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아 “역시 보아네, 라는 말을 듣고 싶다”
보아 “역시 보아네, 라는 말을 듣고 싶다”
한국과 일본 양국에서 차트 1위를 달성했다. 미국에 진출해 빌보드 차트에 도전했고, 최근에는 영화 의 제작진이 참여하는 할리우드 댄스 영화에도 출연한다. 이 모든 걸 이루는 데 10년이 걸렸다. 그리고 보아는 이제 스물넷이다. 그 점에서 보아가 5년 만에 한국에서 발표하는 새 앨범 는 새 앨범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대중적으로 이룰 수 있는 거의 모든 것을 이룬 상태에서 이제야 가수와 댄서로서 절정에 도달하고 있는 이 가수는 어떤 음악을 하고 싶을까. 지난 4일에 있었던 보아의 기자 간담회를 공개한다.

어린 나이에 맞이한 데뷔 10주년이다. 돌아보면 어떤 생각이 드나.
보아 : 사실 아직 어떤 느낌이 있는 건 아니다. 어찌어찌 하다 보니까 10년이 됐는데,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겠다. 10년 동안 내가 뭐했지? 하고 생각해봤는데 많이 하긴 했더라. (웃음) 앨범도 많이 내고, 일본도 가고 미국도 가고. 10년 동안 언어만 줄창 배운 것 같다. (웃음) 지나온 것보다 갈 날이 더 많다. 사실 나는 20주년이 서른다섯인데, 지금 효리 언니 나이랑 별 차이 안 나니까 (웃음) 더 열심히 댄스가수 하고 싶다.

“예능프로그램 대신 트위터를 열심히 하겠다”
6집은 한국에서 20대로 넘어오면서 낸 첫 앨범이기도 하다. 10대 때와 뭐가 달라진 것 같나.
보아 : 발라드인 ‘옆 사람’을 먼저 공개했는데, 나도 여성분들이 공감할 수 있는 발라드를 부를 수 있다는 걸 들려주고 싶었다. 20대 중반이 되면서 10대 때보다 음악적인 폭을 넓힐 수 있는 것 같다. 노래도 무조건 잘하려는 것 보다는 곡을 먼저 이해하려고 하게 됐고. 전에는 잘 불러야 한다, 잘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있었는데 이젠 이 노래를 어떻게 가장 나답게 풀어갈 수 있을까를 생각한다. 10년 동안 가수라는 직업을 하면서 도전이나 새로운 걸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잘하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도 들고. 나는 퍼포먼스라는 무기가 있으니까 그걸 잘해서 많은 사람들이 좋아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최선인 것 같다.

요즘 한창 여러 가수들이 복귀하는데 복귀시점을 지금으로 결정한 이유는.
보아 : 8월 25일이 데뷔 10주년 되는 날이다. 아예 25일로 날짜를 맞출까도 생각했는데, 앨범 작업도 미리 끝났고 해서 날짜에 너무 의미를 두기보다는 정규 6집을 낸 거니까 작업이 되는 대로 냈다.

예능 프로그램 출연을 할 생각은 없나. 요즘은 가수들의 예능 프로그램 출연이 필수에 가까운데.
보아 : 대신 트위터를 열심히 하겠다. (웃음) 나는 예능 프로그램에서 분위기를 재밌게 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닌 것 같다. 대중들이 내게 원하는 건 예능에서의 친근함 보다는 좋은 무대인 것 같으니 우선 무대를 잘 이끌어가고 싶다.

요즘 가요계에 대한 소감은 어떤가. MBC 같은 데 나가면 거의 대선배일 텐데. (웃음)
보아 : DOC 선배님들이 계시다. (웃음) 굉장히 많이 발전한 것 같다. 한국에서 녹음하면서 비는 시간에 TV를 봤는데 굉장히 발전했다는 걸 느꼈다. 음악 프로그램 퀄리티가 높아져서 5년 전과는 다른 더 좋은 퍼포먼스를 보여 드릴 수 있을 것 같고. 그런데 드라이 리허설 시간이 빨라진 줄은 몰랐다. 거의 잠을 안 자고 리허설에 나가야 할 거 같다. (웃음)

‘마이 네임’이나 ‘걸스 온 탑’을 부를 때만 해도 당신처럼 강한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여성 가수가 없었는데, 요즘엔 걸그룹들이 강한 여자 콘셉트로 나오는 경우가 많다. 어떤 생각이 드나.
보아 :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요즘에는 노출 수위도 높아졌더라. (웃음) 나 때만 해도 배꼽티를 입으면 가려달라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나도 파격적으로 의상을 가볼까 생각해 봤다. (웃음)

‘허리케인 비너스’의 무대는 어떻게 구성할 건가.
보아 : 무대에 남자 댄서들만 나온다. 여자 가수라고 해서 여성 댄서만 고집할 이유도 없고, 여성스러움과 남성스러움이 합쳐지면서 색다른 매력이 나오더라. 안무는 역시나 난해하고 (웃음) 굉장히 복잡해서 이러다 조만간 서커스 해야 하지 않을까 싶을 정도다. (웃음) 하지만 이미지 자체는 머리도 기르고 해서 예전보다 여성적인 이미지다.

