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브레이브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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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빈의 리듬파워≫
우빈 텐아시아 기자가 알려주는 흥미진진한 가요계 이야기. 모두가 한 번쯤은 궁금했던, 그러나 스치듯 지나갔던 그 호기심을 해결해드립니다.

'그대여 내게 말해줘 사랑한다고 Rollin' Rollin' Rollin' Rollin'/ 하루가 멀다 하고 Rolling in the deep'

2021년의 봄 가요계. '벚꽃엔딩' '꽃송이가' 등 연금송으로 무장한 버스커버스커가 9년만에 시즌송의 왕좌에서 내려왔다. 올 봄의 주인공은 브레이브걸스의 '롤린'. 1위를 했던 노래가 차트에 재진입하거나 비교적 최신곡이 입소문을 타고 소소하게 흥하다 역주행에 성공한 경우는 있었지만, 4년 전 발매된 노래가 역주행으로 1위를 한 건 처음. '롤린'은 역주행과 동시에 전 음원차트 1위를 휩쓸었고 멜론 월간 차트 왕좌까지 차지했다. '롤린' 열풍을 일으키고 있는 2021년, 이런 명곡이 왜 그땐 뜨지 못했을까.
사진=텐아시아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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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린'은 2017년 3월 7일 발매됐다. 1기로 분류되는 원년 멤버들이 떠나고 지금의 멤버인 민영, 유정, 은지, 유나와 지금은 탈퇴한 하윤까지 브레이브걸스 2기의 첫 앨범이었다. 이 곡은 트로피컬 하우스를 접목시킨 경쾌한 업템포의 EDM 곡으로 중독성 있는 가사와 멜로디가 특징이라고 소개되어 있다. '롤린'은 싱그럽고 상큼하다. 단, 듣기만 해야 싱그럽고 상큼했다.

당시 브레이브걸스는 지금처럼 귀엽고 털털하지 않았다. '아찔함'과 '섹시함'을 내세웠고 의상과 퍼포먼스 모두 야했다. '롤린'은 발매 전 가사 중 일부가 비속어를 사용했다는 이유로 KBS 심의 부적격 판정을 받았고, 뮤직비디오의 1차 티저는 노출 수위와 선정성 등을 이유로 청소년관람불가, 19금 판정을 받았다. 뮤직비디오 역시 마찬가지다.
사진=텐아시아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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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뮤직뱅크'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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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린'이 그때 뜨지 못했던 가장 큰 이유는 기획력의 부재다. 용감한형제와 브레이브엔터를 비난하고자 하는 의도는 아니다. 하지만 완전한 면죄부를 주고 싶지도 않다. 그때의 '롤린'은 한 마디로 심각한 부조화라는 병을 앓았다.

아이돌 흥행의 기본은 노래와 콘셉트, 스타일링(헤어, 메이크업)이 '찰떡 같이 어우러짐'인데 브레이브걸스에겐 이 기본이 없었다. '롤린'은 청량하고 시원한 멜로디라 '아이돌美'를 한껏 끌어올릴 수 있는 노래였지만, 브레이브엔터의 선택은 노래와 조화를 이루지 못하는 뱀파이어와 섹시 콘셉트였다. 듣기엔 좋지만 보기엔 난감한 '롤린'이니 대중의 외면을 받을 수밖에.

음악에는 한 시대의 사람들이 들으면서 좋다고 느끼는 경계선이 있다. 이 선에 가까울수록 트렌디한 느낌을 주고 이로 인해 검색과 반복 재생이 이뤄진다. 하지만 브레이브걸스의 '롤린'은 이 선에 닿지 못했다. 대중의 눈과 귀는 발전하고 있는데 콘셉트는 역행했으니 환영받을 수 없었다.

하지만 이 '롤린'은 뜻밖의 장소와 뜻밖의 시기에 터졌다. 위문공연을 다녔던 브레이브걸스의 모습이 화제가 되기 시작한 것. 3월 24일 한 유튜브 채널에 올라온 브레이브걸스 롤린 댓글모음' 영상에는 국군방송 ‘위문열차’에서 ‘롤린’을 부르는 브레이브걸스와 열광하는 군인들의 모습이 담겼다. 원초적으로 열광하는 군인들과 그들의 리액션에 진심으로 행복해하는 브레이브걸스의 '찐웃음'에 대중들이 넘어갔다.
[우빈의 리듬파워] 브레이브걸스, 야해서 못 떴던 '롤린'
초반 기획력은 아쉬웠지만, 피드백은 빨랐다. 한 번의 실패를 경험한 탓인지 팬들의 요청을 빠르게 수용했다. 노래와 어울리지 않아 지적받았던 '뒤태 강조' 앨범 커버는 청량한 사진으로 변경됐다. 역주행에 성공해 음악방송에 나갔을 때 팬들의 의견의 수렴해 의자 위에 올라가 골반을 흔들던 춤도 일부 수정됐고, 멤버들의 의상도 스포티하게 바뀌었다. 머리에 손을 대고 춰 혈압춤이라는 이름이 붙었던 안무도 가오리춤이라는 이름으로 귀여워졌다.

노림수를 버리고 노선을 제대로 잡으니 인기도 인지도도 쭉쭉 올라갔다. 이제야 맞는 옷을 입은 듯 브레이브걸스는 무대에서 날아다녔고, '롤린'도 차트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브레이브걸스의 밝은 에너지와 '롤린'의 싱그러움이 시너지를 이룬 셈이다.
사진='더 쇼' 캡처
사진='더 쇼' 캡처
'롤린'은 이슈가 만들어낸 역주행이다. 걸그룹의 숨겨진 명곡 중 하나로 불렸지만, 한 번도 차트인하지 못했던 '롤린'이 4년이나 지난 지금에서야 뜬 건 시대가 바뀌었기 때문이다. 그동안 음악 방송과 음원차트가 틀어줬던 가요계의 흥행 패권은 유튜브로 옮겨갔다. '롤린'의 역주행 신화를 만든 건 방송국의 PD도 멜론도 아닌 그 시절 위문공연을 보고 즐긴 전역자들이다.

위문공연의 향수는 영상을 찾아보게 만들었고, 조회수가 올라감에 따라 알고리즘이 반응했다. '롤린'을 알았던 사람도 들어와 함께 즐겼고 몰랐던 사람들은 모두가 재밌고 좋다고 하니 한 번씩 봤다가 자연스럽게 입덕하게 됐다. 위문공연 속 멤버들의 밝은 에너지는 4년 후인 현재에도 여전했고, 음악방송과 여러 예능에서 활기차게 내뿜었다.

'롤린'은 떴고 브레이브걸스는 확실한 대세가 됐다. 그러나 '롤린'으로 활동을 끝낼 게 아니기 때문에 풀어야할 숙제가 남아있다. 이슈를 잘 끌고 갈 것, 노래와 콘셉트의 일치를 이룰 것. 이 숙제를 잘 풀어낸다면 벚꽃연금 장범준의 '벛꽃엔딩'이나 장마연금으로 불리는 헤이즈 '비도 오고 그래서'처럼 여름을 알리는 시즌송으로 매해 차트를 찾을 것 같다.

우빈 텐아시아 기자 bin0604@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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