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x), 포미닛, 2ne1, 걸그룹의 컴백전략은?
f(x), 포미닛, 2ne1, 걸그룹의 컴백전략은?
5인조 걸그룹 f(x)는 지난 22일 KBS 를 통해 컴백했다. 하지만 f(x)의 ‘진짜 컴백’은 무대에 오르기 15일 전부터 시작됐다. f(x)는 지난 4월 7일부터 5일간 멤버별로 하루에 한 명씩 정규앨범 1집의 티저 이미지를 공개했다. 15일부터 7일 동안은 뮤직비디오 티저 영상, 음원, 뮤직비디오, 첫 정규앨범을 차례대로 공개했다. 대중이 f(x)의 무대를 본 건 22일이지만, 사실상 보름동안 컴백이 진행된 셈이다. 이 과정을 통해 f(x)는 자연스럽게 새 앨범 의 의상, 음원, 뮤직비디오 등을 알릴 수 있었다.

‘거울아 거울아’로 활동 중인 포미닛도 마찬가지. 포미닛은 지난 3월 22일 티저 사이트를 오픈하고, 티저 이미지, 뮤직비디오, 음원 등을 연이어 공개한 뒤 4월 7일에 Mnet 으로 컴백했다. 마치 영화의 예고편처럼 2주동안 이어지는 이들의 컴백 과정은 물론 해당 가수들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기 위한 전략이다. 실제로 f(x)는 일련의 사전 홍보를 통해 대중의 기대감을 높이며 음원 발표 직후 각종 차트에서 1위를 기록했다. f(x)의 소속사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 관계자는 “f(x) 뿐 아니라 동방신기, 슈퍼주니어, 소녀시대 등 SM의 여러 아이돌 컴백에도 적용된 방식”이라며 이런 컴백 과정이 아이돌에게 자연스러운 것으로 자리 잡았다고 밝혔다. 2NE1도 곧바로 그룹 전체가 컴백하는 대신 박봄의 솔로곡 ‘Don’t cry‘를 공개했고, 3주 후 다시 신곡을 발표한다. 처음부터 타이틀 곡을 발표하고 대중의 반응을 얻는 대신 여러 방법으로 컴백에 관한 다양한 정보를 흘리며 대중의 시선을 모으는 것이다. 타이틀 곡 발표와 무대에서의 컴백은 그 뒤에 이어질 하이라이트다.
f(x), 포미닛, 2ne1, 걸그룹의 컴백전략은?
f(x), 포미닛, 2ne1, 걸그룹의 컴백전략은?
‘쇼’가 되어가는 걸그룹의 컴백

이런 홍보 방식은 아이돌 시장의 변화에 따른 현상이다. 아이돌은 현재 노래뿐만 아니라 연기, 예능 활동 등으로 끊임없이 활동한다. 잦은 미디어 노출은 아이돌의 인지도를 높이는데 도움이 되지만 새로운 이미지 변신이 쉽지 않다는 단점이 있다. 어제까지 MBC 에서 닉쿤과 다정한 모습을 보인 빅토리아가 내일 음악 프로그램에서 톡톡 튀는 콘셉트의 ‘피노키오’를 부르는 것을 어색하게 느낄 사람들도 있다는 얘기다. 신곡 발표전 2주 이상 진행되는 다양한 홍보는 이런 문제점을 완화 시킬 수 있다. 2주 동안 대중에게 뿌려지는 티저 사진과 영상, 뮤직비디오는 대중에게 자연스럽게 아이돌 그룹의 새 콘셉트를 이해하도록 만든다. 포미닛의 소속사 큐브 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포미닛은 그 때 그 때 컴백 형식을 조금씩 바꾼다. 쉐도우 타이틀처럼 처음부터 정규앨범이라 하지 않고 노래를 공개했다”고 말했다. TV를 틀면 아이돌이 나오는 상황에서 어떻게 하면 예상 밖의 새로움으로 대중에게 신선함을 주느냐가 컴백 전략의 관건인 셈이다.

음원 시장의 변화도 한몫했다. 최근 디지털 음원 시장은 점점 소비 주기가 짧아진다. 인기 가수의 경우 곡이 올라간 직후 순위만 봐도 곡에 대한 반응을 알 수 있다고 할 정도다. 최근 인기 가수들이 밤 12시에 음원을 공개하는 일이 잦은 것은 이 때문이다. 일반인들이 음원을 잘 소비하지 않는 시간에 팬들이 집중적으로 음원 사이트에 접속, 해당 가수의 곡을 소비하며 점유율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아무런 ‘예고편’ 없이 음원을 발표하는 일은 위험하다. 음원 공개 전 동원되는 각종 컴백관련 정보들은 음원 소비자들이 아이돌의 음원 발표 직후 노래를 듣도록 ‘스탠바이’ 해주는 역할을 하는 셈이다. 아이돌 시장과 음원 시장 모두 1,2 주, 심하면 하루 차이에 따라 시장의 반응이 달라지는 상황에서 컴백 방식도 더욱 고도화 되고 있다. 언제까지 정교하다 해도 좋을 만큼 세분화된 컴백 전략이 유효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 다만 지금 아이돌의 세계에서는 새로운 음악이나 무대 이상으로 컴백 과정 자체가 화려한 ‘쇼’가 됐다는 것만큼은 사실인 듯하다.

사진제공. SM Ent.
글. 한여울 기자 sixte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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