타이틀 곡 제목을 본인이 지은 걸로 알고 있다.
보아 : 노래를 받고 뭔가 센 단어가 필요할 거 같았는데, 기사에 한창 ‘폭풍작렬’ 이런 제목이 많이 붙었다. 그래서 폭풍? 토네이도? 허리케인? 이러다 인터넷을 찾아봤는데 예전에는 허리케인이 생기면 좀 순해지라는 뜻으로 여자 이름을 붙였다고 하더라. 그리고 또 기사를 보니까 ‘여신 포스’ 이런 게 있어서 비너스? 이랬는데 회사에서 좀 유치하지 않냐고 하더라. (웃음) 그래서 유치하긴 하지만 나름대로 유래가 있다고 설명을 드렸고, 노래도 센 노래라 어떻게 잘 넘어가서 (웃음) 제목으로 나왔다.

“아웃풋만 있는 생활이 나를 고갈시키는 느낌이었다”
이번 앨범에서 전작들보다 참여를 많이 한 것 같다. 두 곡의 자작곡이 담기기도 했다.
보아 : 원래 곡을 쓸 계획은 없었다. 그런데 언젠가 일본 투어를 마쳤는데 할 일이 없는 거다. 놀 사람도 없고. 그래서 컴퓨터 한 대와 음악 만드는 프로그램을 샀다. 목적이 없는 상태니까 마음을 다 비우고 비트를 만들기 시작했는데 재밌더라. 그래서 쓰다 보니까 곡이 만들어졌다. 사실 회사에서 안 실어줄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좋네요”라고 해서, 생각보다 좋다는 게 뭐지? 이랬다. (웃음) ‘Let me’는 내가 춤을 좋아하는 건 모든 분들이 아시니까 춤에 대한 열망을 배틀 형식으로 풀어냈고, 발라드 ‘하루하루’는 팝 발라드인데 가사가 되게 어둡다. ‘moon & sunrise’라는 곡을 일본에서 작사했을 때하고 비슷한 마음이었는데, 내가 느끼는 기쁨, 슬픔, 희망, 고독 이런 걸 표현하고 싶었다.

혹시 프로듀싱에 참여할 생각은 없나.
보아 : 프로듀서로서의 자질은 없는 것 같다. 작곡도 더 많이 배워야 할 것 같고. 가수는 노래와 퍼포먼스처럼 자기가 제일 잘할 수 있는 걸 더 잘하는 게 필요한 것 같다.

하지만 앨범에는 전보다 자신의 의견을 많이 반영한 것 같다. 지누, 김동률, 그룹 넬의 김종완 등과 함께 작업했다. 지금까지 당신의 국내 앨범에서는 볼 수 없었던 일인데.
보아 : 일본에서는 많은 분들과 콜라보레이션을 할 수 있었는데, 국내에서는 그런 기회가 없었다. 아티스트와 아티스트가 만났을 때 어떤 색깔이 나올지 궁금했다. 김동률 선배님의 발라드나 넬의 곡을 굉장히 좋아하기도 했고. 감수성이 풍부한 분들이지만 스타일이 굉장히 달라서 신선한 음악이 나올 것 같았다.

‘Game’ 뮤직비디오에서 다양한 스타일로 나오는 것도 흥미롭다. 이전에는 국내에서 보기 힘든 모습이었다.
보아 : 이번 뮤직비디오는 무조건 패셔너블해야 한다고 했다. 그리고 멋있으면서도 좀 익살스러운 모습도 나왔으면 좋겠다고 했고. 에즈 세드윅을 좋아해서 그분 같은 스타일로 만들어달라고 했는데, 그게 잘 반영됐는지 모르겠다.

이런 변화에는 미국 활동이 영향을 준 것 같다. 미국 활동에서 무엇을 얻은 것 같나.
보아 : 가수로서 결과를 떠나서 굉장히 득이 됐다. 2006~7년에 많이 힘들었었다. 똑같은 생활이 반복되니까 굉장히 지쳤었는데, 미국 앨범을 제작하면서 신선한 충격을 받았고, 음악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즐거움을 얻을 수 있었다. 미국 활동이 이번 6집에도 굉장히 영향을 준 것 같다.

