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가요계 핫 키워드는 '대형 신인'이었다. 주요 기획사들은 일제히 신인 그룹을 론칭하며 '4세대 아이돌' 선봉에 세우기 위한 신경전을 펼쳤다. 실력뿐만 아니라 기획력, 프로모션까지 전방위적 공세가 이어졌다. 신인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의 놀라운 화력을 자랑하는 그룹들이 각 소속사의 히든카드로 모습을 드러냈다. 그야말로 전력투구. 각 소속사는 그간의 신인 개발 노하우를 집대성해 한 팀에 실었고, 강자와 강자가 제대로 맞붙으며 그 어느 때보다 뜨거운 '루키 대전'이 열렸다. ◆ YG 보석함 열리자 트레저 나왔다
그룹 트레저 / 사진=YG엔터테인먼트 제공
그룹 트레저 / 사진=YG엔터테인먼트 제공
트레저(TREASURE)는 YG엔터테인먼트의 새로운 시도가 반영된 팀이다. 12명의 멤버로 구성된 YG 최초의 다인원 그룹. 그간 힙합을 베이스로 하며 독창성과 개성을 주무기로 내세우던 YG가 K팝의 전형으로 여겨지는 칼군무 퍼포먼스에 힘을 실었다. 소년미를 강조해 대중성을 잡겠다는 목표는 더욱 뚜렷해졌다. '보물 같은 신인'이라는 말이 딱 맞는다. 서바이벌 프로그램 ‘YG 보석함’을 통해 이미 실력을 입증한 멤버들은 약 2년이라는 긴 준비 과정을 거쳐 데뷔의 꿈을 이뤘다.

8월에 데뷔해 벌써 컴백만 두 번을 했다. 초고속·초집중 전략 아래 눈에 띄는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중이다. 데뷔 앨범을 포함한 세 장의 싱글앨범으로 70만 장이 넘는 앨범 판매량을 기록했다. 업계는 일찌감치 트레저를 '하프 밀리언셀러' 달성 주자로 주목했다. 올해 안에 100만 장을 넘길 수 있을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신인으로서는 이례적인 행보다. 특히 트레저에는 일본인 멤버가 무려 4명이나 포함돼 있어 일본 음악 시장에서도 압도적인 지지를 얻고 있다. 최현석, 요시, 하루토 등 직접 작사·작곡에 참여하는 음악적 재능을 지닌 멤버들의 활약에도 기대가 모인다. ◆ SM 에스파, 지금껏 이런 세계관은 없었다
그룹 에스파 /사진=SM엔터테인먼트 제공
그룹 에스파 /사진=SM엔터테인먼트 제공
가상 세계의 아바타와 현실 세계의 인간이 '디지털 세계'에서 만난다. 그간 독특하고 창의적인 시도를 거듭해온 SM은 에스파를 통해 한 발 더 진화한 K팝 유형을 선보였다. 레드벨벳 이후 약 6년 만에 내놓은 에스파는 한국, 일본, 중국인까지 4인조로 구성됐다. 다국적 그룹인 이들은 아시아 시장을 기반으로 한 글로벌 진출을 지향한다. 특히 SM은 올해 메인 아티스트인 엑소, 레드벨벳이 수차례 사생활 문제로 구설에 오르며 곤욕을 치렀던 상황. 신생 그룹을 통한 분위기 전환이 절실했다.

