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YJ의 시작
JYJ의 시작
지난 12일 서울 고려대학교 화정 체육관에서 열린 그룹 JYJ의 쇼케이스 진행을 맡은 방송인 김태훈은 잠시 팬들에게 약간의 원성을 들었다. JYJ의 첫 앨범 < The beginning >을 < New beginning >으로 소개해서다. 물론 단순한 실수다. 하지만 동방신기의 멤버였던 믹키유천, 영웅재중, 시아준수 세 사람과 팬들에게 ‘새로운 시작’과 ‘시작’의 의미는 다를 것이다. 지난 1년여 동안 여러 일들 끝에 새 앨범을 낸 그들에게 JYJ는 동방신기로부터의 시작이 아닌 3인조 그룹 JYJ의 시작일 것이기 때문이다. 동방신기를 통해 아시아 전체의 스타가 된 그들은 월드와이드 쇼케이스를 열고, 카니예 웨스트와 로드니 저킨스에게 곡을 받으며, 하마사키 아유미가 쇼케이스를 보러 오는 톱스타다. 하지만 그들은 쇼케이스 내내 그들의 영광 대신 마치 신인그룹처럼 무대에 서서 노래 부르는 것의 기쁨을 강조했다.

감각보다 감성에 호소하는 음악
JYJ의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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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케이스에서 공개된 < The beginning >의 수록곡들은 동방신기와는 다른 JYJ의 스타일을 확인할 수 있었다. 카니예 웨스트가 작곡한 ‘Ayyy girl’을 비롯, 로드니 저킨스의 ‘Empty’와 ‘Be my girl’ 등의 곡들은 심플하고 가벼운 리듬이 중심이 됐고, 후렴구는 세 사람의 코러스를 통해 차분하게 느껴질 만큼 편안한 멜로디를 들려줬다. 특히 ‘Ayyy girl’은 댄스곡임에도 세 사람이 서정적으로 서서히 감정을 차오르게 하는 후렴구의 멜로디에 초점을 맞춰 ‘감상용 댄스음악’으로도 가능할 만큼 감각보다 감성에 호소했다. 댄스곡에서도 강렬함보다는 잔잔한 멜로디를 선호하는 건 일본음악에서 자주 접할 수 있는 것으로, 현재 일본에서 더 많은 활동을 하는 세 사람의 최근 음악적인 감성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카니예 웨스트라는 이름에서 기대하는 새로운 사운드나 전개는 없었다. 하지만 짜임새 있는 편곡으로 곡의 정서를 일관되게 끌고 가는 완성도는 어디서나 편안하게 들을 수 있고, 퍼포먼스도 감상 가능한 완성도 좋은 팝 음악의 역할은 할 것이다. 세 멤버가 모두 노래와 춤 양쪽을 동시에 잘 소화하고, 동시에 강렬하고 압도적인 퍼포먼스를 보여주던 동방신기와 또 다른 모습을 보여줘야 했다는 점에서 수긍할만한 선택이다.

동방신기라는 이름을 벗게 해준 ‘시작’의 원동력
JYJ의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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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쇼케이스에서 공개된 곡에 대한 보다 정확한 평가와 반응은 음반 발매 뒤에야 가능할 것이다. 이날 쇼케이스의 사운드는 보컬과 다른 사운드가 제대로 섞이지 않아서 정신 사나울 만큼 산만했다. 특히 중저음을 크게 부각시키면서 귀가 멍멍해질 정도로 울림이 심했고, 가장 선명해야 할 세 사람의 목소리는 다른 사운드에 묻혀 목소리가 전달하는 섬세한 감성을 온전히 느끼기엔 무리가 있었다. 쇼케이스를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이 그리 많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지긴 했지만, 유료 쇼케이스였을 뿐만 아니라 JYJ라는 이름으로 처음 팬들을 만나는 자리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최대한 좋은 소리를 들려줄 수 있도록 해야 했다. 그들의 스케줄이나 상황에 상관없이 무대를 꾸며줄 스태프와 회사의 역량이 부족해 보이는 건 앞으로 그들의 불안요소가 될지도 모른다.
JYJ의 시작
JYJ의 시작
그러나, 역설적으로 열악한 사운드는 JYJ가 가진 근본적인 힘이 어디서 나오는지 보여줬다. 모니터가 거의 불가능해 보일 만큼 수많은 소리가 정신 사납게 울리는 상황에서도 JYJ는 흔들림 없이 정확하게 노래를 불렀다. 그들은 각자의 파트뿐만 아니라 후렴구의 코러스까지 모두 직접 소화했고, 가벼운 실수조차 없었다. 동방신기 시절처럼 격렬하지는 않지만 어떤 동작이든 디테일을 놓치지 않는 정확한 춤과 어떤 군무든 오차 없이 맞추는 멤버들의 호흡 역시 여전했다. 그들이 동방신기로부터 가져온 가장 큰 재산은 앨범과 쇼케이스에 ‘월드와이드’를 붙일 수 있는 인기가 아니라, 춤과 노래 어느 쪽으로도 정상의 아이돌이었던 그 실력이다. 그건 여전히 5명의 동방신기를 보고 싶은 이유이기도 하지만, 그들이 JYJ로 ‘시작’할 수 있는 원동력일 것이다. 5명이 3명이 됐고, 3명은 새로운 그룹으로 다시 시작했다. 그들이 동방신기의 세 멤버가 아닌 JYJ로 대중에게 다가갈 수 있을까.

글. 강명석 two@
사진. 이진혁 eleven@
편집. 장경진 thr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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