래퍼 비지./ 사진제공=필굿뮤직
래퍼 비지./ 사진제공=필굿뮤직


래퍼 비지는 변화 중이다. 비지의 변화는 지난 6월 27일 발매한 새 싱글 ‘좋은 게 다 좋은 거’(Everything is Everything)에서 여실하게 느껴진다. 비지는 첫 EP이자 데뷔 EP이었던 ‘Bizzonary’ 이후 10여년 만에 새로운 스타일을 선보였다. 랩을 할 땐 힘을 뺐고, 가사를 쓸 땐 개인적인 이야기를 녹여냈다. 코로나19 확산 방지로 인해 화상 인터뷰로 마주한 비지는 ‘좋은 게 다 좋은 거’의 ‘나도 모르게 이끄는 발걸음에 이끌려 도착한 이곳은 4번 출구 서울역 / 못난이를 웃으며 세게 안아 주셨던 할머니의 품, 할머니의 숨, 오늘따라 미치도록 그리워서 그래’와 같은 가사는 예전같으면 생각도 안했다“며 웃었다.

”예전엔 많은 사람들이 제 이야기를 느끼도록 하고 싶었어요. ‘대중적인 것’이 무엇인가에 대해서 고민을 많이 했죠. 그러다 가장 개인적인 이야기가 제일 대중적인 이야기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비지는 2000년대 국내 힙합의 굵직한 축이었던 무브먼트 크루의 일원으로 힙합신에 발을 내딛었다. 무브먼트 크루엔 비지와 현재까지 혼성그룹 MFBTY로 함께 활동 중인 타이거JK, 윤미래를 비롯해 양동근, Sean2Slow, 톱밥, 에픽하이, 은지원, 도끼, 부가킹즈, 다이나믹 듀오, 리쌍, 디지, Yankie, MQ 등이 멤버로 있었다. 비지는 무브먼트 멤버들 중 가장 늦게 앨범 ‘Bizzonary’를 내고 데뷔했으며, 이후 음악 활동을 꾸준히 이어왔다.

”지금 와서 새로운 것을 찾는다면 진부한 얘기일 수도 있겠지만 어쨌든 새로운 건 흥미롭고 재밌잖아요. 하지만 가사 작업도 오래 해왔고, 제 이야기도 음악을 통해 해왔기 때문에 새로울 것이 없다란 생각이 제 머릿 속의 반 이상을 지배하고 있었어요. 그래서 ‘좋은 게 다 좋은 거’를 녹음할 때 접근 방식을 달리했어요. 항상 텐션을 올려서 녹음했는데 이번엔 의자에 앉아서 최대한 읊조리듯이, 말하듯이 녹음했죠. ‘이 곡은 랩으로 접근하지 않을 거야’란 생각으로요. 더블링(동일한 부분을 두 개의 트랙을 녹음한 후 동시 재생하는 것)도 안하고 1절과 2절의 느낌도 다르게 갔어요. 엔지니어가 음이 다르다고 얘기해도 밀어붙였어요.(웃음)“
래퍼 비지./ 사진제공=필굿뮤직
래퍼 비지./ 사진제공=필굿뮤직
비지는 ‘좋은 게 다 좋은 거’에서 오토튠도 적극 활용했다. 그간 톤을 잡고 랩을 하는 것에 익숙해져 있었다는 비지는 멜로디 만드는 것에 재미를 붙였다고 한다.

”예전엔 오를 수 없었던 음을 기계의 힘을 빌리니까 스티비 원더가 된 것 같더군요.(웃음) 요즘엔 락스타가 된 것 마냥 멜로디를 만들고 있어요. 캐치한 멜로디 위주로 많이 만들어보고 있고 올 여름 한번 더 기대해봐도 좋을 겁니다. 아름다운 곡을 작업 중이에요.“

비지는 ‘좋은 게 다 좋은 거’의 수익금 전액을 기부한다. 이는 코로나19 확산과 맞물려 소속사 필굿뮤직에서 시작한 새 음악 프로젝트 ‘필굿쨈스’(Feel Ghood Jams)와도 관련있다. 타이거JK가 필굿쨈스의 첫 타자로 나섰고, 비지는 두 번째 타자가 됐다.

”요즘 좋은 일이 많이 없잖아요. 평소 소중하게 생각하지 않았던 것들의 소중함을 느끼게 되고, 예민해질수도 있는 상황이기도 하고요. 이런 가운데 제 목소리에 어떻게 힘을 실어 메시지를 전달할까 하다가 ‘좋은 게 다 좋은 거’란 의미로 마침표를 찍어봤어요.“

비지는 ‘좋은 게 다 좋은 거’의 뮤직비디오에 직접 출연했다. 비지는 ”개그우먼 김신영이 트로트 가수 ‘둘째이모 김다비’를 통해 다른 자아를 선보인 것처럼 나도 다른 자아에 들어가보고 싶은 바람이 있었다“며 ”뮤직비디오에서 연기를 하면서라도 바람을 이루고자 한다“고 밝혔다. 요즘 같은 ‘부캐(부차적인 캐릭터의 줄임말) 전성시대’에 비지의 부캐는 어떤 형태일지 궁금해졌다.

”제가 화를 잘 못내는 성격이라 화를 내는 캐릭터면 어떨까 싶어요. 뮤직비디오 뿐만 아니라 영화에 카메오로 출연한다거나, 음악 감독 분야에 진출해 다른 모습으로도 살아보고 싶어졌어요.“
래퍼 비지./ 사진제공=필굿뮤직
래퍼 비지./ 사진제공=필굿뮤직
비지가 새롭게 구상하고 있는 것 중엔 시놉시스 작업도 있다.

”래퍼 전엔 운동선수가 되고 싶었어요. 음악을 시작했을 때처럼 매일 똑같은 트레이닝을 해야 하고 승패가 있고, 프라임 타임이 정해져 있지만 제가 한번도 겪어보지 못한 삶이죠. 운동선수가 된 제 삶을 시나리오처럼 조금씩 적어나가고 있어요. 이 글들이 시놉시스가 되든, 작품이 되든 저에게는 굉장히 의미가 있어요. 그 작품의 주인공은 양동근을 내세우는 것도 생각 중입니다. 하하“

김수경 기자 ksk@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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