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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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듀스' 조작이 남긴 잔여감
아이즈원 재개 성공 Mnet 본업 집중에도
기형적 구조가 낳은 숙제는 그대로
자발적이고 적극적인 구조 개선 이뤄져야
그룹 아이즈원 재개 성공 /사진=텐아시아DB
그룹 아이즈원 재개 성공 /사진=텐아시아DB
CJ ENM 산하 음악 채널인 Mnet '프로듀스'의 조작 문제를 둘러싼 잡음이 여전한 가운데 출신 그룹 아이즈원과 Mnet이 본연의 자리로 돌아갔다. 아이즈원은 컴백에 성공해 국내외로 높은 성적을 거두고 있으며, Mnet은 신규 프로그램을 잇달아 론칭하고 있다.

아이즈원(장원영, 미야와키 사쿠라, 조유리, 최예나, 안유진, 야부키 나코, 권은비, 강혜원, 혼다 히토미, 김채원, 김민주, 이채연)은 지난 17일 첫 번째 정규앨범 '블룸아이즈(BLOOM*IZ)'를 발매하고 컴백쇼까지 개최하며 대대적으로 재개를 알렸다.

아이돌 그룹에게 첫 정규앨범은 데뷔 후 차곡차곡 쌓아온 노력과 성장, 팀의 지향점 등을 내보일 수 있는 음악적 평가 지표가 되기에 단순한 앨범 그 이상의 가치를 지닌다. 팀이 결성된 뒤 꾸준한 활동으로 한국은 물론, 일본에서의 팬덤도 탄탄하게 쌓아온 아이즈원 역시 이러한 맥락에서 자신들을 꽃에 비유, 그간의 성장을 토대로 '만개한다'는 의미를 첫 정규앨범에 녹여냈다.

그러나 앨범 발매를 앞두고 아이즈원을 배출한 Mnet '프로듀스'의 제작진들이 생방송 투표수 조작 혐의로 재판에 넘겨지면서 팀 활동이 전면 중단, '블룸아이즈'는 예정보다 3개월이나 더 지난 뒤에야 빛을 볼 수 있었다.

당연히 활동 재개를 두고 의견은 분분했다. '프로듀스'는 시청자들의 적극적인 충성도를 바탕으로 데뷔 멤버를 최종 선발한다는 취지를 근간으로 한다. 그렇기 때문에 조작 문제는 이미 결성된 팀의 당위성마저도 위협하는 치명적 오점이었다. 아이즈원과 함께 활동을 멈췄던 '프로듀스' 출신의 또 다른 그룹 엑스원(X1)은 소속사들 간의 이해 충돌로 결국 해체의 길을 걷게 됐다.

반면 아이즈원의 재개는 성공적이었다. 이는 아이즈원을 향한 팬들의 높은 수요가 뒷받침됐기에 가능했다. '블룸아이즈'로 YES24, 알라딘 등 온라인 예약 판매 차트에서 1위를 차지하며 컴백 청신호를 켠 아이즈원은 발매 1일 만에 앨범을 18만 4000장이 팔아치웠다. 그리고 발매 1주일 만에 역대 걸그룹 앨범 중 최고인 35만 6313장의 초동 판매량을 기록했다.

해외에서의 파급력도 컸다. '블룸아이즈'는 일본 오리콘 해외 음반(2월 17~23일) 주간 랭킹 1위에 올랐으며, 타이틀곡 '피에스타'는 중국 최대 음악 플랫폼 QQ뮤직의 한국가요(2월 14~20일) 주간 1위를 차지했다.

앞서 아이즈원의 음악방송 출연을 두고 음악팬들 사이에서 갑론을박이 펼쳐지기도 했지만 이는 마치 기우에 불과했다는 듯 SBS MTV' 더쇼', MBC M '쇼! 챔피언', Mnet '엠카운트다운'까지 3관왕을 달성하며 승승장구했다.
Mnet '내 안의 발라드', '너희가 힙합을 아느냐' /사진=해당 프로그램 포스터
Mnet '내 안의 발라드', '너희가 힙합을 아느냐' /사진=해당 프로그램 포스터
재개에 성공한 아이즈원 만큼이나 Mnet도 본업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 21일 첫 방송한 '내 안의 발라드'를 시작으로 '너희가 힙합을 아느냐', '보이스 코리아 2020'까지 음악을 소스로 한 프로그램을 연쇄적으로 론칭한다. 조작 논란이 한창이던 지난해 8월 방송했음에도 높은 화제성을 자랑했던 '퀸덤'의 두 번째 시즌도 제작을 검토 중이다.

