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는 그가 겪었던 가혹한 이별을 기억하고, 조금 시린 눈을 떴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혹독했던 풍파 속에서도 소년은 깊게 뿌리내렸고, 무럭무럭 자라 어엿한 청년이 되었다. 거센 바람에 바스락거릴지언정휘청이지 않는 법을 깨친 듯 했다.
최환희(지플랫) 화보./ 사진제공=텐스타
최환희(지플랫) 화보./ 사진제공=텐스타


장난기 어린 눈매, 눈에 확 띄는 모양의 귀, 묵직한 동굴 목소리가 생경했다가 이내 어우러진다. 처음 운전대를 잡은 드라이브가 즐겁고, 친구들과 함께 마셨던 첫 음주의 기억이 재미있다. 영화는 마블 시리즈를 좋아하고, 플레이리스트에는 기리보이, 그레이, 코드쿤스트 등 ‘힙’한 가수들의 음악이 꼬리를 문다. 영락 없는 스무 살의 청춘, 최환희 그리고 지플랫(Z.flat)이다.

싱글 ‘디자이너’를 발표한 프로듀서이자 아티스트로 마주한 최환희는 자신을 지플랫이라고 소개했다. 배우를 꿈꿨던 최환희가 음악에 눈을 뜬 건 고등학교 축제의 힙합 동아리 무대였다.친구의 권유로 오르게 된 무대에서 자신이 부르는 노래에 떼창하는 친구들을 보며 온 몸에 소름이 돋는 경험을 했다.
[TEN 인터뷰] 지플랫, 최환희의 날개가 되다
그저 좋아했던 음악에 인생을 걸게 된 건 바로 이 순간이었다. 처음엔 독학이었다. 혼자서 음악을 듣고, 영상을 찾아보고, 친구들과 이야기도 나누면서 작업을 시작했다. 자신의 손을 거쳐 탄생한 첫 노래를 친구들에게 들려줬을 때 ‘좋다’는 피드백을 받았다. 제주국제고등학교 기숙사 최환희의 방은 곧 음악 작업실이 됐다.

“고등학교 때 학교에서 작업할 때는 작업실이 방에 있는 거니까, 하루 종일 작업만 해서 ‘1일1곡 만들자’ 그 정신으로 살았어요. 작업할 때 오래 하면 할수록 가속이 붙는 스타일이어서 하루를 다 작업실에서 보낼 수 있다고 하면, 하루 만에 곡이 나오는 경우도 많았죠. 졸업을 하고서는 지금 작업실로 출퇴근을 하는데, 처음엔 약간 페이스가 안 잡히더라고요. 조금씩 페이스를 잡아서 규칙적으로 작업하고 있습니다.”
최환희 화보./ 사진제공=텐스타
최환희 화보./ 사진제공=텐스타
홀로 음악 작업에 몰두할 때면 의심이 들 때가 있었다. 최환희는“자신감이 없는 건 아니지만 의심을 할 때가 많이 있었다. 완전히 슬럼프는 아닌데 조금씩 어떤 느낌이 오더라. 만들어 놓은 음악이 좋게 들리는 거 같지 않을 때가 있다. 녹음을 하다보면 ‘와, 나 왜이렇게 못하지’하는 생각이 드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지속할 수 있는 힘이 필요한 것 같다. 또, 어떤 기한이 있다면 반드시 그 안에 해내고 현장에서 멘탈적으로 이겨내야 하는 것들 말이다”라고 했다.

슬럼프는 아니지만 슬럼프인가 싶은 이 느낌은 현재 몸 담고 있는 소속사 로스차일드 수장 로빈을 만나 어느 정도 해소됐다. 로빈에 대한 첫 인상으로 “조금 무서운 분 같았다”는 최환희는 “말이 없으셔서 처음에 걱정했는데, 작업실에서 웃긴 영상 틀어놓으시는 걸 보고 이미지를 알아챘다”고 웃었다. 2년 전 처음 만난 로빈은 최환희의 음악적 멘토로, 다방면에서 조언과 도움을 주고 있다. 최환희에게지플랫이란 이름을 지어준 사람도 로빈이다. 존재하지 않는 음악 코드 Z플랫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음악을 하겠다’는 꿈이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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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발표한 데뷔 싱글 ‘디자이너’는 1년 전 친한 친구의 연애 상담을 해주다 떠오른 감정들로 탄생했다. 자신이 원하는 쪽으로 변해달라는 남자와 있는 그대로의 나를 좋아해 달라는 여자의 마음을 따져보다 문득 떠오른 영감에서 출발했다.

