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여름, 영화 를 보고 마이클 패스벤더에게 반했던 여성들은 그가 동료와 공개 데이트를 즐긴다는 비보에 애통해 했습니다. 그러나 그 상대가 곤충 같은 날개로 날아오르는 엔젤을 연기한 조 크라비츠라니, 어쩔 도리가 없었죠. 비단, 그녀가 이십대 초반에다가 헐리우드의 스타일 아이콘으로 각광받는 인물이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크라비츠라잖아요. 비밀스러운 눈빛, 유혹적인 입술, 어느 시대의 어느 나라에서 태어나고 길러졌는지 가늠할 수 없는 치명적인 매력의 유전자를 인장처럼 새긴 레니 크라비츠의 하나뿐인 딸이란 말씀입니다.

혈통의 문제라고 밖에는 설명할 길이 없습니다. 러시아계 백인 아버지와 바하마 출신의 흑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레니 크라비츠에게는 대륙의 특징을 뛰어 넘는 다양한 매력이 공존합니다. 그리고 새 앨범 < Black and White America >를 통해 그는 복잡무쌍한 자신의 정체성을 다양한 음악을 섞어내는 특유의 센스로 긍정합니다. 대부분의 악기를 직접 연주하고 작사, 작곡은 물론 프로듀싱 까지 도맡아 하는 이 남자는 이제 세상의 수많은 음악들로부터 얻어온 힌트를 섞어 ‘크라비츠’라는 시그니처를 새긴 고유의 그루브를 만들어내는 자신만의 방식을 완전히 터득한 듯합니다. 그래서 그의 리듬은 여전히 듣는 사람의 혈관을 타고 흘러 전해집니다. 심장으로 도달하기도 전에 이미 온 몸이 두근거려 ‘Stand’라는 제목처럼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게 되거든요. 이런 건 배운다고 익혀지는 게 아니겠죠. 크라비츠 가문의 원천기술이니까요.

글. 윤고모 n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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