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재, 싱어송라이터가 되다
싱어송라이터 적재 / 사진 = 안테나뮤직 제공
싱어송라이터 적재 / 사진 = 안테나뮤직 제공
때는 바야흐로 소년의 십대 중반이었다. 중학교 밴드부 공연을 보고 '이거다!' 하며 눈이 번쩍 뜨였다. 밴드부 친구에게 빌린 기타를 품에 안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직감적으로 알았다.

'이 기타가 내 업이 되겠구나.'

소년의 품에서 기타는 떠날 줄 몰랐다. 기타를 잡으면 밤이 짧았다. 재미있었고, 금새 실력이 늘었다. 한 마디로 기타에 미쳐 있었다.

싱어송라이터 적재는 기타를 처음 마주한 순간을 떠올리며 눈을 반짝 빛냈다. 평균 이상의 사춘기를 겪었던 적재는 평균 이하의 나이에 기타를 들고 대학교에 진학했다. 그 시절에 대해 적재는 '열등감과 강박에 시달렸으나 순수하게 열망했던 시간'이라고 되돌아봤다.

그 흔들렸던 시절은 훗날 적재에게 '삶에서 가장 빛났던 순간'으로 기록됐다. 적재는 그 순간을 '2006'이란 타이틀 아래 다섯 곡의 음악으로 풀어냈다.

'2006'의 가장 선두에 있는 곡은 '반짝 빛나던, 나의 2006년'이다. 대학 시절을 떠올리며 쓴 곡이다.

대학교 동기들과 아무 이유 없이 만났고, 이야기를 나눴으며, 함께 음악을 듣고 연주했던 그 시절의 그리움을 녹였다. 적재가 잘하는 잔잔한 어쿠스틱 기타에 스트링을 더해 적재의 정체성을 가장 잘 나타낸 곡이다.

'반짝 빛나던, 나의 2006년'을 비롯해 '풍경', '알아'(with 나원주), '너 없이도', '흔적' 등이 담긴 '2006'은 12일 오후 6시 발매된다.
싱어송라이터 적재 / 사진 = 안테나뮤직 제공
싱어송라이터 적재 / 사진 = 안테나뮤직 제공
적재는 밴드부 공연을 보면서 기타를 알게 된 만큼 학창시절만 해도 록밴드를 우상으로 삼으며 자랐다고 했다. 대학생이 되고나서는 재즈나 블루스 같은 장르에 빠졌었다.

대학 시절의 적재는 '기타를 정말 잘 치고 싶다'는 생각에 사로잡혔다고 했다. 성실하고 순수하게 기타를 원했던 적재의 기타 소리를 여러 뮤지션들은 알아 봤다. 적재의 기타를 찾는 곳은 점점 많아졌고, 세션맨 적재의 1년 스케줄은 라이브 세션과 음반 작업으로 가득 찼다.

적재는 라이브 세션을 하면서 음악적 견문이 넓어졌다고 했다. "각 공연마다 무대 장치도 다르고, 톤도 다르고 연주하는 느낌도 달라요. 그런 경험들이 저를 발전시켰어요. 음악적으로 다양한 시각을 갖게 된거죠."

그러나 '자기 음악'에 대한 갈망은 계속해서 적재를 따라다녔다. 세션맨으로서 활발하게 활동할 때 '지금이 아니면 내 앨범을 내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면서 싱어송라이터로 첫 걸음이 시작됐다.

2014년 11월 첫 정규 앨범 '한마디'에 이어 2015년 4월 싱글 '사랑한대', 2016년 4월 싱글 '나란놈' 등 지속적으로 적재의 음악을 냈다. 2017년에 3월에 낸 미니앨범 '파인'(FINE) 타이틀곡 '별 보러 가자'가 대중적으로 인정받으면서 싱어송라이터로서 적재가 알려지기 시작했다.

"운이 좋았어요."

세션맨에서 싱어송라이터로 확장할 수 있었던 비결을 묻자, 겸손의 답이 돌아왔다. 운이 좋았던 것과는 별개로 적재가 생각하는 스스로의 매력에 대해 다시 한번 되물었다.

"기타일 거 같아요. 제 음악에 제가 기타를 치고, 노래를 해서 그럴까요? 연주에 대해서 특히 말씀을 많이 하시는 거 같아요. 제가 제일 잘하는 연주와 편곡에 대한 피드백이 많아요. 제가 잘하는 걸 팬 분들도 좋아하시는 거 같아요."
싱어송라이터 적재 / 사진 = 안테나뮤직 제공
싱어송라이터 적재 / 사진 = 안테나뮤직 제공
가사에 대한 부분도 빼 놓을 수 없다. 적재는 가장 인상 깊었던 반응에 대해 "'일기를 들여다 보는 것 같았다'는 말을 해주시더라"며 웃었다.

"제 가사의 톤 같은 게 '일기 들여다 보는 거 같다'는 말을 해주셨을 때 좋더라고요. 제 문장의 톤을 팬 분들이 그대로 받아들여 주시고, 일기 같다는 말이 기뻤어요. '그게 나의 매력으로 보일 수 있겠다'고도 생각했죠."

적재는 꾸미지 않은 자신의 말투를 '적재다움'이라고 표현했다. "'적재다운 음악'이란 말을 쓰기까지 고민이 많았다"는 적재는 꽤 오래 고민하고 생각했던 답을 내놨다.

"사실 '적재다움'이란 게 어떤 건지 모르겠어요. 굳이 생각을 해보자면 가사를 너무 꾸며쓰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제 평소 말투처럼 가사를 쓰고 음악을 만들려고 하는 거 같아요. 거기에 많이 공감을 해주시는 거 같아요. 저만의 언어를 가사에 넣어 빗댔을 때 알아주시는 분들이 계시면 희열을 느껴요. 제가 하고 싶은 말을 가사에 많이 숨겨 놔요."

=>적재의 다음 이야기는 계속

최지예 기자 wisdomart@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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