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이 주신 선물. 마리아 칼라스, 조수미, 안드레아 보첼리 같은 세계적 성악가들의 목소리에 대해 사람들은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노래에 있어 타고난 재능이란 그만큼 중요하다는 뜻이겠지요. 무언가를 재능으로 판단하는 건 미와 추에 대한 우리의 구분에서 출발합니다. 하지만 앞서 열거한 미성으로부터 한참 떨어진 곳에서, 어쩌면 추의 영역에서도 재능은 피어납니다. 막스 카발레라, 브라질 출신의 이 청년이 80년대 중반 세풀투라라는 이름의 밴드와 함께 등장했을 때 비로소 사람들은 인간의 목소리가 메탈 기타 사운드를 압도할 수 있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지미 헨드릭스 같은 기타 히어로들이 록의 역사를 몇 십 년씩 앞당겼다고 하지만 막스 카발레라의 등장은 적어도 스래시 메탈의 역사를 몇 년은 앞당겼다 할 수 있었죠.

그가 90년대 중반 세풀투라를 떠난 뒤 만든 소울플라이의 2012년 신곡 ‘World Scum’은, 그리고 그의 목소리는 여전히 경이롭습니다. 그의 창법을 흉내 내는 포스트 카발레라들이 하드코어와 스래시 메탈을 지배하는 중에도, 노장이 된 이 브라질 야수는 뱃속에서부터 끓어오르는 유일무이한 야성을 토해냅니다. 엄청난 속도로 달려가는 베이스드럼 사운드도, 역시 빠른 속도로 긁어대는 기타 리프도, 결국에는 야수에게 잡아먹힙니다. 곡 말미 기타의 클린 톤이 남기는 긴장감 있는 여운이 마치 포식을 즐긴 뒤 여전히 허기진 표정을 짓는 야수의 테마처럼 느껴질 정도로요. 물론 그럼에도 이 목소리에 신의 선물이라는 수사는 어울리지 않아 보일지 모릅니다. 하지만 상관없습니다, 악마와의 계약이라 한들. 추악함이란 아직 우리가 그 매력을 알지 못하는 아름다움의 다른 이름이라는 걸, 그가 보여줬으니까요.

글. 위당숙 기자 e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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