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마지막 달, 12월이다. 단 한번도 마주한 적 없었던 고된 시간들을 겪어낸 2020년이지만 그 마침표를 찍을 날은 어김없이 다가오고 있다. 새해가 밝아오기 전 잠시 숨을 고르며 몽글몽글 편안하게 마음을 가다듬을 힐링의 시간이 필요하다. 마스크에 가려져 답답했던 얼굴만큼이나 잔뜩 웅크려져 있던 마음을 쭉 펴고, 결코 쉽지 않았던 지난 시간들을 돌아보며 '참 열심히 잘 걸어왔다'고 말해 주고 싶다. 그 시간 속 BGM으로 플레이하기 좋은, 감성을 자극하는 겨울송7을 꼽았다. 플레이리스트 상단에 올려 두고 귓가에 퍼지는 멜로디를 흥얼거리다 보면 어느새 어깨를 토닥거리며 미소 짓고 있을 당신의 얼굴을 기대한다.
사진 = 재킷 커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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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연 'This Christmas' (2017.12.12)
태연의 캐럴 앨범 타이틀곡이다. 소녀시대 메인보컬답게 태연의 가창력이 돋보인다. 날이 선 듯 차갑게 느껴지기도 하는 태연의 목소리는 곡의 멜로디와 어우러져 어쩐지 더욱 따뜻한 감정을 선사한다. 후렴구의 '크리스마스, 꿈결 같던 크리스마스' 부분이 노랫말처럼 꿈꾸는듯 아련하게 느껴진다. 강약을 조절하는 태연의 감정선이 유려하다. 뮤직비디오는 아빠와 성장하는 딸의 이야기를 그리는데, 유년시절의 딸이 사춘기를 지나 성인이 되는 시간의 흐름을 담아내 서사력이 묻어난다. 영상 말미 크리스마스에 자신을 만나러 온 딸을 흐뭇하게 바라보는 아빠의 미소가 긴 여운을 남긴다. 13, Score(13), Megatone(13) 작사-작곡.
사진 = 재킷 커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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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률 '크리스마스잖아요' (2011.11.15)
음악 장인 김동률이 한땀 한땀 만든 겨울송이다. 크리스마스나 연말에 상대적으로 외국의 캐럴을 많이 듣게 되는 것에 아쉬움을 느껴 특별히 오랜 시간 구상한 앨범의 수록곡이다. 그만큼 겨울 분위기가 물씬 느껴지며 따뜻한 멜로디가 꿈꾸는 듯한 기분을 선사한다. '그냥 못 이긴 척 나의 손을 잡아요 다른 날도 아닌 크리스마스잖아요'라는 용기 있는 마지막 가사가 어쩐지 벅차 오른다. '취중 진담' 속 술기운에 빌어 고백했던 그 남자가 '크리스마스잖아요'에서는 크리스마스 분위기에 흠뻑 빠져 고백의 말을 전한다. 누구나 한번쯤 꿈꿔왔던, 크리스마스에 소원이 이뤄진 듯한 기분이 드는 노래다. 김동률 작사-작곡.
사진 = 재킷 커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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샵 '내 입술 따뜻한 커피처럼' (2001.11.05)
샵의 최고 히트곡이자 명곡으로 꼽을 수 있는 노래다. 바람이 차가워지면 많은 DJ들은 물론이고 음악 팬들이 찾는 곡이기도 하다. 공개된 지 약 20년이 흐른 곡이지만, 세월의 흐름이 전혀 느껴지지 않을 만큼 세련된 멜로디와 편곡을 자랑한다. 이지혜, 서지영, 장석현, 크리스의 목소리 합이 일품이다. 이지혜의 맑은 미성과 서지영의 독특하고 중성적인 래핑이 어우러져 묘한 시너지를 낸다. 헤어지기 싫은 여자와 그녀를 떠나보내야 하는 남자의 마음이 못내 아프다. 이별을 담담하게 그리는 가사가 더 슬프게 다가온다. 많은 후배 가수들이 이 곡을 리메이크 해서 다시 불렀지만, 원곡의 오리지널은 넘어서지 못한다는 평을 받는다. 작곡 박근태-작사 원태연.