왜 힘들었나.
보아 : 연말에 앨범 작업해서 연초에 앨범 내고 공연 돌고 한국에 와서 앨범 작업하고 앨범 내고, 다시 일본 가면 일본 연말 시상식하고 한국 연말시상식 왔다갔다 이러면 1년이 끝났다. 이런 생활을 4년 동안 계속하니까 스태프들한테 노래 좀 그만 시키라고 했었다. 노래하는 건 좋은데 노래만 계속 녹음하고 활동하다 1년이 지나니까. 그리고 가수라는 직업이 아웃풋만 있는 거지 인풋이 없다. 뭔가 배우러 어딜 갈 수도 없고. 그래서 계속 고갈된다는 느낌이 강했다. 많은 사람들은 나에게 새로운 걸 바라는데 나는 새로운 게 없는 거다. 열심히 더 잘하고 싶어도 할 게 없다는 게 너무 힘들었다. 그런데 그때 미국 진출 얘기가 나오면서 다시 일에 대한 흥미와 열정이 생겼다.

미국 진출을 안 했다면 뭘 했을까.
보아 : 우선은 놀고 싶었고 (웃음) 유학가고 싶었다. 해외를 많이 다녀와도 일만 하고 오지 관광할 시간이 없었다. 거기 공항 좋더라, 그 정도? (웃음) 그러다 미국에서 활동하면서 새로운 음악에 대한 흥미가 생기고, 미국에서 활동하면서 안무가분들하고 재밌게 놀면서 춤을 추다 보니까 아, 내가 보지 않고 아직 모르는 세계가 많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쉽게 이 일을 그만두지 않을 거 같다. (웃음)

특히 춤에서 미국 활동이 많은 영향을 준 것 같다. 미국 이전과 이후의 스타일이 다르던데.
보아 : 일본이나 한국에서는 여성적인 춤이 많았는데, 나는 남성적인 춤을 잘하는 것 같다. 힙합을 좋아하기도 하고. 그런데 ‘잇 유 업’의 안무가가 그걸 너무 잘한다. 그리고 우린 마이클 잭슨을 너무나 사랑하고 (웃음) 그런 사람들이 모이다 보니까 하고 싶었던 안무를 정확하게 풀어내 줬다. 가수 생활을 하면서 레슨을 잘 못 받는데, 안무 시간 자체가 레슨을 받는 것 같았다.

할리우드 영화에 출연하는 건 어떻게 된 건가.
보아 : 개인적으로 영화 의 굉장한 팬이다. 그 영화를 보고 스트릿 댄스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고, 춤에 대한 열정이 생겼다. 그런데 그 영화의 작가분이 참여해서 출연을 제안했다는 얘길 듣고 너무 놀랐다. 사실 예전부터 연기를 할 거라는 얘기는 많았는데, 본업이 가수인데 연기를 하면 전업으로 보여질까봐 꺼렸었다. 그런데 댄스 영화라서 좋았다. 가수로서 춤을 작품으로 남길 기회가 없는데, 두 시간짜리 영화를 춤으로 표현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커리어에 도움이 많이 될 것 같다.

혹시 연기를 계속해보고 싶지는 않나.
보아 : 아직까지는 다른 분야에 대한 큰 관심은 없다. 사실 음악만 해왔고, 가능한 한 음악을 계속하고 싶다. 앨범이 당장 나오기 때문에 이것부터 잘해야 한다. (웃음) 개인적으로 한 가지만 하는 건 지루해하는 성격인데, 그런 성격을 이수만 선생님이 잘 파악하셔서 얘가 요 때쯤 지루할 만하겠다 하면 “미국가자~” 이러면서 자꾸 뭔가 던져주셨다. 그래서 10년 동안 다른 분야를 하지 않고도 재밌게 해온 것 같다. 앞으로도 이런 관계를 유지하면서 내가 질릴 만하면 뭔가 시켜주셨으면 좋겠다. (웃음)

