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천막에 불이 밝혀지고, 웃는 것인지 우는 것인지 알 수 없는 얼굴을 한 광대들이 나팔을 불기 시작하면 흑단같이 검은 머리카락을 묶어 올린 무희들이 맨발로 달려 나옵니다. 분명 야야(夜夜)의 앨범 가 그려내는 풍경들은 이국의 것입니다. 그러나 먼 나라에서 온 것이되, 이것은 낯선 그림은 아닙니다. 긴장을 조이는 작은북, 애수를 자아내는 반도네온, 예민한 현악기들이 건반과 어우러지며 채색하는 공기는 분명 언젠가의 꿈속에서 만난 적 있는 것일 테지요. 어쩌면 그 꿈은 악몽이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편안하되 밋밋한 까만 하늘보다 별들이 발광하고 달무리가 붉게 자리 잡은 어지러운 밤하늘이 더 눈길을 끌 듯, 격정과 마법으로 덧칠 된 야야의 스산한 꿈은 그래서 더욱 매혹적입니다.

‘폭풍처럼 불꽃처럼’은 귀가 휘둥그레지는 이 앨범에서도 가장 절정의 순간입니다. 폭죽이 터지고, 오색리본이 흩뿌려진 무대. 곡예사는 커다란 대포에 제 몸을 장전하고, 드러머 시야의 밭은 연주는 타들어가는 심지를 독려합니다. 그리고 유난히 원순모음에 깊은 숨을 싣는 야야의 목소리는 노래에 둥그런 구덩이를 만들어 곡예사의 서러움을 모아 둡니다. 이들의 앨범이 다만 소리로 들려주는 연극의 형식적인 참신함에 그치지 않고 듣는 이의 마음을 움직인다면, 바로 이 때문이겠죠. 우울한 흥분으로 달려가던 기세가 슬픈 구덩이에 발이 걸려 넘어지는 순간, 야야의 밤은 폭풍과 불꽃만큼 크고 화려하지는 않지만 진한 아름다움으로 빛나니까요.

글. 윤고모 n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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