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거대한 흉터입니다. 타블로가 발표한 솔로 앨범의 반쪽, 의 다섯 곡은 고열에 시달리며 밖으로 번져 나온 붉은 반점들처럼 명징하게 위험의 신호를 보냅니다. 노래를 지탱하는 문장들은 열심히 깎아 다듬은 나뭇가지처럼 빼죽하고, 마디 사이에는 한숨이 스며있습니다. 그래서 그의 가사들은 위태롭습니다. 이 남자는 높은 빌딩 사이를 연결한 외줄 위로 밀려났고, 그의 뒤에서는 문이 닫혀버렸습니다. 그는 사납게 자신을 격리 시키고 그것을 숙명으로 받아들이면서도(집) 때때로 ‘어쩌면 나만 섬인가봐’(Airbag)라는 근원적인 절망에 시달리기도 합니다. 세상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고립되었고, 법정이 아닌 곳에서 선고를 받은 자의 치욕은 하소연을 무의미하게 만들기에 잔인합니다.

그렇기에 타블로가 공개한 다섯 송이의 열꽃은 놀랍습니다. 그는 애원과 원망이 부질 없음을 알고 있습니다. 모든 이야기는 그를 향한 것이자 그를 위한 것이며, 동시에 사람과 사건 바깥에서도 유효한 절묘함을 갖추었습니다. 고이는 시간의 늪에 빠지지 않았을 뿐 아니라 비트와 피아노 선율과 주제의식이 서로의 꼬리를 물고 데이비드 호크니 풍의 풍경을 완성하는 ‘밀물’은 에픽하이와 이터널 모닝을 종합하는 미학적 성취를 보여주기도 합니다. 외줄 위의 그 남자는 양 팔을 뻗었고, 발을 내디뎠습니다. 진실의 목소리를 통해 ‘나쁘다’라고 말할 수 있는 힘과 용기를 증명한 것이지요. 그래서 곧 공개될 의 노래들이 옹이로 굳어버린 자욱이 아니라 돋아난 새살이기를 바랍니다. 무책임하고 미안한 얘기지만, 그 치유의 과정이 결국은 그의 음악을 듣는 많은 사람들에게 에어백이 되어 줄 테니까요.

글. 윤고모 n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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