“어떻게 하면 이 자리를 잘 유지할 수 있을까를 생각한다”
보아 “역시 보아네, 라는 말을 듣고 싶다”
보아 “역시 보아네, 라는 말을 듣고 싶다”
20대 중반이 되기까지 10년 동안, 대부분의 가수들이 평생 못할 걸 다 이뤘다. 지금 당신에게 계속 음악을 하게 만드는 힘이 뭔가.
보아 : 그러게. 한 게 정말 많은 것 같다. (웃음) 내 이름으로 나간 곡이 리믹스까지 해서 한 400곡 된다고 하더라. 1주일에 한 곡씩 곡을 만들었다고 하더라. 정말 많이 했구나 싶다. 하지만 앞으로 할 일이 많다. 음악 스타일도 얼마든지 바뀔 수 있고. 꼭 어떤 음악을 하고 싶다는 것 보다는 우선 음악 활동을 즐겁게 꾸준히 하는 게 목표다. 사람이 올라가는 것보다 그걸 유지하는 게 힘드니까, 어떻게 하면 이 자리를 잘 유지할 수 있을까를 생각한다. 어떻게 하면 체력이 더 강해져서 라이브를 더 잘할 수 있을까 같은 거. 10대 때는 아픈 데도 없고, 체력도 좋고. 잠 못 자도 팔팔했다. 그런데 20대 되면 술 약속도 생기고 (웃음) 몸도 피곤해지고 그러니까 앞으로의 10년은 자기 관리를 잘해야 할 것 같다. 그래야 계속 춤추면서 노래할 수 있을 테니까.

언제까지 춤 출 생각인가.
보아 : 관절이 허락하는 한. (웃음) 사실 발, 손목, 어깨 탈골까지 부상을 많이 당했다. 얼마 전에는 허리 디스크 판정도 받았고. 하지만 무대에서 몸을 사릴 수는 없으니까 운동도 더 많이 한다. 뼈를 잡아주는 근육 운동을 하면서 재활 치료(웃음)를 한다.

사생활이 거의 없을 것 같은데, 시간이 있을 때는 뭘 하나.
보아 : 영화 보는 걸 좋아한다. 팬들 사이에서 날 보려면 영화관에 가야 한다는 말도 있다. (웃음) 그런데 되게 바쁘게 지내도 잘 놀아야 일도 잘하는 편이다. 시간 나면 영화도 많이 보고 술도 마시고 친구들도 만나야 더 열심히 일을 한다. 그래서 예전부터 일과 휴식의 밸런스를 잘 유지한 것 같다.

어린 나이부터 사람들이 다 알아봐서 밖에 나가기 힘들었을 텐데.
보아 : 잘 못 알아보더라. (웃음) 무대 화장에 익숙해져 있으니까. 한 번은 길거리 캐스팅도 당했었다. 무대에 쓸 의상을 고르느라 스태프분들하고 같이 거리를 가고 있었는데 어느 패션 매거진에서 일한다는 분이 혹시 모델이세요? 이러더라. 그래서 이 분이 밤이라 내 신발을 못 봤나? (웃음) 이러면서 연예인인데요 하니까 끝까지 연예인 누구냐고 물어보더라. (웃음) 그래서 “저 보아에요” 이럴 수는 없어서 그냥 “잘 안 나가는 연예인인데 모델은 아닙니다” 하고 도망쳐 왔다. (웃음) 내가 간 뒤에도 스태프분들에게 연예인 누구냐고 물어보길래 보아라고 했더니 “보아가 저렇게 생겼어요?” 이랬다더라 (웃음) 기분은 좋았다. 좋게 봐 주신 거니까.

연애는 어떤 사람과 하고 싶나.
보아 : 나 좋다고 하면 좋을 것 같다. 마음 잘 맞는 친구가 있으면 너무 좋을 것 같은데 해외 생활을 많이 하다·보니까 잘 안 된다.

활동이 바쁘니까 남편보다는 아내가 필요하겠다. (웃음)
보아 : 정말 그렇다. 밥 해주고. (웃음) 대신 난 설거지를 잘한다. 요리를 할 자신은 없고, 도저히 아침마다 밥을 만들 수 없다. 잘 챙겨주는 아내 같은 남자면 좋을 것 같다.

10년 동안 가장 행복했던 순간은 언제인가.
보아 : ‘No.1’으로 대상을 받았을 때였다. 13살에 데뷔해서 감히 대상 같은 걸 탈 수 있을까 생각했었는데 대상을 받아서 너무 기뻤다. 오리콘 1위 했을 때도 좋긴 좋았는데 그때는 실감이 안 됐다. 1위는 했다고 하는데, 백만 장이 나갔다고 하는데 확인할 길도 없고 (웃음) 피부로 와 닿지 않았다. 그런데 대상 받으면 상을 주시니까 어린 나이에는 그게 되게 컸던 것 같다.

앨범 활동이 끝날 때쯤 어떤 평가를 받고 싶나.
보아 : “역시 보아네” 그런 반응? (웃음) 퍼포먼스나 앨범이나,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다양한 걸 했다. 많은 분들이 여러 방면에서 즐겨주시면 좋겠다.

사진제공. SM 엔터테인먼트

글. 강명석 tw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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