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 제이 블라이즈만이 할 수 있는 것
메리 제이 블라이즈만이 할 수 있는 것
보통 좋은 공연은 좋은 연출과 좋은 사운드와 좋은 뮤지션의 교집합이다. 하지만 지난 16일 서울 경희대 평화의 전당에서 열린 메리 제이 블라이즈의 내한 공연은 예외다. 최악의 공연이라도 메리 제이 블라이즈만 있으면 공연의 급이 달라진다. 세트는 커녕 기타, 드럼, 베이스, 건반, 코러스로만 단촐하게 구성된 무대는 관객마저 민망할 만큼 텅 비어 있었다. 사운드는 사전에 아무런 조율이 안 된 듯 중저음이 크게 벙벙거렸고, 기타와 건반은 드럼과 베이스에 묻혀 제대로 들리지도 않았다. 보컬 파트와 다른 사운드는 따로 놀다시피 해서 곡 전체를 감상하기 보다는 메리 제이 블라이즈의 목소리만을 듣는 공연이라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

그러나 이 모든 문제에도 불구하고 관객 호응도는 미친 듯이 좋았다. 공연 후반에는 대부분의 관객들이 알아서 일어났고, 저마다의 방법으로 몸을 흔들었다. 좌석 중 상당수를 채운 흑인 관객 때문만은 아니었다. 흑인이든 동양인이든, 메리 제이 블라이즈의 노래는 사람을 미치게 할 만큼 에너지가 있었다. 그래미 수상이나 수천만장의 판매고나 ‘Queen of hiphop soul’이라는 영예로운 별명 때문이 아니다. 그의 별명처럼 메리 제이 블라이즈는 데뷔 후 18년 동안 힙합 안에 R&B/Soul의 끈적임을 녹여내고, R&B/Soul 안에 퍼프대디부터 T.I까지 그 시대 가장 트렌디한 감각을 수용했다. 그러나 이번 공연에서 각각의 곡들이 어떤 성향인지 따지는 것은 무의미했다. 메리 제이 블라이즈는 모든 곡을 자신의 가장 폭발적인 가창력을 들려줄 수 있는 방식으로 소화했다. ‘Family affair’나 ‘MJB da MVP’처럼 리드미컬한 곡도 마치 대곡 성향의 소울처럼 편곡 됐고, 메리 제이 블라이즈는 마치 모든 곡을 엔딩 곡처럼 힘차게 불렀다. 국내에서 히트했던 ‘Family affair’의 하이라이트도 국내에서 잘 알려진 리드미컬한 앞 부분이 아니라 원곡과 달리 메리 제이 브라이즈의 목소리가 하늘을 뚫었던 후반부였다.

좋은 보컬리스트가 선보인 공연의 진리
메리 제이 블라이즈만이 할 수 있는 것
메리 제이 블라이즈만이 할 수 있는 것
메리 제이 블라이즈만이 할 수 있는 것
메리 제이 블라이즈만이 할 수 있는 것
관객들은 곡의 앞 부분에서는 메리 제이 블라이즈의 끈적한 보컬이 선사하는 리듬을 타고, 뒷 부분에서는 메리 제이 블라이즈의 폭발적인 보컬에 환호한다. 공연 중반 메리 제이 블라이즈가 옷을 갈아입고 나올 때쯤에는 이미 메리 제이 블라이즈가 새로운 노래를 시작하기만 해도 관객들이 열광했고, ‘No more drama’, ‘Family affair’, ‘Be without you’가 이어진 후반부에 관객들이 몸을 흔들고 비명을 지르는 모습은 조금 과장하면 과거 AFKN에서 볼 수 있었던 흑인 음악 쇼였던 의 그 분위기를 연상시키기도 했다. 근래 공연 중 뮤지션이 분위기를 유도하지 않아도 관객들이 이만큼 잘 놀던 공연은 보기 힘들었다. 공연 전 휑해 보이던 무대는 메리 제이 블라이즈가 첫 곡을 부른 뒤부터는 오히려 좁아보였다.

부실한 공연 준비에 대한 아쉬움을 제외하고서라도 메리 제이 블라이즈의 공연이 최고였다고 할 수는 없다. 모든 곡의 후반부에서 폭발적인 가창력을 선보이도록 편곡된 레퍼토리는 관객을 열광시켰지만, 대신 공연을 다채롭게 즐길 수 있도록 하는 기승전결의 흐름은 사라졌다. 마치 메리 제이 블라이즈의 베스트 라이브를 모아놓은 것 같은 레퍼토리였고, 이번 공연이 그의 베스트는 결코 아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 모든 문제에도 불구하고 메리 제이 블라이즈는 공연에 있어 절대적인 진리를 재확인시켜줬다. 좋은 보컬리스트란, 언제 어디서나 최선의 무대를 보여주는 사람이다.

사진제공. y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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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강명석 tw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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