에스파는 SM의 기획력과 기술력의 집약이다. 이들의 세계관은 가상과 현실 두 세계의 경계를 초월해 양극이 서로 연결되는 형식을 취한다. 현실 세계를 넘어 가상의 세계가 투영되자 에스파의 활동 범위는 확장했다. 현실 세계 멤버들이 오프라인에서 활동하고, 아바타는 세계관에서 창조된 가상세계에서 또 다른 방식으로 콘텐츠를 선보이면서 동시다발적인 활동이 가능해졌다. 에스파는 데뷔곡 '블랙 맘바'로 빌보드 글로벌(미국 제외) 차트에 100위로 진입하는가 하면, 뮤직비디오가 24시간만에 유튜브 조회수 2100만뷰를 돌파하는 등 글로벌 관심을 바탕으로 성과를 거두고 있는 중이다. 엑소, NCT 등을 성공시킨 SM의 불패 신화가 에스파로 이어질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 JYP 니쥬, 일본 점령이 시작됐다
그룹 NiziU(니쥬) /사진=JYP엔터테인먼트 제공
그룹 NiziU(니쥬) /사진=JYP엔터테인먼트 제공
JYP엔터테인먼트의 시총 1조 주역으로 불리는 니쥬는 데뷔 전부터 일본에서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니쥬는 글로벌 오디션 프로젝트 '니지 프로젝트'를 통해 탄생한 그룹으로, 전원 일본인 멤버로 구성됐다. 일각에서는 니쥬를 K팝 범주에 둘 수 있는 것인지, 이들의 정체성에 의문을 갖기도 한다. 그러나 현지화 전략 그룹이라는 측면에서 유의미한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오히려 이를 K팝의 변형과 확장으로 봐야 한다는 의견도 많다.

박진영의 선견지명은 그대로 통했다. 니쥬는 정식 데뷔 전부터 일본의 대표 음악 프로그램인 '뮤직 스테이션'에 출연하는가 하면, 일본 패션 잡지인 나일론 재팬, 비비, 캔캠 등의 커버를 장식하기도 했다. 또 일본 유행어 대상 후보에 이름을 올렸고, 미국 음악 시상식인 MTV '비디오 뮤직 어워즈'의 일본판인 'VMAJ'에서 '베스트 댄스 비디오' 부문을 수상했다. 이들의 데뷔 싱글 '스텝 앤드 어 스텝'은 발매와 동시에 오리콘 일간 차트 1위를 달성한 데 이어 주간 싱글 차트까지 정상을 차지했다. 아울러 일본 코카콜라와 롯데제과, 로손 등의 모델로도 발탁되며 현지에서 독보적인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전 세계 2위의 음악 시장인 일본을 점령했다는 점에서 향후 니쥬의 영향력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 제2의 BTS 노리는 빅히트 엔하이픈
엔하이픈 /사진=빌리프랩 제공
엔하이픈 /사진=빌리프랩 제공
방시혁이 직접 골랐다. Mnet '아이랜드'를 통해 결성된 엔하이픈은 과연 제2의 방탄소년단이 될 수 있을까. 빅히트의 아티스트 기획력에 CJ ENM의 서포트까지 더해져 탄생한 7인조 엔하이픈은 '아이랜드'를 통해 이미 실력을 검증 받았다. 프로그램은 낮은 시청률을 기록했지만 이는 무의미했다. 종영일 기준 글로벌 온라인 생중계 시청자 수는 3700만명을 넘었고, 디지털 클립 조회수는 무려 1억8600만뷰를 기록했다. 높은 수치의 온라인 지표는 엔하이픈의 해외 팬덤 영향력을 방증했다.

역시 데뷔 전부터 반응이 오기 시작했다. 데뷔 앨범 선주문량은 15만 장을 달성했고, 엔하이픈 틱톡은 개설 일주일 만에 팔로워 100만 명을 넘어섰다. 또 개설 12일 만에 인스타그램 팔로어가 100만 명을 돌파했고, 유튜브 구독자 수는 한 달이 채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100만 명을 돌파했다. 글로벌 공식 팬 커뮤니티 플랫폼 위버스 가입자 수는 306만 명을 훌쩍 넘겼다. 데뷔앨범은 첫 주 28만장의 판매량을 기록, 2020년 데뷔 그룹 중 최고의 성적을 세웠다. '아이랜드'를 통해 쌓아온 성장 서사는 그대로 이어져 팬덤의 결속력을 다지는 역할을 하고 있다. 글로벌 팬들의 화력이 엔하이픈의 든든한 지지 기반이 되고 있어 성장세가 어디까지 이어질지 이목이 집중된다.

김수영 기자 swimkim@tenasia.co.kr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