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scle!” 2PM의 매력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대해 홍콩에서 온 팬은 주저하지 않고 대답했다. 그리고 닉쿤의 이름을 올리는 것만으로 비명을 지르던 그녀는 누구의 근육이 가장 좋아 보이느냐는 질문에 대해 다시 주저 없이 대답했다. “택연!” <2010 MAMA>의 레드카펫 행사가 진행된 마카오 베네시안 호텔 로비 앞에는 이처럼 한국 아이돌을 구체적인 이미지로 좋아하는 수많은 아시안 소녀들이 모여 들었다. 그렇다고 그저 잘생기고 멋진 오빠들에만 그들의 관심이 집중된 건 아니었다. 빅뱅의 노래와 퍼포먼스와 모든 멤버를 좋아한다던 19세 중국 소녀는 2NE1을 향해 소리 질렀고, YG패밀리 외에 좋아하는 가수로는 브라운아이드걸스를 꼽으며 시건방춤을 흉내 냈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 한국 아이돌을 넘어 한국 문화에까지 관심을 가지는 이들을 만나는 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표본 추출로 삼기에는 너무나 적은 그룹이지만 인터뷰를 했던 5팀 중 2팀이나 “한군말도 할쭈 이써요”라며 짧은 한국어로나마 자신들의 생각을 전달했다는 건 우연이 아닐 것이다. 특히 2PM이 좋다는 한 중국 팬은 한국말로 직접 “지금 손호영이랑 같이 (레드카펫) 사회 보는 사람이 누구예요?”라고 묻더니 존 박이라는 대답에 “존 박? 존 박? 아, <슈퍼스타 K>!”라고 말할 정도로 한국 연예계에 대한 지식을 과시했다. 과연, 무엇이 이들을 이토록 열성 한류 팬으로 만들었을까.





<2010 MAMA>를 ‘굳이’ 마카오에서 진행한 것에 대해서는 아마 앞으로도 갑론을박이 있을 수밖에 없겠다. 아시아를 대표하는 시상식이 되는 첫 걸음으로서 한국을 벗어나는 것이 필요했다는 Mnet의 설명만큼이나, 마카오를 피했으면 공중파 가요 순위 프로그램이 없는 날에 좀 더 많은 한류 스타들로 무대를 꾸밀 수 있을 거라는 불만도 타당하다. 하지만 만 5천 석짜리 코타이 아레나 같은 공연 전문 공간에서 중국, 홍콩, 마카오 등에서 모인 팬들이 첫 시상자로 나선 2NE1의 이름을 연호하고 열광하는 건 분명 한국에서는 볼 수 없는 진풍경이다. 물론 그들이 화면에 비춰진 모든 한국 가수들을 위해 박수를 치진 않았지만 신인상 후보 중 시크릿과 G.NA의 화면에는 열광하면서 나인뮤지스에겐 잠잠한 현지의 온도차를 감지하는 것도 흥미로운 일이다. 그들의 환호는 miss A가 신인상을 차지하자 더욱 커졌고, 수상 소감을 위해 지아가 마이크를 잡았을 땐 비명에 가까운 소리가 났다. 아, 이유는 따로 있었다. 그 순간, 무대 옆의 전광판이 닉쿤의 얼굴을 비췄으니까.







아시안 한류 팬들을 열광케 할 모든 이들이 닉쿤처럼 생방송 카메라에 잡혔던 건 아니다. 어떤 이유에서든 SM 엔터테인먼트를 비롯한 여러 기획사의 인기 가수들은 상당수 불참했고, 결과적으로 이날 <2010 MAMA>에 모인 스타의 수는 매주 열리는 <엠카운트다운>보다도 적은 수준이었다. 하지만 단지 그 이유만으로 ‘반쪽 시상식’ 운운하는 것은 무대를 온전히 자신들의 것으로 백퍼센트 활용했던 팀에 대한 예의가 아닐 것이다. <2008 MKMF>에서 빅뱅과 이효리가 보여줬던 것만큼 압도적인 퍼포먼스가 있었던 건 아니지만 ‘Bad Girl Good Girl’ 인트로에서 멤버 개개인의 개성을 살린 안무를 각각 선보인 miss A나 마임 연기를 접목한 2PM의 무대는 충분히 흥미로웠다. 그리고 MBC <태왕사신기>를 연상케 하는 무대 연출 안에서 ‘날 따라 해봐요’와 ‘Can`t Nobody’를 소화한 2NE1은 앞서 타이거 JK와 DJ DOC가 보여준 그것처럼, 제대로 무대에서 놀 줄 아는 퍼포머가 주위 환경의 도움까지 받았을 때 얼마나 무한한 에너지를 보여줄 수 있는지 증명했다. 물론 아쉬움은 남는다. 뮤지컬 <지킬앤하이드>의 ‘This is the moment’를 부른 허각의 무대는 지나치게 폴 포츠 이미지로 그를 고착화하는 게 아닌가 싶었고, 중국 걸그룹 아이미는 자기소개 정도에 그치는 밋밋한 모습을 보였다. 참여 뮤지션의 수가 적은 만큼 거미와 중국의 장지에의 듀엣을 제외하면 서로 다른 개성을 지닌 뮤지션들의 콜라보레이션을 볼 수 없었던 것도 아쉬운 부분이다. 그리고 그런 빈 구석을 채워주는 건 역시, 빅뱅이다.





