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노리플라이 권순관./ 사진제공=해피로봇레코드
그룹 노리플라이 권순관./ 사진제공=해피로봇레코드
듀오 노리플라이의 권순관이 오는 9일 7년 만에 정규 2집 ‘커넥티드(Connected)’를 발매한다. 권순관이 솔로 1집 ‘어 도어(A door)’를 발매했던 건 2013년. 권순관은 지난 7년간 느꼈던 심경의 변화를 이번 정규 앨범에 녹여냈다. 내면의 변화를 겪은 것에는 결혼 이후의 삶에서 얻은 깨달음도 큰 몫을 했다. 권순관은 자신에게 집중하는 것에서 벗어나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관계를 돌아보게 됐다고 했다. 그럼으로써 더욱 자신을 지킬 수 있었다는 말도 덧붙였다.

10. 앨범명 ‘커넥티드’에 담긴 뜻은 무엇인가요?
권순관:
전 제 자신을 들여다보는 것에 익숙한 사람이었는데 어느 순간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관계를 보게 되더라고요. ‘나’란 사람은 혼자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관계를 통해서 정립이 된다는 생각과 함께요. 또 제가 음악을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도 생각해봤어요. 제가 음악을 하는 것도,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게 된 것도 운명적으로 정해져있고 연결돼있다는 결론에 다다랐죠. 그래서 ‘커넥티드’라고 지었습니다.

10. 결혼 후의 삶에서 생각이 많이 바뀌었나 봅니다.
권순관:
결혼을 하고나서 위대한 삶이란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됐어요. 결혼 전엔 위대한 사람은 무언가 큰일을 하는 사람, 세상을 바꾸는 사람, 업적을 남기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었거든요. 저도 그런 위대함을 좇았고요. 그런데 아내가 자신의 삶을 희생하고 다른 생명을 위해 사는 마음을 보면서 위대함을 느꼈어요. 아이를 키우면서 이 삶이 가장 행복하다고 말하는 아내를 보면서 진짜 위대한 삶이란 이런 것이 아닐까 하고 생각했죠.

10. 앨범과 동명의 트랙인 ‘커넥티드’에는 크러쉬가 피처링으로 참여했네요.
권순관:
처음 ‘커넥티드’를 만들고 제가 직접 불러봤을 때 노래가 이상하게 착해진다고 느껴졌어요. 세련된 흑인 소울 음악으로 들려야 하는데 말이죠.(웃음) 그래서 좋아하는 힙합 뮤지션에게 부탁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역시 크러쉬가 피처링을 해주자 노래가 ‘힙’해지더라고요. 크러쉬는 마법같은 목소리를 가졌어요.

10. 안테나의 작업실에서도 작업을 많이 했다고 들었어요. 기억나는 에피소드가 있나요?
권순관:
이번 앨범은 소속사 해피로봇레코드의 작업실에서 작업했어요. 안테나 소속 가수인 정승환, 권진아의 곡을 썼을 때 안테나 직원보다 작업실을 더 가곤 했었죠.(웃음) 그때 인연으로 유희열 씨가 이번 앨범에 대해 직접 써준 코멘트가 있어요. ‘권순관의 음악은 그의 옷차림이나 말투처럼 단정하다. 발라드가 할 수 있는 모든 걸 담은 아름다운 음반’이라는 표현이었는데 깊게 와 닿았어요.

10. 다른 동료 뮤지션들은 ‘커넥티드’에 대해 어떤 말을 남기던가요?
권순관:
정준일 씨가 ‘이 음악을 내가 했었어야 하는데’하면서 아쉬워하더라고요.(웃음) 그러면서 ‘권순관의 음악은 진정성을 노래하고 있어 그 점이 돋보인다’고 덧붙였어요.
권순관 '커넥티드' 커버./ 사진제공=해피로봇레코드
권순관 '커넥티드' 커버./ 사진제공=해피로봇레코드
10. 이번 앨범 수록곡 중에서도 애착이 가는 곡은 어떤 곡인가요?
권순관:
‘깨달아’요. 제가 그리움이 많은 편이에요. 과거의 시간들, 함께 있었던 사람들을 그리워하는 이유가 뭘지 생각해보다가 제 자신이 조각난 파편처럼 느껴졌어요. 그 느낌을 파도에 빗댄 노래가 ‘깨달아’에요.

10. 수년간 음악을 해오면서 번아웃 증후군(의욕적으로 일에 몰두하던 사람이 극도의 피로감을 호소하며 무기력해지는 현상)이 오거나 하진 않았나요?
권순관:
솔로 1집을 낸 후에 왔어요. 나는 다 쏟아부은 것 같은데 또 다음 작업이 있다는 점이 절 힘들게 했어요. 번아웃 증후군을 극복하게 된 계기는 가족이었어요. 또 노리플라이의 3집이 사랑받았던 것이 큰 회복의 계기가 됐고요. 이젠 다시 노리플라이의 정규 1집 ‘로드(Road)’(2009)를 냈을 때로 다시 돌아간 것 같아요. 그때부터 10여년이 흐른 지금 깨달은 건 ‘주변의 시선이나 결과에 집착하지 않고 그냥 즐겁게 음악을 하면 됐었다’에요.

10.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때문에 공연 진행이 수월하진 않겠어요.
권순관:
운명으로 받아들이고 괜찮아지길 바라는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공연 여건이 허락된다면 할 예정이고 브이로그 같은 개인 콘텐츠를 만들려고 합니다. 개인 콘텐츠에는 제가 어떻게 작업하는지나 음악을 연주하는 모습 등을 담을 예정이에요.

10. 요즘은 음악 차트도 건강하다고 말하긴 힘들죠. 그럼에도 차트에서 바라는 성적이 있나요?
권순관:
요즘엔 바라지도 않아요. 그저 음악 팬들이 꾸준히 오랫동안 앨범을 들어줬으면 하는 바람밖엔 없죠. 이젠 차트가 우리에게 무슨 의미가 있나 싶기도 합니다. 바이럴 마케팅으로 편법 아닌 편법을 쓰고 있는 것들이 보이거든요. 차트가 재편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은 있습니다.

10. 브이로그나 유튜브 콘텐츠를 통해 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요?
권순관:
박물관이나 전시회장 같은 장소에서 공연을 해보고 싶어요. 예술적인 분위기와 음악을 접목시키면 어떨지, 멋진 풍경을 배경으로 일렉트로닉 악기 한 대나 피아노 한 대 들고 음악을 연주하면 어떨지 궁금해요. 유튜브 음악 채널 마호가니(Mahogany)가 비슷한 예가 될 수 있겠네요.

김수경 기자 ksk@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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