사진 = 재킷 커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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핑클 '화이트' (1999.11.26)
90년대 끝자락을 뜨겁게 달군 곡이다. 당시만 해도 크리스마스에 눈이 내리는 '화이트 크리스마스'에 대한 로망이 대단했는데, 그런 마음을 담은 순수한 제목이 마음까지 깨끗해지는 기분이다. 핑클의 앳되고 풋풋한 목소리가 그 겨울의 추억을 소환시킨다. '화이트'를 부르는 이효리, 성유리, 이진, 옥주현 네 명의 멤버들은 지금 다시 봐도 명불허전의 미모를 자랑해 눈을 크게 뜨게 된다. 크리스마스에 하얀 눈이 내리고 연인과 손잡고 걷는 상상이 펼쳐지는 노래다. 사귄지 1년을 맞이한 연인의 겨울을 담은 가사가 '첫 연애'의 그 시절을 떠올리게 만든다. 밝고 희망적인 특유의 분위기가 있어 겨울이 되면 꼭 한번 찾아 듣게 되는 노래다. 작곡 김석찬-작사 김영아.
사진 = 재킷 커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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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이언티 '눈' (2017.12.04)
피처링한 이문세의 목소리가 얹어져 더욱 근사해진 '눈'이다. 도입부부터 맺음까지 노래하는 자이언티의 목소리가 감기에 걸려 있다. 자이언티는 감기에 걸린 채 이 곡을 녹음했는데, 코맹맹이 목소리가 가사와 분위기에 잘 어울려 오히려 그 느낌을 살렸다. 노래를 듣는 내내 눈이 두껍게 쌓인 길에 발자국을 내며 걷는 기억이 떠오르며 황홀하다. 자이언티와 이문세가 함께 걸음을 맞춰 노래하는 목소리의 어울림이 환상적이다. 자고 일어나 창 밖의 온 세상이 눈으로 덮인 모습이 자연스럽게 그려진다. 눈 오는 추운 겨울 날, 뜨끈뜨끈한 차 한 잔을 손에 쥐고 창 밖을 바라보는 그 순간, 더 없이 만끽하기 좋은 노래다. 자이언티, Slom, 윤석철 작곡-자이언티 작사.
사진 = 재킷 커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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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시경-박효신-이석훈-서인국-빅스 '크리스마스니까' (2012.12.06)
젤리피쉬엔터테인먼트가 'Jelly Christmas'라는 슬로건 아래 매년 발표하고 있는 크리스마스 캐럴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발매된 곡. 이렇게 내로라하는 가수들이 동시대에 한 소속사에 몸 담았다니, 가히 젤리피쉬의 황금기라고 할 만했다. 성시경, 박효신, 이석훈, 서인국, 빅스. 이름만 나열해도 설레는 이들이 모여 부른 캐럴이라니 흥분하지 않을 수 없는 조합이다. 모두의 행복한 크리스마스를 위해 이들이 준비한 종합선물세트다. 연인에게 고백하기 전 설레는 마음을 담았다. 저마다 자신만의 지문이 찍힌 목소리로 노래를 이어 부르는데, 그것만으로 다이내믹한 생동감이 흘러 넘친다. 다 함께 합창하는 가운데 박효신의 애드리브가 이 곡의 정점을 찍어낸다. 서정진, 김두현 작사-작곡.
사진 = 재킷 커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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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효신 '눈의 꽃' (2005.06.03)
드라마 '미안하다 사랑한다' OST로 잘 알려진 덕에 '눈의 꽃'을 들으면 죽기까지 함께 하고 싶었던 차무혁(소지섭)과 송은채(임수정)의 애절한 사랑이 떠오른다. 일본 가수 나카시마 미카의 '유키노하나'(눈의 꽃)를 리메이크해서 다시 불렀다. 그러나 원곡이 생각나지 않을 만큼 박효신 하면 떠오르는 곡이기도 하다. 박효신의 구슬픈 중저음 목소리의 진수를 느낄 수 있다. 박효신의 감성 한 축을 담당하는 대표곡으로 꼽힌다. 연인에게 영원한 사랑을 약속하는 가사의 이 곡은 박효신의 목소리가 처연하게 느껴지는 만큼 포근한 감성을 선사한다. 겨울이 다가오면 어김없이 한 번쯤은 떠올라 듣고 싶은 노래다. Matsumoto Ryoki 작곡-SATOMI 작사.

최지예 기자 wisdomart@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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