킬러 대 킬러의 대결로 꾸민 무대 연출 덕분일까. 탑과 지드래곤, 태양의 무대는 2명이 빠진 빅뱅의 무대라기보다는 서로 다른 S급 엔터테이너 3명의 콜라보레이션을 보는 느낌이었다. 태양이 춤과 노래에서 최고의 테크닉을 보여줬다면 뒤이어 등장한 탑은 여전히 굵직한 목소리의 랩과 무표정으로 무엇에도 흔들리지 않을 카리스마를, 그리고 소녀시대의 ‘Gee’의 리듬에 맞춰 ‘GDGD baby baby baby baby’라 자신의 등장을 알린 지드래곤은 선명한 자의식과 넘치는 자신감을 보여줬다. 이 셋의 합동 무대가 <2010 MAMA>의 참여 인원을 통해 상상할 수 있던 최대치의 무엇이라면, 원더걸스의 깜짝 등장은 상상 이상을 보여주고자 했던 Mnet의 승부수였을 것이다. 만약 소녀시대가 깜짝 등장하는 것만큼 관객과 시청자, 특히 한국의 언론에게 효과적이었겠느냐고 묻는다면 그건 잘 모르겠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YG 엔터테인먼트와 JYP 엔터테인먼트로 거의 모든 카드를 마련해야 하는 상황에서 어떤 예고도 없이 원더걸스가 등장해 ‘Nobody’로 아시안 팬들의 떼창을 유도한 건 최고는 아니더라도 최선의 선택이었다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2010 MAMA>에게서 단순한 인원의 많고 적음이 아닌 결핍이, ‘반쪽 시상식’의 아쉬움이 느껴진다면 그것은 무대보다는 수상 내역 때문일 것이다. 단순히 이날 무대에 오른 YG와 JYP에서 상을 독식해서 문제라 말하려는 것은 아니다. 시간 관계상 생략됐다고 하는 여자가수상의 보아, 남자신인상의 씨엔블루, 베스트 보컬 퍼포먼스 그룹상의 2AM 등의 수상이 전파를 탔더라면 공정성 논란은 아마 지금보단 훨씬 누그러졌겠지만, 무엇보다도 공정한 시상식이 골고루 나눠먹는 시상식은 결코 아니다. 만약 <반지의 제왕>이 있다면 아카데미를 싹쓸이 하는 것이 맞다. 문제는 2010년 가요계에 그런 압도적 블록버스터가 없는 상황에서 과연 2PM과 2NE1, miss A가 여타 팀보다 조금은 앞선 일일지장의 성취를 보여줬느냐다. 디지털 싱글 위주의 시대에 세 개 히트곡을 동시에 낸 < To Anyone >이 앨범상을 받은 것은 비교적 쉽게 납득할 수 있다. 올해의 아티스트상이 2NE1의 몫인지는 아직도 잘 모르겠다. 물론 그 자리에 소녀시대를 놓는다고 공정한 시상식이 되는 건 결코 아니다. 시상식의 권위라는 것은 현실적 제약과도, 욕 안 먹기 위한 안일함과도, 대중의 의심의 눈초리와도 치열하게 싸우고 온갖 시행착오를 극복하며 수상 결과 안에 저절로 정립되는 것이다. 그것은 아시아 뮤직 어워드라는 타이틀보다, 첫 해외 시상식이라는 도전보다 더 중요하다. 과연 시간이 지나고 모든 선정적인 논란들을 거둬낸 뒤 <2010 MAMA>는 어떻게 기억될 수 있을까. 합리적 기준과 권위를 아시안 팬들에게 납득시킬 수 있는 아시아 대표 음악 시상식으로 가는, 불완전하되 유의미한 첫 걸음으로 기억될 수 있을까. 만약 그럴 수 있다면 올해 UV의 뮤직비디오 부문 탈락은 관대하게 넘어갈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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