“제가 사운드 클라우드에 올렸던 곡 중 반응이 제일 좋은 곡이었어요. 곡 분위기도 좋았고, 훅도 좋았다고 생각해요. 다만, 제가 의도한 것보다는 조금 밝은 톤으로 나온 거 같아 조금은 아쉬워요.”

아쉬움이 남은 만큼 다음 번 선보이는 음악은 더욱 철저하게 준비하고 싶다. 또 작업해 둔 곡이 있냐는 질문에 두 곡을 미리 소개해줬는데, 한 곡은 음악에 올인한 자신의 마음을 담은 곡이고, 또 다른 곡은 장거리 연애하는 커플이 느끼는 감정을 재미있게 표현했다고 했단다. ‘장거리 연애는 경험담이냐’ 물었더니 씩 웃었다. 무언의 노코멘트를 받아주고, ‘이상형이 어떻게 되냐’는 질문을 돌려줬다. 그는 “외모로는 강아지 상보다는 고양이 상이 좋다. 아, 이건 중요한 건데 긴 머리여야 한다. 그리고 거짓말 안하고 진실된 사람, 어떠한 저의 모습이 아니라 저 자체를 좋아해 주는 사람이라면 좋겠다”며 미소 지었다.

프로듀서형 아티스트로 성장을 꿈꾸는 최환희에게 ‘좋은 음악’이란 무엇일까. 그는 “제 기준엔 슬픔이든, 기쁨이든, 아련함이든, 그 어떤 감정이 들어가 있는 곡이 좋은 음악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저는 기쁨의 감정보다는 슬픔이나 아련함을 표현할 때 더 희열을 느끼는 거 같다. 위로가 필요한 사람이 제 노래를 듣고 행복해졌으면 좋겠고, 이유 없이 우울한 날, 사랑 때문에 힘든 날, 컨디션이 좋지 않은 날, 제 노래 때문에 위로를 받으신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거 같다”고 바랐다.
최환희(지플랫) 화보./ 사진제공=텐스타
최환희(지플랫) 화보./ 사진제공=텐스타
2021년에는 ‘지플랫’만의 색깔을 대중에게 펼쳐 보이고 싶다. ‘힙’한 아우라를 구축하고 음악적으로 묵직한 존재감을 갖는 것에 집중하고 있다. 무엇보다 음악을 통해 대중과 소통하고 싶다는 목적이 뚜렷하다. 그는 “음악을 많이 내고 싶다. 궁극적으로는 정규 앨범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스타가 되고 싶은지, 아티스트가 되고 싶은지’묻자 망설임 없이 ‘아티스트’를선택했다. 유명해져서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는 것보다 자신이 만들고 부르는 노래에 위로 받는 사람들이 많아지길 바란다. 그리고는 꽤 묵직한 말을 꺼냈다.

“제가 만든 노래가 유명해져서 그 노래로 제가 유명해지고 싶어요. 최환희보다는지플랫이란 이름으로. 제 노래 덕을 보고 싶어요.”
최환희 화보./ 사진제공=텐스타
최환희 화보./ 사진제공=텐스타
태생적으로 많은 것을 타고 났고, 그 재능의 출처를 떨쳐내기 어려웠을 소년. 지플랫은 음악이란 매개로 최환희를 뛰어 넘어 인생의 제2막을 올린다. 인생을 건 음악, 그 음악으로 세상 앞에 날아오를 일이 남았다.

에디터: 최지예
디렉터: 노규민
포토그래퍼: 천유신
헤어: 김홍민
메이크업: 양송이
의상: 장광효


최지예 기자 wisdomart@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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