리고 노래하는 마음 잊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이로부터 5년 만이다. 성시경의 정규 8집 발매 소식이 날아들었다. 정규 7집 이후로는 무려 10년의 세월이 흘렀다. 피노키오였다면 코의 길이가 상당했을 성시경은 드디어 그날 노천극장에서 한 약속을 지킨다.

그는 지난달 자신의 SNS를 통해 정규 8집 발매 소식을 직접 전하면서 "대단한 앨범은 아니지만 나쁜 앨범도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어깨에 힘을 뺐다. 10년 만의 정규 앨범의 무게가 분명 적지 않았을 텐데 말이다. 오랜 시간 구슬땀을 흘렸을 성시경은 "다만 조금 후련해질 것 같다"는 특유의 완곡 화법으로 담담히 앨범 발매 소감을 전했다.

"5월의 행복을 위해 불행한 밤들을 보내겠다"며 글을 마무리한 성시경은 오는 21일 정규 8집 'ㅅ(시옷)'으로 팬들을 만날 채비 중이다. 그가 보낸 불행한 밤들이 10년을 기다린 팬들의 밤을 행복으로 채워줄지 너무도 궁금하다.

최지예 텐아시아 기자 wisdomart@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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