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부터 전쟁이다, 언니.” 지난 14일 오후 6시 요코하마 아레나에서 열린 카라의 단독 콘서트 ‘카라시아’가 시작되기 전, 강지영은 다른 멤버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이번 공연이 나고야와 오사카, 후쿠오카, 도쿄, 사이타마로 이어지며 약 13만 관객들과 만나게 될 일본 투어의 첫 걸음임을 감안하면 이는 적절한 표현이었다. 기자회견 중 “다른 K-pop 가수들과 함께 아시아 국가들의 무대에 많이 서봤지만, 단독 콘서트는 처음이라 책임감을 조금 더 느끼고 긴장도 많이 된다”고 밝힌 박규리의 말에서도 설렘과 부담감이 동시에 읽혔다. 카라의 일본 팬들 역시 흥분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아침 일찍부터 비가 내렸지만 그들은 오후 1시 경부터 이미 줄을 지어 서 있었고, 입장이 시작되자 로비에 마련된 굿즈(스타의 얼굴이나 이름 등을 활용해서 만든 물품) 판매대로 순식간에 몰려들었다. “티켓 오픈과 동시에 10회 공연(사이타마 제외)이 모두 매진됐다”거나 “굿즈는 없어서 못 파는 수준”이라는 기획사 관계자의 이야기를 실감하게 되는 풍경이었다.

‘카라시아’는 2010년 8월 ‘미스터’로 일본에서 데뷔한 지 약 1년 반 만의 현지 콘서트다. 때문에 지난 2월 열린 국내 콘서트가 카라의 지난 5년을 되돌아보는 콘셉트로 진행됐다면, 요코하마 공연은 일본에서 활동한 내용들을 집약해서 보여주는 데 초점을 두고 있는 듯했다. 서울콘서트 당시 불렀던 데뷔곡 ‘Break it’은 세트리스트에서 제외됐다. 멤버들이 둘러 앉아 함께 보낸 세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VTR도, 무대 위에서 각자의 소회를 밝히는 시간도 사라졌다. 대신 카라는 가장 최신곡인 ‘Speed up’과 ‘Girl`s power’를 비롯해 ‘Missing’, ‘Go go summer’, ‘SOS’ 등 일본에서 발표된 노래들을 다수 들려주며 호응을 유도했다. 팬들은 2시간가량 진행된 공연 내내 자리에서 일어나 후렴구를 따라 부르거나, 무대가 전환되는 사이 야광 팬 라이트를 흔들며 “카라 짱! 카라 짱!” 등을 외쳤다. 또한 이들은 한국어 버전의 ‘Step’에도 큰 환호를 보냈다.

카라만의 공연 브랜드가 필요하다



전체적인 무대 연출이나 이벤트에서도 국내 공연과의 작은 차이를 느낄 수 있었다. 긴 돌출무대를 이용해 3층 관객석까지 바짝 다가갈 수 있었던 올림픽체조경기장과 달리, 요코하마 아레나는 메인 무대와 짧은 돌출무대만 이용 가능한 구조였다. 이런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추가된 몇 가지 디테일한 요소들은 공연을 조금이나마 더 흥미롭게 만들었다. 솔로 무대에서 한승연은 줄에 매달린 채 춤을 추는 꼭두각시의 모습으로 나타났고, 구하라는 천정에 매달린 그네를 타고 등장했다. 니콜은 한 남성 팬을 무대 위로 올려 손을 잡거나 무릎을 꿇고 산타나의 ‘The game of love’를 들려주었다. 멤버들이 모두 함께 부른 ‘Honey’ 무대에서도 남성 팬을 불러내어 게임을 진행했다. 티셔츠 빨리 입기와 낚싯줄에 매달린 과자 먹기, 지팡이로 중심을 잡고 제자리에서 돌기, “자이언트 베이비” 강지영을 안고 앉았다 일어섰다 하기 등 소소한 재미를 부각시킨 이벤트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공연이 카라가 가진 것들을 100% 담아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니콜은 아직 다리 부상이 낫지 않아 춤을 거의 출 수 없었고, 박규리는 성대 폴립 제거 수술로 인해 가창력을 뽐낼 기회가 없었다. 매끄럽지 않은 진행 때문에 무대 전환 시간이 지나치게 길어져 팬들을 기다리게 하는 상황도 종종 발생했다. 가장 큰 아쉬움은 콘서트가 카라의 매력을 보여주는 데는 성공했을지언정, 평이한 연출로 카라만의 것이라고 할 수 있는 공연 브랜드는 아직 구축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오는 7월 안에 대만과 태국 등 다른 아시아 지역까지 투어가 이어질 예정인 만큼 이는 중요한 문제다. “춤도 얼굴도 모두 카라를 워너비로 하고 있다”(아츠오 상 16세, 소야마 상 17세)거나 “상처를 치유해주는 좋은 기운을 가지고 있는 그룹”(우치 상 56세)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대표적인 한류 스타로 꼽히는 현재, 콘서트는 카라가 한 뼘 더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이 돼야 하지 않을까. “지금처럼 즐길 수 있는 시간이 계속 됐으면 하는 바람”(한승연)을 이루기 위해선 여태껏 쌓아온 이미지를 넘어, 좀 더 뚜렷하고 구체적인 기획이 필요한 시점이다.

사진 제공. DSP MED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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