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냈을 때, 배치기는 노래했습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라고. 애석하게도 그로부터 수년이 흘렀지만 여전히 어떤 사람들에게 배치기는, 무웅과 탁은 낯선 이름입니다. 그래서 오래간만에 무대로 돌아온 배치기의 사운드가 여전하다는 점은 아쉬움이 아니라 반가움의 이유가 됩니다. 미국의 동서남북 어디의 음악도 닮지 않고 오히려 타령에 가까운 해학의 정서를 보여주는 이들의 비트는 투박하지만 흥겹고 고유하지만 익숙합니다. 물론 속사포처럼 유연하게 이어지는 탁의 랩과 툭툭 불거진 마디가 매력적인 무웅의 플로우가 만들어내는 조화를 기대한 사람들에게 이들의 새 노래 ‘두마리’는 아쉽고 서운한 노래일 수도 있겠습니다. 속도를 늦춘 탁은 전투적인 기세를 접었고, 무웅은 허스키한 목소리를 멜로디를 위해 사용하니까요.

하지만 각자의 특기를 조금 내려놓은 순간, 노래는 좀 더 분명한 목소리로 사람들에게 말을 걸어옵니다. “졸업장은 잿더미 빚더미 증서”임을 절감하는 세대에게 “시커먼 맨발이 불어 튼 두 다리”로 어떻게든 주저앉지 않고 살아가는 두 마리 래퍼의 노래는 꾸밀 것도 치켜세울 것도 없어서 차라리 든든한 응원가가 됩니다. 닳고 닳은 ‘맨발의 청춘’의 테마가 다시 한 번 부활하는 것은 아직도 세상이 청춘에게 가혹하기 때문이며, 서로의 언 발을 숨기지 않고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청춘들에게는 뭉클한 힘이 전해지니까요. 그리고 무엇보다도 ‘두 마리’의 거칠고도 걸쭉한 박력은 군복무와 소속사문제로 오랫동안 엎드렸던 몸을 드디어 일으켜 세운 배치기 자신에게 강력한 격려가 될 수밖에 없겠습니다. 얼마나 새로울 것인가, 어떻게 놀라게 만들 것인가, 어디까지 밀어붙일 것인가를 고민하기에 앞서 일단 아직도 배치기인가에 대한 답을 스스로 찾은 셈이니까요. 앨범의 절반밖에 공개되지 않았지만 다시 만나서, 반갑습니다.

글. 윤고모 n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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