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화 “녹음도 세션을 쓰지 않으려 했다”
정용화 “녹음도 세션을 쓰지 않으려 했다”
한국에서 보이 밴드는 종종 이중적 잣대 위에서 평가 받는다. 의상 콘셉트와 예능 활동에 대해 이야기하면, 뮤지션답지 않다는 비난을 듣고, 음악과 연주에 대해 이야기 하면 아이돌 주제에 허세를 떤다는 말을 듣는다. 클릭 B가 그랬고, 트랙스가 그랬으며, 지난해 ‘외톨이야’와 ‘Love’로 가요계 메인스트림에 성공적으로 안착했던 씨엔블루 역시 마찬가지다. 특히 첫 미니앨범 < Bluetory >에 수록됐던 ‘외톨이야’로 표절 시비를 겪고, 인디 신의 아우라를 쉽게 가져가려 한다는 비판을 받았던 이들에게, 잘생긴 보이 밴드라는 타이틀은 팀의 장점인 동시에 일종의 원죄다. 21일, 그들의 첫 정규 앨범 < First Step >을 공개하고 쇼케이스를 연 씨엔블루가 작곡과 레코딩, 그리고 악기 연습에 대해 강조했던 건 이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반주’가 아닌 ‘연주’를 들려주려는 씨엔블루
정용화 “녹음도 세션을 쓰지 않으려 했다”
정용화 “녹음도 세션을 쓰지 않으려 했다”
정용화 “녹음도 세션을 쓰지 않으려 했다”
정용화 “녹음도 세션을 쓰지 않으려 했다”
영등포 타임스퀘어 내 M펍에서 열린 쇼케이스에서 씨엔블루는 공간적 한계 때문에 라이브로 앨범 수록곡을 들려주진 못했다. 대신 타이틀곡 ‘직감’을 포함한 5개의 주요 넘버를 멤버들이 직접 소개하고 일부 음원을 들려주는 방식으로 진행됐는데, 앨범 두 번째 트랙 ‘Love Girl’을 가장 먼저 소개하며, “간주에서 악기가 서로 주고받는 부분이 포인트”(정용화)라고 강조한 건 의미심장하다. 현란한 속주나 필인은 아니지만 해당 파트에서 멤버들은 후크성의 리듬 스트로크와 역시 같은 리듬의 베이스 슬랩을 넣으며 ‘반주’가 아닌 ‘연주’를 들려주려 한다. 다시 말해 “활동 중에도 새벽에 연습”(이정신)을 하고, “실력이 많이 늘었겠지, 싶어 레코딩을 하면 항상 표현하고 싶은 만큼 안 되어서 부족함을 느낀다. 그래도 1년 사이 많이 늘었다”(이종현)고 조심스럽게나마 자신감을 드러내는 건, 그만큼 이번 앨범에서 밴드로서의 정체성을 드러내려 했기 때문일 것이다.

“들으면 바로 씨엔블루가 떠오를 것”(정용화)이라는 말처럼 ‘외톨이야’와 ‘Love’를 연상케 하는 타이틀곡 ‘직감’이 그 어떤 곡보다 헤비한 리프로 이루어진 것도 마찬가지다. 사실 록킹하거나 밴드 지향적인 느낌을 주기 위한 방법 중 기타 디스토션(기타 사운드를 거칠고 찢어지게 만드는 이펙터의 한 종류)을 높이는 건 가장 얕은 수법이다. 하지만 기존 곡들에서 들려준 어쿠스틱 스트로크와 헤비 리프를 사운드적으로 공존하게 했다는 점은 밴드의 알파인 악기 편곡이라는 부분에서 높은 점수를 줄만 하다. 기타리스트 종현이 “직접 곡을 쓰고 작업한” ‘사랑은 비를 타고’에서 어쿠스틱 기타 아르페지오에서 리듬 파트를 조금씩 덧붙이다가 묵직한 헤비 리프로 바뀌는 구성도 흥미롭다. 그들이 잘생긴 얼굴과 스타일로 인기를 얻거나 오히려 저평가 받는 것과는 별개로, “자작곡으로만 앨범을 구성하려 하고, 녹음도 세션을 쓰지 않으려 했다”(정용화)는 자부심은 적어도 이번 앨범에서는 건강한 자랑이라 할 수 있다.

“뮤지션으로서 씨엔블루의 정체성에 한 발 내딛는 의미”
정용화 “녹음도 세션을 쓰지 않으려 했다”
정용화 “녹음도 세션을 쓰지 않으려 했다”
정용화 “녹음도 세션을 쓰지 않으려 했다”
정용화 “녹음도 세션을 쓰지 않으려 했다”
물론 “밴드다보니 우리 힘으로 하려 했지만 아직 백퍼센트는 어려운”(정용화) 만큼, 이제 씨엔블루가 정말 좋은 밴드가 됐노라 평가하긴 이르다. 하지만 “뮤지션으로서 씨엔블루의 정체성에 한 발 내딛는 의미로서의”(정용화) < First Step >은 분명 그들의 진일보를 보여준다. 과연 이를 통해 씨엔블루는 밴드로서 자신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보이 밴드에 대한 선입관에 변화를 즐 수 있을까. 알 수 없지만 ‘Second Step’이 궁금해지는 ‘First Step’이 시작된 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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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위근우 eight@
사진. 채기원 ten@
편집. 장경진 thr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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