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 그룹의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또 걸 그룹이야? 이제 너무 지겨워!” TV만 틀면 나오는 걸 그룹들을 보며 당신은 분명히 이렇게 말했을 것이다. 그리고 한 마디를 덧붙였을 것이다. “누가 누군지도 잘 모르겠고…” 그렇다. 한 달 사이에도 새로운 걸 그룹이 등장하고, 또 어떤 그룹은 잊혀져간다. 소녀시대, 원더걸스는 기본이지만 애프터스쿨에 f(x)와 포미닛은 약간 헷갈리다가 씨스타와 시크릿까지는 간신히 알아본다 해도 그 이후로는 시청자들의 뇌에도 과부하가 걸릴 지경이다. 얼핏 보면 다 비슷비슷해 보이는, 하지만 “알면 보이고 보이면 사랑하게 된다”는 말처럼 자세히 뜯어보면 각각의 걸 그룹 각각의 멤버들에게는 나름대로의 매력이 있다. 가 준비한 ‘걸 그룹의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를 통해 각기 다른 여덟 팀의 신인 걸 그룹의 매력을 만나 보자.

2010년 7월에 ‘갸우뚱’이라는 곡으로 데뷔했으나 큰 주목을 받지 못하고 2개월 뒤 원년 멤버였던 지인과 지선이 탈퇴, 유라와 혜리가 새로 합류했다.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것은 올해 3월 나미의 ‘빙글빙글’을 샘플링한 ‘반짝반짝’을 내놓으면서부터다. 특히 발을 동동 구르며 왼쪽 팔을 아래위로 크게 흔드는 ‘맘맘마춤’, 그리고 멤버 전원의 귀여워서 숨이 막힐 듯한 표정 덕분에 걸스데이는 확실한 존재감을 얻었다. 멤버별로 장식한 한 남성잡지의 5월호 표지가 그 증거다. 아무튼 걸스데이는 동생 삼고 싶은 소녀들이다. 언니든 오빠든.

소녀시대의 ‘Gee’, 이효리의 ‘You Go Girl’ 등을 작곡해 ‘히트곡 제조기’로 알려진 이트라이브가 프로듀싱한 그룹으로, ‘슈파 두파 디바’라는 곡을 들고 올해 1월 등장했다. 그룹명은 ‘달콤한 셔벗’이라는 의미인데, 백희나 작가가 쓴 동명의 동화 제목을 허락 없이 사용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최근 홍보대사로 선정되기도 했는데, 이는 ‘슈파 두바 디바’ 활동 당시 선보였던 ‘짱구춤’ 덕분이라고. 현재는 ‘핑크로켓’으로 활동 중이다. 걸스데이가 귀여움에 포인트를 둔다면, 달샤벳은 귀여움에 요염함까지 보여주려고 노력하며 ‘슈파 두파 디바’ 때에 비해 소녀보다 여자에 가까워졌다.

카라와 같은 DSP 미디어 소속으로, 2009년 ‘가십 걸’로 데뷔했다. 7명이기 때문에 ‘레인보우’라는 단순한 이유로 그룹명이 결정됐다. 이후 ‘에이(A)’, ‘마하’ 등을 발표했으나 결정적인 반응을 얻지 못하던 중 중 지난 2월 MBC 설 특집 에서 단체로 수중발레를 선보인 것이 상당 부분 편집되며 오히려 인지도를 높이는 데 성공했다. 자칭 ‘40대 덕후’ 신해철의 마음을 뺏고, SBS 속 대통령 후보 유세현장에서 춤과 노래를 할 정도의 인지도를 쌓기도 했다. 요즘은 신곡 ‘To Me’에서 ‘블랙스완 춤’을 뽐내고 있다. 웨이브는 조금 어설프지만 노래, 운동, 예능 못하는 게 없는데다 예쁘기까지 한 여자친구 같은 느낌으로, 특히 MBC 등에서 보여준 의외의 예능감이 팬들을 끌어모으고 있다.