시청자 투표수 조작 문제로 저점을 찍은 신뢰도를 회복하기 위한 방안으로 분위기 환기에 나서는 모양새다. 다양한 시청층을 끌어모으기 위해 기존의 소스에 약간의 변주도 가미했다. 발라드, 힙합 등의 장르적 재미에 더해 가수는 물론 일반인에게도 열려 있는 경연, K팝 아이돌 그룹을 볼 수 있는 프로그램까지 준비해 음악을 매개로 여러 선택이 가능하도록 장치를 마련했다.

이처럼 '프로듀스'가 쏘아 올린 많은 것들이 슬슬 제 자리를 찾아가고 있지만 여전히 근본적인 문제에 대한 명쾌한 해답은 나오지 않았다. 그룹 아이오아이부터 워너원, 아이즈원, 엑스원까지. 시청자들의 열렬한 지지를 바탕으로 하는 프로그램의 특성상 '프로듀스'가 K팝의 활성화를 이끌었다는 점은 부정하기 어렵다. 그러나 출신 그룹들의 근본적인 존재 이유까지 흔들어버리는 조작 이슈는 결국 우리에게 더 많은 숙제를 떠안기고 말았다.

가요계에 창의적인 새 모델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반영된 '프로듀스'였지만 끝내 스스로 기형적 구조의 한계를 드러내고 만 셈이다.

재개에 성공한 아이즈원에게도 끊임없이 조작 이슈가 따라붙게 됐지만 해체한 엑스원의 사정은 더 안타깝다. 존폐 여부를 두고 의견이 분분한 상황에서 해체를 결정했기에 팬들의 아쉬움도 배로 큰 실정이다. 실로 팬들은 거리로 나서 엑스원 새그룹을 지지한다는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이는 팬들의 아쉬움은 물론이거니와 엑스원을 향한 여전한 수요를 대변하기도 한다.

결국 흩어진 엑스원 멤버들은 현재 각개전투에 나섰다. 기존 활동 팀으로 재합류해 컴백을 예고한 멤버가 있는가 하면, 같은 소속사끼리 뭉쳐 팬미팅을 열고 팬들을 만나기도 했다. 엑스원의 활동을 기대했던 팬들은 막연히 여러 갈래로 쪼개진 멤버들의 일정을 챙기며 응원할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였다.

여기에 '아이돌학교'까지 투표 조작 대열에 오르며 그룹 프로미스나인 역시 난처한 상황이 됐다. '프로듀스' 조작 이슈가 불거질 당시 활동 중이었던 아이즈원과 엑스원이 재개와 해체라는 두 가지 사례를 만들었기 때문에 방향성을 정립하는 기준마저 모호해진 형국이다.

Mnet은 당분간 시청자 투표를 대상으로 하는 오디션 프로그램을 제작하지 않겠다고 했다. 실제로 올초 방송 예정이었던 오디션 프로그램 '십대가수'는 제작이 중단된 상태다. 타 오디션 프로그램도 현재까지는 계획된 것이 없다. 동시에 CJ ENM이 약속했던 보상안 및 대책 마련의 진행 상황 또한 공개적으로 공유된 것은 없다.

오디션 프로그램의 제작을 지양하고 있지만 파급력을 고려하면 향후 제작 가능성은 여전히 농후하다. 한 차례 홍역을 앓았으니 제 자리로 돌아가면 그만이라는 안일함으로 끝나서는 안 되는 이유 또한 여기에 있다. 언제까지 시청자들은 감시하고, 지적하며,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공론장에서 공허한 갑론을박을 펼쳐야만 하는 것일까. 매회 투표에 참여하며 정성을 쏟아 부었던 그들의 노고를 무참히 외면했던 태업과 가요계 질서에 혼란을 가중한 책임을 무겁게 여겨서라도 재발 방지를 위한 자발적이고 적극적인 구조적 개선이 이루어져야 할 시점이다.

김수영 기자 swimkim@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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