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는 재현될 수 없다는 것을 알기에 유토피아로 남는 과거가 있습니다. 명장 미헬스와 천재 요한 크루이프가 만나 일으킨 1974년 네덜란드 축구대표팀의 토털풋볼 혁명, 고다르와 트뤼포가 필자로 활동하던 50년대의 같은 일회적 순간들 말이지요. 하여 때로 어떤 노력들은 미래가 아닌 과거를 쫓습니다. 수많은 멜로딕 스피드 메탈 밴드들이 헬로윈의 80년대 앨범 < Keeper Of The Seven Keys Part 1, 2 >을 극복하기 위해 애쓰는 것처럼. 고음역의 미성을 자랑하던 마이클 키스케와 재기 넘치는 기타리스트 카이 한센, 감성 풍부한 악곡을 만드는 마이클 바이카스 등 동시대 같은 나라에 모인 이 탁월한 천재들은 빠르고 격렬하지만 서정적인, 세상에 없던 장르를 완벽한 형태로 떡하니 내놓았습니다. 카이와 키스케가 떠난 헬로윈을 비롯해 많은 밴드들이 더 뛰어난 연주력과 녹음 기술을 앞세워 좋은 앨범들을 냈지만 누구도 < Keeper Of The Seven Keys Part 2 >에 실린 ‘Eagle Fly Free’를 처음 들을 때의 충격을 재현하진 못하고 있습니다.

모든 멜로딕 스피드 메탈 팬들의 염원이던 키스케와 카이의 재결합을 성사시킨 밴드 유니소닉이 유토피아의 재현은 분명 아닐 것입니다. 다만 발터 벤야민이 ‘아무리 가까이 있더라도 어떤 먼 것의 일회적 나타남’이라 설명한 아우라가 이들의 만남에는 있습니다. 그들의 셀프타이틀 곡인 ‘Unisonic’에서 카이의 발랄한 연주 위에서 키스케의 여전한 미성이 타고 흐를 때, 처음 헬로윈의 ‘I Want Out’을 들었던 저 먼 추억의 감정이 이곳으로 소환됩니다. 후크라 해도 좋을 후렴구 ‘Unisonic’의 반복은 사실 좀 전형적이지만 오히려 예측 가능한 사운드가 역설적으로 과거의 신선했던 첫 경험을 불러오는 것이지요. 네, 이것은 진정한 재림이 아닌, 다시 한 번 유토피아가 재현될지도 모르리라는 헛되고도 헛된 희망의 기운입니다. 하지만 그래서 몇 번이고 반복재생을 하게 됩니다. 가장 유혹적인 건, 속고 싶은 거짓말을 속삭이는 순간이니까요.

글. 위당숙 기자 e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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