작곡가인 ‘용감한 형제’가 직접 발굴하고 제작한 그룹으로, 지난 4월 8일 ‘아나요’로 데뷔해 아직까지 알려진 정보는 많지 않다. 마임을 연상시키는 춤은 복잡하진 않지만 리듬을 따라가는 포인트가 은근히 까다롭다. 다만 KBS ‘슈퍼스타 KBS’ 코너에 출연해 노래를 부르다가 개다리 춤을 추는 모습으로 미루어 짐작할 때, 터프해 보이는 그룹 이미지가 전부가 아닐 듯 하다는 느낌을 준다. 첫인상은 무서운데 친해지면 엄청 재미있는 언니, 그게 브레이브 걸스의 이미지 아닐까.

그룹명에 얽힌 사연이 길다. 지난 2월, 한 포털사이트에서 실시한 그룹명 공모에서 네티즌들이 ‘독도는 우리땅(독도는 우리땅이니까)’, ‘가가가(가수별 검색시 첫 번째로 나올 수 있게)’, ‘SOWKEY(소우키. ‘소는 우리가 키운다’의 준말)’ 등을 제보하면서 난관에 빠지기도 했지만 결국 가요계 최고가 되자는 의미의 ‘에이(A)’와 청순한 느낌을 대표하는 ‘핑크(Pink)’를 합쳐 ‘에이핑크’로 결정됐다. 지난 4월 ‘몰라요’로 데뷔, 다른 걸 그룹들과 차별화를 둔 청순 컨셉으로 활동 중이다. 소녀시대가 ‘다시 만난 세계’로 데뷔했을 때보다 S.E.S가 ‘아임 유어 걸’로 데뷔했을 때와 유사한 느낌으로 별칭은 ‘요정돌’이다.

지난 3월 ‘장난치지 마’로 데뷔했다. 탤런트 홍수아가 객원 멤버로 출연해 홍보를 도왔다. 그룹명은 ‘전자음악을 하는 아이들(Creative electronic House Idol)’이라는 뜻이다. 특이한 점은 소속사와 ‘성형수술시 계약파기’라는 원칙을 두고 계약을 했다는 것. 이 밖에 멤버 지유가 어릴 적 카라의 한승연과 같은 댄스학원을 다녔다는 사실을 빼면 아직까지 알려진 사실이 별로 없다. 치치는 활발하고 붙임성 좋은 여고생들 같은 느낌을 준다. 남녀공학에서라면 남자 친구들과도 말뚝박기를 할 것 같은 그룹. 물론 선머슴 같다는 뜻은 아니다.

혼성그룹 ‘남녀공학’의 유닛으로, 5명의 멤버 가운데 은교는 원년 멤버가 아니다. ‘입술자국’으로 데뷔해 현재는 ‘너 말이야’로 활동하고 있다. 이들 무대의 포인트는 가사에 등장하는 모든 ‘말이야’를 ‘Hey 너 마뤼야, Yes 너 마뤼야’로 발음하는 것. 오는 5월 4일부터는 MBC 에 걸 그룹 ‘캔디스’로 전원 출연할 예정이다. 섹시 컨셉도 소녀 컨셉도 아닌, 뉴에라를 눌러쓰고 힙합스타일로 옷을 입은 파이브 돌스는 아직 데뷔를 앞둔 씩씩하고 보이시한 연습생을 보는 것 같다. 물론 이건 실력과는 별개의 문제다.

지난 4월 ‘닥터 필 굿’으로 데뷔했다. 마이클 잭슨의 곡을 맡아본 바 있는 테디 레일리가 프로듀싱 했으며, tvN 에서도 다국적 그룹으로 다뤄진 바 있지만 총 7명의 멤버 중 한 명만이 태국 출신이다. 데뷔 무대 후 안무가 ‘선정성 논란’에 휩싸이며 더욱 유명해졌지만, 아직까지 멤버들의 출생연도도 밝혀지지 않을 정도로 정보가 없다. 라니아가 긴 팔다리를 움직이며 기예에 가까운 춤을 추는 모습은 왠지 다른 차원에 있는 사람들 같다. 어쩌면 남성 팬들도 그렇게 생각할지 모른다.

글. 황효진 기자 seventeen@
편집. 장경진 thr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